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연 'Dance-X' 앞두고 있는 무용가 밝넝쿨
[인터뷰]공연 'Dance-X' 앞두고 있는 무용가 밝넝쿨
  • 현창섭 기자
  • 승인 2011.05.06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 안에 숨길 수 없는‘댄스본능’

‘댄스본능’
어떻게 들으면 약간 촌스러울 수 있는 말 이지만 무용가‘밝넝쿨’을 알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 이기도하다.
현재‘오!마이라이프 무브먼트 씨어터’의 예술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립현대무용단 안무가 베이스캠프의 안무가로 선정된 그는 현재 한국에서 주목 받고 있는 젊은 무용가다.
그의 춤은 사회적이거나 정치적인 것들이 섞어 있지 않는 순수한 상태, 이러한 상태에 가기 위해서 감각도 열고 마음도 열고 모든 것을 열어서 도달하는 순수한 아름다움을 경험 하는 것. 그러한 경험을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몸’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유 할 수밖에 없는 댄스 본능을 전달하는 무용가‘밝넝쿨’을 만났다

 "춤을 통한 경험과 깨달음의 삶, 국민과 함께 하는 것이 꿈"

무엇보다 이름이 특이하고 인상적인데요,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넝쿨’은 태어날 때 시골 서당의 훈장님이셨던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예요. 당시에는 너무나 파격적인 이름이라 어머니는 제가 놀림을 받을까봐 그러셨는지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영준’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게 되었고 몇 년 전, 결혼을 앞두었을 때, 많은 것들을 떨쳐버리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 다시 처음의 이름을 찾게 되었어요. 그리고‘밝다’라는 뜻을 더해‘밝넝쿨’이 되었죠. 옛날 영준은 뭔가 조금은 소심했었어요. 넝쿨은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춤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려면 좋은 의미의 힘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넝쿨이란 이름은 그런 의미에서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춤’을 시작한 동기나 계기가 있다면?
처음부터 춤을 전공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원래 저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뮤지컬 배우요. 그런데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춤을 배워야겠다고 생각 했어요. 그래서 찾아간 곳이 무용 학원이었죠.
그때 제가 시골에서 살아서  학원들이 별로 없었거든요. 춤을  배우려고 영광에서 광주까지 먼 거리를 다녔어요. 학교 끝나면 춤 배우러 갔다가 수업 듣고 그러다 차 놓치면 학원에서 자기도 하고 그렇게 하다 보니 점점 흥미도 생기고 해서 대학도 무용과를 갔어요. 하지만 대학 때까지도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는 고민과 갈등은 있었어요.
사실 연극 동아리 하면서 연극도 동시에 하고 있기는 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비중이 춤 쪽으로 많이 기울게 되면서 지금은 무용가의 삶을 살고 있죠.

어려운 질문일지도 모르겠는데, 밝넝쿨님이 생각하기에‘춤’이란?
춤은 같은 몸을 지닌 인간이라는 동물이 필연적으로 공유 할 수밖에 없는 것, 논리적으로 이해 할 수는 없지만,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댄스본능’재미있는 표현인데, 좀 더 덧붙이 자면?
작년에 제가 시골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10개 마을을 돌며 공연하는‘텐 빌리지 프로젝트(Ten Villages Project)’는 저를 비롯해 해외의 무용가들이 참가한 국제문화운동이었어요.
문화예술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지역을 찾아가서 춤을 나누는 프로젝트였죠. 시골 마을에 정자나무 앞에서, 맨바닥에서 맨발로 춤을 추는 거죠. 당연히 공연에 함께하신 분들은 현대무용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었죠. 연세가 지긋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계셨어요. 하지만 그 자리에서 저희는 춤을 통해 그분들과 춤을 나누고 소통하고 느낄 수 있었어요. 결국 댄스 본능은 몸을 가진 같은 사람으로서 반응하고, 느낄 수 있고, 또 몸을 움직이고 싶어 하는 그런 본능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작업을 통해 일관되게 드러나는 주제나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오픈 댄스’예요. 지식이나 사고로 바라보거나 경험하는 것이 아닌 몸을 열어 모든 것을 느껴보는 거죠. 이렇게 피지컬에 집중 하는 작품으로 관객들을 건드려주면 뭔가 치유하고 공유할 수 있지 않을 까요? 모든 것을 열어 바라보고 공간을 인식하는 것. 소리를 인식하는 것. 그 이상의 것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니고 그렇게 몸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찾아가 보고 싶어요.
작업 할 때 영감이나 소재는 무엇을 통해 얻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작업을 통해 영감을 얻는 편이예요. 첫 번째 작업을 통해서 두 번째 작업의 영감을 얻는 것이죠. 그러니까 작업을 통해서 질문하고 질문을 통해서 또 다른 작업이 이뤄지죠. 지금 하는 작업이 그 다음 작업의 연장인 셈이죠. 깊이 있게 많은 시간을 가지고 작업을 하면 할수록 질문들은 더 많이 생겨나고 그것이 결국 다음 작업으로 이어지죠.

쉴 때 주로 하시는 취미나 즐겨하는 일이 있다면?
특별히 가진 취미는 없어요. 거의 모든 시간을 춤과 함께 보냅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춤을 추고, 춤을 배우며 춤추고, 연습하며 춤을 추고, 공연하며 춤을 추죠. 많은 예술가들이 그렇듯이 무용가는 춤 안에서 성장할 수 있죠. 어쩌면 춤을 추는 것 그 안에서 말이죠.

5월에 공연하시는 <DANCE - X>를 앞두고 있는데, 소개 부탁드립니다.
<DANCE-X>는 2008년에 처음을 열렸고 올해가 두 번째인 국제문화교류의 일환으로 이루어집니다. 서울의 LIG 아트홀(한국), 도쿄의 아오야마 원형극장(일본), 그리고 몬트리올의 탄젠트 극장(캐나다)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프로젝트로서 젊은 안무가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실질적으로 적극적인 지원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어요.
먼저 오는 5월 8일부터 3일 동안 도쿄에서 공연을 하고 5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 동안 서울, LIG 아트홀, 몬트리올에서 5월20일 부터 공연하게되죠. 공연의 구성은 각 나라를 대표하는 안무가들이 한 작품씩 올리게 되어있어요. 총 3개의 작품이 동시에 무대에 오르고 함께 3개국을 투어하는 것이죠. 

제가 이번 무대에 선보이는 작품은 저에게 좀 특별한 작품이기도 한데 <Transforming View>라는 작품이예요. 지금의 아내이자 춤 동료인 인정주와 만나 처음 함께 만들었던 작업 이예요. 서로의 의견이나 개성이 너무나 뚜렷해서 만들고 연습하면서 정말 많이 싸웠던 기억이 있어요.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도 했고 사연도 많고 에피소드도 참 많은 작품이예요. 정말 힘들게 만들었었죠. 그래서 그랬는지 관객 분들의 반응이 참 좋았어요. 이 작품으로 상도 여러 번 받았고요. 무용가로 저와 아내를 많은 관객들에게 알릴 수 있었던 작업이었기도 하구요. 작년에 6개국 유럽 투어를 했었는데 해외 무대에서도  호응이 매우 좋았던 작품 이예요.

앞으로 무용공연을 접하게 될 관객 분들께 한마디 전한다면?
무용, 춤이 어렵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이를 테면 개그 콘서트처럼 즉각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니까요. 관객 분들께 어쩌면 불편한 자리 일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저는 그냥 편하게 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논리적으로 이해하려 하기 때문에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편하게 느끼고 자유롭게 관람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심각하면 심각한데로, 즐거우면 즐겁게, 웃기면 웃으시면 돼요. 그것을 몸으로 느끼는 거죠. 

마지막으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춤을 통해 그 어떤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한 상태의 원초적 영역을 찾아가 보고 싶어요.
그리고 그것을 혼자가 아닌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이러한 춤을 통한 경험과 깨달음의 삶을 우리나라 국민의 80 퍼센트 이상이 함께 하는게 제 꿈이예요. 그러한 춤을 많은 사람들이 출 수 있도록 애쓰는 것이 저의 사명 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