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바랄‘망’(望)...‘희망과 욕망’누가 더 힘이 셀까?
두 가지 바랄‘망’(望)...‘희망과 욕망’누가 더 힘이 셀까?
  • 이소리 / 시인, 본지논설위원
  • 승인 2011.04.11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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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선정 10대 소설 <시인들의 고군분투 생활기>

집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라 우리 존재가 깃드는 장소“원고를 읽는 내내 웃었다. 시적인 돈은 없다. 돈이 되는 시도 사라졌다... 지독하게 현실적이기에 재미있고도 슬픈 이 책은 지금 미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아니, 거품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어느 한순간 빵 터져 버린 자본주의를 버텨가는 모든 사람들의 넋두리다. ”-김별아(소설가)

언론인 출신 미국작가 제스 월터가 쓴 장편소설‘시인들의 고군 분투기’(오세원 옮김)가 바다출판사에서 나왔다. 지난 2009년에 미국에서 나온 이 책은 자본주의가 낳은 신기루를 한 시인이 겪는 가없는 절망과 새롭게 싹트는 희망을 통해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200년 최고작으로 평가받으며 ‘타임’지가 가려 뽑은 10대 소설 가운데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 다른 7’‘신문산업의 마지막 나날’‘링컨의 콩나무집 시절의 꿈’등 모두 30꼭지로 이어지는 이 책은 서브프라임 사태 뒤 무너지는 미국 중산층과 그 중산층들이 지니고 있었던‘끝없는 번영’, 그 속내에 꼭꼭 감추어진 거짓과 허상들을 비꼬는 우스갯소리와 깊은 슬픔이 한 땀 한 땀 기워져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란 지난 2007년에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영어: subprime mortgage crisis)로 신용도가 일정 기준 이하인 저소득층을 상대로 한 미국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이 사태는 미국 TOP 10에 드는 초대형 모기지론 대부업체가 파산하면서 시작되었으며, 국제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이라는 엄청난 경제위기를 낳았다. 소설 속 주인공 맷, 집값 거품 일었다 빠지는 우리나라 자화상.

“2년 전 부동산 거품이 터지기 시작했을 때 리사와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적어도 우리는 변동금리의 수렁에 빠지지는 않았으니까. 우리의 주택 대출은 정상적인 30년짜리 확정금리 상품이었고 몇 차례 비싸게 돈을 들여 집을 리모델링하느라고 자산을 매각하는 우를 범하긴 했지만 아직은 견딜 만했다.”-‘소셜 네트워크’몇 토막.

이 책은 주인공 맷이‘닷컴 바람’에 뒤늦게 올라타기 위해 다니던 신문사를 그만두고 금융에 관한 정보를 시 형태로 보여주는 사이트를 열면서 먼 길을 떠난다. 맷은 이 사업에서 곧 망한 뒤 다시 옛 신문사로 들어가지만 인터넷 영향 등으로 신문사 경영이 심하게 나빠지면서 곧 해고를 당하게 된다.
그가 살고 있는 집 또한 서브프라임 사태 때문에 계속 불어나기만 하는 대출이자로 차압당할 위험에 빠진다. 맷은 취직도 어렵고 잇따르는 경제위기 속에 가족관계도 차가워지면서 집에서조차 쫓겨날 안타까운 처지에 놓인다. 그는 어느 날 새벽 아이들이 시리얼에 부어 먹을 우유를 사러 세븐일레븐에 들렀다가 그 곳에서 젊은이들이 주는 마리화나를 피우게 되는데...

이 장편소설 속 주인공 맷은 우리나라 강남을 비롯한 신도시 곳곳에서 집값 거품, 주식 거품 등이 일었다 빠지는 우리나라 자화상이다.‘21세기 보릿고개’라 불리는 끝없는 경기침체, 치솟는 기름 값, 전세 값 대란, 빈부 양극화 등.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촌 으뜸 경제대국 미국사회 곳곳에서도 피할 수 없는, 자본주의가 낳은 정신박약아다.

‘시인들의 고군분투 생활기’는 아무리 땅이 물기 하나 없이 메마르고, 아무리 누군가 짓밟고 또 짓밟아도 살아남아 마침내 꽃을 피우고야 마는 민들레를 닮았다. 물질이 한 가정을 바닥이 보이지 않는 나락 아래로 아무리 처박아도 사람이 끝없이 꿈꾸는 희망까지 제멋대로 꽁꽁 묶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제스 월터(Jess Walter)는 언론인 출신 작가로 뉴스위크, 워싱턴 포스트, 보스턴 글로브 등에 글을 썼으며 지금까지 소설집 다섯 권을 펴냈다. 그가 펴낸 작품은 지구촌 15개국에 소개되었으며,‘시티즌 빈스’로 에드거상,‘제로’는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그는 O. J. 심슨 재판 사건을 다룬 베스트셀러‘경멸’(공저)을 비롯해 논픽션 작품들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