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경남연극제 '그들이 사는 세상'은 진행 중
통영, 경남연극제 '그들이 사는 세상'은 진행 중
  • 홍경찬 기자
  • 승인 2011.04.2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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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극단 고도가 보여준 그들이 사는 세상.

[서울문화투데이 경남본부=홍경찬 기자]대한민국 사회는 엎친 데 덮치면 절벽 낭떠러지다. 탄성력 상실한 번지 점프이다. 썩은 동아줄이라도 힘겹게 붙잡아야 가족이 살아갈 수 있다. 그 누구도 손 내밀어 주지 않는다. 스스로 서지 않으면 붕괴되고 압축되는 세상이다.

▲ 극단 고도 그들이 사는 세상. 김소정(엄마 역,왼쪽), 전지현(지체아 아영 역)
 극단 고도(대표 유병철)가 제29회 경남연극제에 출품한 '그들이 사는 세상'에 나오는 가족에 관객은 보기 좋게 당했다. 무겁고 우울한 현실과 마주쳤다.

 남편과는 사업 실패로 사별했다. 큰 아들 대학 등록금에다가 월세도 걱정이다. 자폐아 욱이와 지체장애자 아영, 시아버지는 치매가 있다. 다섯 가족이 사는 집은 집주인이 월세를 올려 달라 목소리를 높인다. 곧 집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돼 철거 위기에 놓였다.

 지체장애자 아영은 친딸이 아니다. 친부의 장기매매 돈벌이를 엄마는 필사적으로 저지한다. 식당에서 설거지에다 노래방 도우미로 나서지만 거기서 아르바이트 하는 큰아들과 조우한다. 끝내 자식들만 남아 달동네 야경에 비친 별과 나비를 좇게 된다. 현실과 괴리된 이상만 관객들에게 던져 준다.

 극단 벅수골 연극을 자주 본다는 주영민(54세,통영)씨는 "울었다. 용산참사도 떠올랐다. 학창 시절이야기 같지만 현재 모습이기도 하다. 재개발로 죽은 어머니가 너무 마음이 아프다"라며 동행한 아들 손을 꼭 잡고 객석을 빠져 나갔다.

 이틀간 온 가족과 함께 경남연극제를 관람했다는 통영시청의 한 공무원은 "연극이 무거웠다. 너무 무겁다. 남편과 두 딸에게 세상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 거 같아 미안하다. 행복도 있고 기쁨도 있는 면을 보여줬지만 보는 내내 우울했다"며 "친자식들이 아님에도 지고지순한 자식 사랑, 내리 사랑을 보여준 어머니 희생이 기억에 남는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들이 사는 세상' 극작가이자 주인공 엄마 역을 소화한 김소정 배우는 "화기애애한 가족의 단란함을 보여주고 싶었고 코믹하게 그릴려고 했다. 사회적 메시지도 넣었다. 노숙자, 장애우, 성폭력 해결이 잘 안되지 않냐. 차세대들이 짊어질 숙제이기도 하다"라면서 "주인공인 엄마 생사를 두고 고민했지만 결국 죽음으로 무대에 올렸다. 무대 위에서 객석을 보니 자꾸 우시는데 무겁게 보이지 않으려고 작정했지만 성공한 거 같다"(웃음)라며 행복을 역설적으로 표현했음을 말했다. 

 제29회 경남연극제는 오는 29일까지 통영에서 진행 중이다. 이 땅에 살고 있다는 것이 행복임을 보여줄 연극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중반에 치다른 경남연극제 관객은 행복해 보였고 감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