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륙, ‘엄마를 부탁해’ 돌개바람
미 대륙, ‘엄마를 부탁해’ 돌개바람
  • 최경호(‘문학in’취재부장)
  • 승인 2011.04.2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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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노벨문학상’?... 미국에서 초판 10만 부 펴내자마자 다 팔려

신경숙 책바람이 미 대륙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다시 태풍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2008년 나온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요즘 미국에서 나와 현지 언론들 좋은 평을 받으며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주간 종합베스트셀러 2위로 올라섰다.

작가 신경숙 해외판권을 관리하는 KL매니지먼트(대표 이구용)는 16일 “이 소설은 오는 24일자 뉴욕타임스에 발표되는 베스트셀러 순위 양장본 소설(Hardcover Fiction)' 부문 21위에 올랐다”며 “이 순위는 지난 3-9일 일주일간의 판매 집계를 바탕으로 것으로, '엄마를 부탁해'는 5일 공식 출간 이후 5일간의 판매만으로 순위에 포함됐다”고 밝혔다.뉴욕타임스는 부문별 35위까지 베스트셀러를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하며, 오프라인에는 부문별로 상위 15까지 또는 20위까지 목록을 싣는다.

이구용 대표는 "미국 출판사 크노프 측이 최근 5쇄에 돌입했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들었다고 알려 왔다"며 "한국소설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한 것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를 망라하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는 전 지역 각계각층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며 "전 세계 출판인들이 주목하는 집계에서 검증받음으로써 앞으로 작가와 작품에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판 10만부를 펴낸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은 현지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아마존닷컴과 반스앤노블 등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5일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에서 모린 코리건 조지타운대 교수가 '엄마를 부탁해'에 대해 "김치냄새 나는 크리넥스 소설의 싸구려 위안"이라고 혹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NPR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누리꾼들 사이에 논란이 벌어졌다.

NPR 홈페이지에는 이 서평에 대한 비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김치냄새'라는 언급이 인종차별적"이라고 분노하며 사과를 요구했다.미국 유명 문학출판사 크노프는 “해외 작가로는 이례적으로 초판 10만부를 찍었다”라며 “이는 전체 발간되는 책 중 5%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례적으로 북섹션(4월 3일자) 한 면 모두에 서평을 실은 데 이어 ‘오늘의 책’으로 뽑으며, 문화섹션 톱기사(3월 31일자)로 책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는 "모성의 신비에 대한 날것 그대로의 헌사, 처음에는 명령처럼 들렸으나 훨씬 더 강력한 힘을 지닌 기도로 바뀌는 책"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대형작가에게만 예외적으로 같은 책을 본지와 북섹션에 소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초대형 서점 체인인 반스앤 노블은 ‘여름 2011 디스커버 프로그램’ 신작 15개 가운데 하나로 뽑았으며, 미국 개인서점조합도 ‘4월의 책’으로 뽑았다. 신경숙은 미국 7개 도시와 유럽 8개국을 도는 북투어를 통해 한국문학이 지닌 우수성을 지구촌 곳곳에 알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엄마를 부탁해’는 지난 2009년 9월에 우리나라에서 나와 10개월 만에 100쇄 100만 부를 넘어서면서 우리나라 곳곳에‘엄마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신경숙은 5일 저녁 뉴욕 맨해튼 한국 총영사관에서 열린 영문판 출판 기념회에서 “이 책은 이 세상의 모든 엄마에게 바치는 헌사"라며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린 엄마들이 우리 마음 안으로 되돌아오는 심리적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경숙은 "이 책의 영문판은 나 개인에게도, 한국문학으로서도 미국에 내리는 첫눈일 것"이라며 "앞으로 이 첫눈 위로 또 다른 아름다운 눈들이 풍성하게 쌓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귀띔했다. 한국문단에서는 ‘엄마를 부탁해’가 한국문학이 지닌 우수성을 보여줌으로써 노벨문학상에 한걸음 다가간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고 있는 우리나라 문인은 고은 시인이다. 그는 지난 2002년 처음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른 뒤 해마다 후보로 오르고 있다.

문단 한 관계자는 “그동안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을 보면 시인보다는 소설가가 더 많았고, 아시아 문인으로는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 이후 16년간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가오싱젠을 중국 작가로 인정할 경우 10년간)는 점을 감안하면, 신경숙의 수상도 점쳐볼 만하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는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을 받을 경우 경쟁선상에 있는 소설가 황석영이나 시인 김지하 등은 받기 어렵게 돼 20년 정도 아래인 후배 작가들에게 기회가 생긴다는 점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크노프사와 함께 7일 출판기념회를 함께 연 뉴욕 한국문화원 이우성 원장은 "엄마라는 소재를 한국적 정서와 인류 보편적 정서를 담아서 호소력 있게 표현한 이 작품이 한국문학의 우수성을 알리고 미국 내 한국 문학의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주연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은 7일 우리나라 문인이 노벨문학상을 받기 위해서는 “원작이 우수해야 되는 것은 기본이고 좋은 번역의 경우 현지 독자 소비층을 감동시키는 '감동번역'이 돼야 한다”며“'번역(飜譯)은 반역(反逆)'이라고 할 만큼 어려운 작업이고 우수한 번역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못 박았다.

한국문학을 세계 출판시장에 내놓고 있는 이구용 ㈜임프리마코리아 상무는 스스로 쓴 ‘소설파는 남자’에서 “작품 하나를 어느 나라에 파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멀리 내다보고 작업해야 한다”며 “세계 독서시장에 나가면 작가는 더 이상 개인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기 때문”이라고 썼다.

문예지 ‘작가세계’를 펴내고 있는 최윤혁 세계사 대표는 “한국출판산업에서 외국서적 수입 비중이 매우 커서 늘 안타까운 마음이었다”며 “우수한 편집자, 번역자들과 함께 우리나라 문학을 수출해 세계에 알리는 선도적 역할을 하고 싶다”고 되짚었다.

장윤익 동리목월문학관장은 “한국문학의 세계화는 '한국적인 것의 세계화가 아니라, 세계적인 보편성의 속성을 알아내 역으로 그것을 한국적인 것에서 찾는 것”이라며 “즉 한국 속에 숨어 있는 세계적 보편 속성을 발굴하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출판계 한 관계자는 “신경숙을 비롯해 김영하, 이은, 조경란, 한강 등 많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번역돼 세계로 나아갔다”라며 “현대단편소설이 주종을 이루고 있고, 한국소설의 매력을 드러낼만한 작품이 번역이 안 된 게 아니냐. 황석영 ‘장길산’, 조정래 ‘태백산맥’, 박경리 ‘토지’ 등 대하 장편소설이 번역된다면 한국을 더 이해시키기 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출판계와 문단에서는 신경숙 책이 미국 현지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데 대해 “문학은 영상에 비해 전파와 이해시간이 더 소요되므로 성과에 대해 차분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우려스런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