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보았습니다- 이배용 국가브랜드 위원장
만나보았습니다- 이배용 국가브랜드 위원장
  • 권대섭 기자
  • 승인 2011.04.15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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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평화...나눔과 배려... 소통과 희망으로 ‘국격’ 높여야

우리 역사문화 속에 인류세계에 제시할 고귀한 가치 내재 

이배용 국가브랜드 위원장은 열정이 넘치는 이다. 국가브랜드 위원장으로서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모자라는...’이였다. 그는 온 국민이 국가브랜드가 되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면서, 우리 국민의 오랜 삶과 역사문화 전통 속에 내재된 생명존중, 평화애호, 소통과 나눔, 남을 배려하는 정신이 곧 우리 고유의 국가브랜드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런 자랑스런 브랜드를 이미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브랜드로서 미래세계에 길을 제시, 세계평화와 인류문명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타까운 건 우리의 그런 소중한 것들을 우리 자신이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것. 이 위원장은 그래서 국사교육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자기나라 역사와 자기 것의 소중함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은 곧 나라의 미래를 포기하는 ‘몰상식’이라고 말했다. 전직 이화여대 총장으로서의 권위와 어머님같은 편안함을 함께 지닌 그였지만, 인터뷰 내내 강단있는 내공을 느끼게 한 건 그만큼 우리 시대 이 나라에서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를 만나고 온 감동이 오래도록 남는다.   
                                                                                                              

 우선 국가 브랜드위원회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국가 브랜드위원회는 2008년 8.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21세기 품격있는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국가 브랜드’ 업그레이드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이듬해 1월 설치됐습니다.

위원장 1명을 포함해 5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됐습니다. 정부부처 파견 공무원과 자체 채용인원(부처 파견 13명, 자체채용 7명)을 포함한 20명의 정원 외 기업파견 인원 11명도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업무 효율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민간위원 중심의 5개 분과위원회(기획, 국제협력, 기업 · IT, 문화관광, 글로벌 시민) 산하 1단장 4국의 사업지원단을 두고 있습니다. 

“온 국민이 국가브랜드...우리 삶 자체가 나라 이미지 규정”
국가 브랜드에 관련된 모든 업무를 총괄 기획, 사업화 및 생활화를 통해 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일을 담당하는 중요한 부서라 하겠습니다.

흔히들 ‘브랜드’ 하면 상품을 떠올리는데, ‘국가 브랜드’하면 온 국민이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가 됩니다. 우리 국민의 행동양식, 평소생활, 문화 등 우리네 삶 자체가 나라의 이미지를 규정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또 ‘국가 브랜드’ 가치를 결정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저희들은 우리 생활 속에 늘 가까이 있으나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부분들, 소중함을 잊어버린 부분들을 창의적으로 발전시키는 일을 통해 우리 자긍심을 높이고, 세계와의 교류를 통해 국가 위상을 높이는 일을 담당한다 하겠습니다.

21세기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를 대표하는 것으로 무엇을 들 수 있을까요?
-브랜드는 상품만 대상으로 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국가 브랜드는 곧 국가의 품격이죠. 우리나라 대표 브랜드를 딱 하나만 들라면, 저는 역시 세종대왕과 한글을 꼽겠습니다. 오랜 우리 것, 옛 것에서 새것을 찾아 세계적 브랜드로 나아갈 우리 것 중 최고는 단연 세종과 한글이 되겠습니다.

“한글은 세계를 향한 우리네 최고 브랜드 메시지”
우선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정신과 리더쉽 입니다. 그것은 글 모르는 백성을 생각한 약자에 대한 배려 · 사랑이며, 지식의 보급과 나눔을 통한 희망열기이자 소통의 컨셉이었습니다. 또한 자주정신의 발현이자 문화 창조의 열정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한글이 탄생했습니다. 한글은 단순한 글자가 아닙니다.

그 속엔 나눔과 배려, 소통과 희망, 사랑과 화합, 문화창달과 과학이란 정신이 녹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신은 향후 우리 인류사회가 반드시 지향해야 할 보편성입니다. 우리가 그런 한글정신을 세계에 보급하고, 세계와 교류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는 더 할 수 없이 존귀한 것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런 한글 정신을 세계 시민들과 함께 우리 생활 속에 구현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가브랜드의 하나로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그건 우리나라가 개최한 2002년 월드컵으로 인해 생긴 이미지라 봐야겠지요. 그때 붉은 티셔츠를 입고 수백만이 거리응원에 나서 4강 진출을 견인해 낸 그 국민적 에너지는 참 대단했지요.

그걸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한마디로 찍어 냈습니다. 매우 적절한 표현이지요. 하지만 그건 그때 상황에 맞는 슬로건이었다고 봅니다. 물론 그 다이나믹한 에너지는 늘 우리 생활 속에 녹아 있겠지만, 지금은 또 지금에 맞는 슬로건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예컨대, G20 회의를 개최한 나라로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다리 역할을 해야 할 우리나라 위상을 표현할 슬로건이 되겠습니다. 선진국은 나누게 하고, 개발도상국은 끌어 올려줘야 하는 우리 역할에 맞는 구호 말입니다. 세계적 조화와 나눔의 문화를 창도할 우리 국가브랜드에 맞는 구호를 찾기 위해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국가 브랜드가 세계로 나아가는데 있어 지닌 장단점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극복해야 하는 측면에서 말입니다.
-그건 역시 우리 역사와 국민 속에서 찾아야 할 걸로 봅니다. 우리에겐 자타가 인정하는 오랜 역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역사가 태동해 낸 문화적 요소들이 풍부합니다. 그 역사와 문화 속에 세계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좋은 브랜드가 많습니다. 그게 우리 브랜드의 장점입니다.

“우리스스로 자기 것 소중함  모르는 건 문제”
그런데, 문제는 그걸 우리 자신이, 우리 국민들이 너무 모르고 인식을 못한다는 겁니다. 뭐가 좋은 것인지, 뭘 좋은 걸 가지고 있는 지 스스로 잊어버리고 있다는 겁니다. 한복을 입었다고 호텔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게 거부당한 것은 그걸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되겠습니다. 자기의 좋은 것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그것이 우리 브랜드의 단점이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역사교육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그런 원인을 역사교육 부실에서 찾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마침 역사교육과정 개발추진위원장도 맡고 계십니다. 우리나라 역사교육의 정책과 비전을 어떻게 설정하십니까?
-제대로 된 역사관과 국가관을 심어줘야 합니다. 현재 우리 학생들 중엔 ‘3.1절’을 ‘3 쩜(소숫점) 1’로 읽고, 안중근 의사를 사람 병 고친 ‘의사 선생님’으로 아는 이들이 많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안 가르치니 모르죠. 미래 세대에 역사를 가르치지 않고, 역사를 등한시 하는 풍조를 심는 것은 그 나라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역사와 역사교육의 실종은 곧 그 나라의 실종입니다.

일본이 독도를 자꾸 노리는 것도 우리 역사교육과 연구부실에 따른 논리부족에서 나온 겁니다. 독도는 엄연히 우리 땅이고, 일본 역사에서도 1905년 이전 자료엔 그렇게 나오는데, 왜 우리가 그걸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막아내지 못합니까? 역사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역사교육 실종은 나라의 미래가 실종된 것”
따라서 첫째, 국사 과목을 반드시 독립 필수과목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넣어야 합니다. 대학수능 필수는 물론, 각종 국가 시험에도 비중 과목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국사는 국어와 마찬가지입니다. 국사는 곧 영혼입니다. 영혼을 빼 먹는 교육이 어디 있습니까?

둘째, 국사 과목의 내용을 제대로 써야 한다고 봅니다.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풍부하고 자긍심 있는 내용으로 올바르고 균형 잡힌 역사관을 심어줘야 합니다.

셋째, 교수방법이 재미있어야 합니다. 어려운 국사가 아니라 쉽게 재미있게, 생활 속에 들어와 있는 국사를 가르쳐야 합니다. 예컨대, 우리나라 각 지역에 가면 향토사로 묻혀있는 국사 자료들이 많습니다. 소풍 장소라든가, 논밭 가에 있는 그런 향토사를 활용, 현장에서 재밌게 실감나게 국사를 가르칠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그런 형태의 국사를 가르치지 않았기에 모두 역사하면 어렵게만 생각하는 겁니다. 거기다가 첨단 IT기법 등을 동원해 새로운 교수법을 개발할 수 있다고 봅니다. 

독도 이야기가 나왔으니,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우리 대응도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 될 수 있겠군요.
-그렇지요. 그 역시 역사교육 강화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먼저 객관적 사실관계를 제대로 전달할 역사연구와 교육이 선행되어야 겠고, 우리 역사를 지켜낼 설득력 있는 논리개발과 그것을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다국어로 번역해 세계에 알려야 할 겁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세계정세 교육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국가가 정책적 대응으로 연구 ·번역 지원을 강화해야 합니다. 일본과 중국은 그것을 잘 하고 있습니다. 우리만 스스로 자기 역사를  창고속에 넣어 버렸습니다.

그러고 있는 사이 중국과 일본은 동북공정과 독도침탈을 감행한 것 아니겠습니까. 부끄럽고 개탄할 일입니다. 시급히 시정해야 합니다.

역사교육 강화는 민족의식과 국가관 강화를 전제로 하는데, 세계화라는 명제와는 어떻게 조화가 되겠습니까?
-세계는 결국 어느 한 나라도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개인이 혼자 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소중하면 남의 나라 역사와 문화도 소중한 겁니다. 자기 나라가 중요한 만큼 남의 나라도 중요하지요. 결국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다양하면서도 하나인 세계’를 함께 살아야 할 친구들인 겁니다.

“모든 나라 문화가 다 소중....서로 존중해야”
 미래의 세계는 각 나라마다 자주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상보적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각 나라마다 자기나라 역사와 문화를 각기 잘 유지하면서 그것을 서로 인정하며 존중하며 교류하며 발전하는 것이 세계화인 것입니다.

또 그런 세계가 되어야 아름다운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역사교육 강화는 이웃나라 또는 세계와의 공존과 관계성도 함께 전제될 때 건강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위원장님의 세계사관 또는 역사관도 듣고 싶습니다.
-인류 역사상 수많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발전해 왔습니다. 인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역사발전에 대한 희망과 긍정적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현대인이 과거 인류보다 나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처럼 옛 사람들에게 배워야 할 게 많습니다. 현대인은 너무 물질문명과 경쟁관계, 개인 이기주의에 치우쳐 아름다운 정신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성과주의보다 공정함과 도덕성, 나눔의 정신을 선양해 미래세계에 제시해야 합니다.

“휴머니즘 문화 창조로 세계사에 기여해야..”
 특히 우리나라 역사 속에 내재된 생명과 평화, 소통과 배려, 나눔과 존중의 덕목들은 탁월합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설파한 것처럼, 필요한 이에게 나눠주면 상대는 평생을 간직합니다. 나눠 줌이 최고의 부자다라는 정신이 우리에겐 있습니다.  그런 휴머니즘적 문화 창조력이 우리 역사 안에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런 것들로 우리가 미래세계의 희망을 제시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국사편찬위원부터 이화여대 총장까지 다양한 이력들을 폭넓게 지니셨습니다. 혹시 다시 한번 맡고 싶은 직책이 있다면?
-주어진 상황을 매번 감사하게 받아들이며,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저 자리에 가고 싶다는 등의 특별한 욕심은 없습니다. 앞으로도 주어진 상황과 직책을 감사히 받으며 항상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꿈을 가지셨다면 어떤 것일까요?
-우리나라가 좀 더 화합하고 서로 격려하며 따뜻한 사회로 발전하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어느 시대 누구든 마치 마라톤 릴레이 주자처럼, 각자 맡은 바 구간을 열심히 뛰어 다음 세대에 넘겨줘야 하는 역할들이 있습니다. 국가 브랜드위원장으로서 지금의 제 역할은 우리나라가 보다 품격있는 나라, 신뢰받는 나라가 되어 인류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활동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지금 저의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