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와 화랑, 친합시다
화가와 화랑, 친합시다
  • 박정수 / 미술평론가 (신의손 갤러리 관장)
  • 승인 2011.04.2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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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와 화랑의 관계는 아주 모호하다. 악어와 악어새는 절대로 아니고, 공생 하려니 공통점이 없고, 상생 하려니 뭔가 서로들 손해 보는 느낌 이다. 여타 미술품에 대한 환경이 변하면서 전시 먹고사는 기획사나 미술 중계인, 광고 먹고사는 잡지사, 자본력 약한 화랑들 죽을 맛이다. 정치를 탓할 수도 경기를 탓할 수도 없다. 화가는 경비 안 들이고 전시했으면 하고, 화랑은 임대료가 아니면 작품이 판매되어야 먹고 산다.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나라도 이름만 유명한 화가와 화랑이 좀 있다. 이름만 유명한 화가는 그의 작품이 시장에 공개되어도 거래가 거의 없다. 이름만 유명한 화랑에서는 전시하는 화가가 그림을 팔지 않으면 아무것도 생기지 않는다.

이름만 유명한 화가는 자신의 개인전 때 무척 많은 작품이 팔린다. 오랜 지인이거나 문하생들이거나 아는 사람들이 구매해 준다. 그런데, 이런 분들이 화랑을 찾아 초대전 해달라고 하면 거의 대다수 화랑에서는 곤란의 표정을 짓는다. 화가님이야 자신을 초대하면 폼도 날것이고, 전시경비도 감축되고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화랑에서는 작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 화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화랑 손님도 없을뿐더러 작품을 화가 스스로 판매해 주지 않는다면 그저 그런 파리만 구경하게 된다.

화가는 자신의 초대전에서 작품이 10여점 판매될 것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믿고 강조하지만 화랑에서는 절대로 믿지 않는다. 작품판매가 잘 되면 좋은 일이지만 작품판매가 거의 없었을 경우 화가와 화랑의 애매한 관계는 여기서 시작된다. 매매수익을 얻지 못한 화랑을 위해 화가는 자신의 작품을 기증한다. 화랑의 경비를 얼추 추산하여 거기에 맞는 작품을 두고 간다. 그것도 20호나 30호를 제공한다. 판매가 잘 되지 않았더라도 판매가격을 호당 30만으로 계산하여 600만원이나 900만원을 화랑에 주었다고 작가는 생각한다. 화가는 자신의 작품 가격을 외형으로 계산하고, 화랑은 화랑의 마진을 뺀 부분으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 작품이 판매가 된다면 뭐 할 말 없겠지만, 이건 도무지 팔리지도 않는다. 악성재고다.

화랑은 앞선 경우의 손해를 감수하지 않기 위해 화가에게 모든 것을 떠맡긴다. 도록이며, 광고비, 여타의 경비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초대전이란 이름으로 전시장만 무료로 제공한다. 화가는 그 화랑의 명성과 역사를 믿고 작품판매에 대한 기대가 충만하다. 작품판매가 전혀 없었음에도 화랑에서는 작품을 기증하라는 눈치를 준다. 20호나 30호를 준다. 화가는 땅 파먹고 사는 존재도 아닌데 말이다. 화랑의 횡포다. 

상황만 다를 뿐 이러한 일은 예술계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아름답다. 하늘이 맑고 산이 푸르러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미술을 전공하면 절대로 굶어죽지 않는다. 지금껏 굶어 죽었다는 미술인 한명 보질 못했다. 화가는 그림 안 그리면 그만이고 화랑이야 문 닫으면 그만 아니겠는가. 그러나 서로 그러지 못함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다시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형성된 구조이므로 서로를 위한 협조가 필요하다. 아트페어니 부스개인전이니 초대전이니 대관전이니 하는 것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같은 영역에 사는 다른 분야의 사람들끼리 제발 말 좀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섭섭하면 섭섭하다 왜 말을 못해!, 억울하면 억울하다 말을 해야 할 것 아니야.”
어려운 시대 가까운 사람끼리 소통하며 살아가면서 극복해야 한다. 말만하면 극복될 수 있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