"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회사 차렸죠”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회사 차렸죠”
  • 양훼영 기자
  • 승인 2009.04.15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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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습격사건' 연출가 김달중

 “전 대중 코드와는 맞지 않아요”

이게 무슨 소린가? 뮤지컬 ‘헤드윅’, ‘쓰릴미’, ‘김종욱찾기’ 등 인기 뮤지컬 연출가 김달중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고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그의 말은 더 놀라웠다.

“제 스타일대로 풀어내야 이야기가 선명해지거든요. 관객의 취향에 딱 맞춰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분명 그는 흥행 뮤지컬을 만든 연출가로 손에 꼽히는 필모그라피를 가지고 있지만, 당차게 그리고 조금은 고집스럽게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었다. 개성 있는 연출력에 대중성까지 갖춰 관객은 물론 평단에서도 인정받은 김달중 연출에게 ‘리얼 김달중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 들어 봤다.

▲ 연출가 김달중
◆15년 동안 가장 만들기 어려웠던 [주유소 습격사건]

약 1년 만에 같은 극장에서 또 다시 작품을 올리게 된 김달중 연출은 “백암에서 같은 시기에 벌써 세 번째 공연인데, 삼 세 번이란 말이 있지 않느냐(웃음)”라며 [주유소 습격사건](연출 김달중)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놨다.

주유소라는 제한된 공간, 주유소를 털러 가는 4명의 개성 강한 남자 그리고 이 모든 일이 하룻밤에 일어난다는 점에서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은 뮤지컬로 만들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지난 15년 동안 [주유소 습격사건]이 가장 만들기 어려웠던 뮤지컬이란다.

 “사실 싸이더스FNH 작품 중 ‘혈의 누’를 뮤지컬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마케터 입장에서는 [주유소 습격사건]이 대중적일 것 같았는지 이걸 먼저 만들어보자고 하더라고요. 장르 영화라 영화사의 제의를 계속 거절하면서 한동안 도망 다녔어요.

◆영화를 벗어날 수 없는 무비컬

[주유소 습격사건]을 연출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인 ‘뮤지컬은 영화와 얼마나 다른가?’에 대해 안 물어볼 수가 없었다. 식상한 질문에 김달중 연출은 “영화와 다르게 할거라면 왜 저작권료를 주겠어요?(웃음)라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진심이었을 터. “단지 영화가 뮤지컬로 옮겨오면서 공연으로 어떻게 풀어낼까에 대해서만 고민했죠” 라고 덧붙여 말하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2007년에 공연한 뮤지컬 ‘댄서의 순정’을 통해 무비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 그는 “서양 작품들을 보고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래서 [주유소 습격사건]은 영화를 뛰어넘을 생각을 하지 않고, 공연적인 장르 특성을 살렸어요”라고 말하며, 아직 스스로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겸손함을 보였다. 

그는 원작에 참여한 스태프와 함께 작업한 것 이외에도 뮤지컬적 특징을 살리기 위해 영화의 과거 장면들을 과감히 버렸다. 꼴통 4인방이 왜 주유소를 터는지에 대한 이유는 관객들의 상상에 맡겨둔단다.

 “과거 장면을 넣으면 만들기는 쉽지만, [주유소 습격사건]만의 매력이 사라지게 되요. 그래서 뮤지컬 [주유소 습격사건]은 영화보다 친절하진 않죠.”

 ◆주유소를 습격하는 사람들

“배우로서 [주유소 습격사건]은 굉장히 어려운 작품이에요. 대사는 많지 않은데, 계속 해서 일어나는 사건에 끼어들면서도 그 안에서 작품의 중심을 잡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믿을 수 있는 재웅이나 율이 같은 배우가 캐스팅된 거에요. 종원이랑 신성이는 이번에 처음 본건데, 영화보다 캐릭터를 선명히 잘 살려내더라고요."

믿고 가야 할 배우들은 비단 주인공 4인방에만 국한되어 해당되진 않았다. 시종일관 무대를 누비는 앙상블이 [주유소 습격사건]에서는 여타의 작품의 비해 그 중요도가 높기 때문이다.

멀티맨을 제외하고는 원 캐스팅을 고수한 그는 더블 캐스팅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초연이 아닌 앙코르 공연에서부터는 더블 캐스팅을 할 수도 있지만, 초연부터는 더블 캐스팅은 어렵다고 말한 그는 “특히 [주유소 습격사건]의 경우, 첫 시즌을 뮤지컬 배우들로만 꾸려 작품이 가진 콘텐츠로만 평가 받고 싶다”라고 밝혔다.

◆키워드는 ‘해프닝’과 ‘그냥’

[주유소 습격사건]에는 ‘해프닝 뮤지컬’이라는 표현이 앞에 붙는다. 처음 ‘해프닝’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은 작품에 대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배우들에게 설명을 하면서 사용됐다는 일화를 전했다.

“해프닝이라는 것 자체가 [주유소 습격사건]의 매력인데, 우리 일상에 해프닝이 일어나지 않기에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해프닝이기에 작품은 배우들에게 많은 부분을 열어줬다고 한다. 마지막 연습까지 연습실에서 나온 애드리브를 대본화했다면서 “해프닝 존에서는 배우들을 풀어놨어요.

마음껏 애드리브를 해도 되는 장소가 해프닝 존인데, 대신 애드리브로 인해 분위기가 싸늘해지면 책임져야 한다”고 못박았단다.

“[주유소 습격사건]은 삶의 경험만큼 가져갈 수 있는 작품이에요. 아무 생각 없이 보면 즐길 수 있고, 생각하려 들면 끝이 없죠.”

◆공연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주유소 습격사건]이 김달중 연출에게 좀 더 특별한 것은 공연콘텐츠 제작팀으로 꾸려진 ‘㈜드림캡쳐’가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이 상업되면서 생겨난 시스템적인 문제 때문에 섭섭함을 느꼈던 그는 투자를 위한 제작사가 아닌 콘텐츠를 위한 크리에이티브팀을 만들었다. 

그는 2007년 뮤지컬 ‘샤인’이 끝날 무렵, 몇 년에 거쳐 준비하고 있는 작품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이제와 이야기지만” 이란 말로 시작한 그는 “그때 말했던 게 ‘불꽃처럼 나비처럼’이에요” 라고 말했다.

조승우가 군 입대 전 촬영했던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명성황후와 그녀의 호위무사 사이의 비극적인 로맨스를 주제로 하고 있다. 그의 페르소나라 불리는 최재웅도 이 영화에 출연했다.

동시에 두 개의 장르로 제작이 된 첫 작품인 만큼 먼저 개봉할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갔다.

“뮤지컬은 무대라는 공간이 있고, 무대 위에서 실제로 보여주는 리얼리티가 살아 있으니 ‘뭐 봤어?'란 질문이 나와선 안 되요.”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작품을 만든다고 말했던 김달중 연출이었지만, [주유소 습격사건]은 여러모로 그에게 모험이고 도전이다. 그래서 인지 그의 말 속에는 자신감과 걱정이 묘하게 뒤섞여 있었다.

[주유소 습격사건]을 시즌제로 키우고 싶어 하는 그는 “이번 초연이 앙코르 공연으로 갈 수 있을 70%의 가능성만 보여준다면, 시즌제로 제작하고 싶어요. 그리고 3번째 공연쯤엔 손 e떼고 싶어요. 그 전까진 영상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계속 개선해야죠”라고 말한다.

그의 말을 듣고 관객으로서 기뻤다. ‘해프닝 뮤지컬’이란 장르 뮤지컬을 처음으로 도입한 [주유소 습격사건]이 김달중 연출에 의해 커가는 모습을 한 동안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으로 관객의 마음을 빼앗는 김달중 연출의 도전이 틀리지 않았음을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보여줄 것이다.

newsculture  양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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