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투데이 경남본부=홍경찬 기자]사량도 섬 할머니가 한 움큼 냅다 짤라 빨간 속살을 전해준 알싸한 그리고 짭조름한 멍게 맛에 동백꽃 향기 마냥 섬 인심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사량도서 느껴본 어머니 손맛이 담긴 해산물이 연거푸 목을 타고 부드럽게 넘어 온다. 푸르고 푸른 사량도 섬 비경에 달콤한 봄맛이 더해져 고만 아찔했다.사량도 하도에서 상도로 시집왔다는 김점미(74세,사량도) 할머니는 "큰 놈이 공무원, 셋째 딸은 부산서 보건복지 과장이고, 중핵죠 졸업하고 다 객지로 나갔제. 다른 애들도 그럭저럭 사니 망구 편한다. 더 바랄게 모가 있노"라면서 "학꽁치 잡고 문어 썰고 낚지 팔고 물메기 건져 올리며 두릅 뽑아서 6남매를 키웠다. 사량도 들어오면 맛난 거 항그시 멕인다"며 구수한 토영 사투리에 담은 넋두리는 새색시마냥 수줍게 들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엔젤호 옆에 주말장을 만든다는 고경선(사량도 옥동 67세) 할머니는 "두릅이 만원이고 달래가 3천원이고 돈내도 3천원 싸다 가아가라"며 미역,김,건어물을 가리키며 흥정도 건넨다. "내사 19살 때 비진도 바깥 섬서 시집와가 애 넷 낳고 사량도에 눌러 앉았제. 관광객에게 고마 퍼주니 인심 좋고 정 많다고 또 오는 걸 내샤 우짜것노(싱긋) 손자들 섬에 오면 용돈 줄라고 나왔다"라며 검게 그을린 노구의 어깨가 웃음으로 들썩였다. 지난 16일 밤 11시에 의정부서 출발해 새벽 6시에 사량도행 배를 탓다는 춘추 산악회(회장 최상봉외 46명)원들은 "두 번째다. 사량도는 순수함이 묻어있다. 옥녀봉 하산 길에 두릅,산나물,마늘종을 샀다"며 "낚시하러 또 오겠다"라고 거듭 전했다. 남녀노소 동강 바다를 배경 삼아 해산물로 상을 차려 봄눈 흩날리는 4월 벚꽃도 즐겼다. 이병욱 공중보건의(한의사 30세)는 "내일이면 1년 동안 근무한 사량도를 영영 떠난다. 사량도의 아들이 됐다. 사량도 주민들은 어깨,허리,무릎이 아플 수밖에 없다. 섬 밭일하고 바다 위 배 일하며 딸자식 다 키워낸 영웅담엔 가슴속 깊은 한도 전해져 온다"운을 뗀 후 "천 칠백 명 섬 주민이 있다.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없고 안마기,물리치료기,찜질 팩 등 보조의료기가 더 지원됐으면 한다"며 섬 떠나는 아쉬움을 간절한 부탁의 말로 감췄다.사량도는 통영시 서편에 자리한 섬으로 상,하도가 나란히 이마를 맞댄 형국이다. 사량도는 두 섬을 가르는 동강 해협이 긴 뱀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졌다.
비경을 가진 산들로 유명한 사량도 윗섬 상도엔 볼모산,고동산뿐만 아니라 경사가 45도 정도로 아찔한 절벽과 긴장 만점 사다리 외줄타기 등 종주산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지리산(398m)이 있다.옥녀의 슬픈 전설이 서린 핏빛의 옥녀봉 바위가 있다.
아랫섬 하도엔 칠현산이 있다. 특히 칠현산 산정에는 옛 사량만호진의 봉수대 유적이 전해지며 기암괴석으로 장식한 각각의 봉우리는 남한의 제2금강산으로도 부른다. 이곳 가을 단풍은 천하일색이다.
상도 금평마을엔 최 영 장군 사당이 자리해 있으며 단칸 목조 팔작지붕으로 '고려공신 최영 장군 영위' 위패를 모시고 있다. 수령 250년 된 팽나무가 위엄을 말해 주고 있다.
사량도 상도 지리산 옥녀봉과 하도 칠현산을 잇는 연도교가 오는 2015년 4월 완공되면 사량도는 명실상부 남해안 관광 1번지 섬으로 우뚝 서게 된다. 제8회 사량도 옥녀봉 전국등반축제(위원장 이규열)가 개최된 지난 4월 17일은 김동진 통영시장,이군현 국회의원,천재생 통영시의회 의장과 시의원 등을 비롯해 상춘객과 등산객으로 사량도는 활기를 띄웠다.
특히 '해풍, 일어나다' 출판기념회를 연 사량도가 고향인 강석우 국무총리실 정책홍보기획관이 이번 축제에 동참했으며 재경통영향우회,재경사량도향우회 회원도 발걸음을 함께 했다.
김동진 통영 시장은 지난 봉숫골 벚꽃축제에 이어 "2003년 민선 시장 당선 후 1읍면 1축제 제안으로 옥녀봉 전국등반축제가 8회째 면면이 이어져 내려왔다"며 "슬픈 전설이 새로운 희망을 키우는 옥녀봉 등산을 위해 산 넘고 물 건너온 여러분을 환영한다"라고 축사를 전했다.
천혜의 수려함을 간직한 한려수도에서도 비경을 품은 사량도.이번 축제에는 요트 퍼레이드와 통영 전통연 꼬리연 시연,사물놀이 풍물패 길놀이,사량 일주도로 걷기대회와 등반대회, 조개따기 체험과 후리끌기 체험, 사량도 변천사 사진전, 특화상품판매 및 홍보, 향토음식 시식코너, 민속막걸리 시음장 등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또 하나의 365일 이어지는 통영 축제를 선사했다.
사량도 명소에는 이밖에도 약수터 산책길,수우도,고래바위,해골바위,데이트코스인 일주도로, 대항해수욕장, 가마봉, 연지봉 등 미래의 관광 자원인 섬 이야기가 반긴다.
입도는 통영 도산면 가오치(www.saryangdo.com 055-643-7939) 여객선터미널에서 매일 오전 7시 두 시간마다 왕복 운항하며 마지막 배는 17시. 소요시간은 40분, 운임은 4500원에다 승용차 승선(만 3천원)이 가능하다.
또 통영 항남동 여객선터미널(055-642-0116)에서 오전 7시 50분 출항하며 사량도 금평에선 17시 25분에 통영행 마지막 배로 매일 1회 왕복한다. 여름 성수기에는 최대 12항차 운항하며 사천과 고성 용암포 사량카페리(055-673-0529)도 7시부터 17시까지 사량도로 이끈다.
-제8회 사량도 옥녀봉 전국 등반 축제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