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의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색채전공으로 미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작가는 색채전공자답게 환상적이고 다채로운 색의 스펙트럼으로 아름다운 색면의 조화를 보여준다. 그리고 꽃은 그녀의 내면을 표상하는 시적 은유물이자 완벽한 작은 우주로 탄생한다.
작업과정에서의 감흥과 심인(心因)을 중시하는 작가는 사실주의적 전통을 넘어서 전‧후경을 교차구성하거나 부분과 전체를 오버랩하는 실험적 기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우연히 흩뿌려진 대상 간의 거리, 재단된 면의 겹침과 교집합에서 긴장과 충돌, 역설적이게도 화해와 조화가 생겨난다.
작가는 또한 주 대상의 색조 뿐 아니라 바탕 배경의 질감 획득에도 한 뜸 한 뜸 심혈을 기울인다. 그녀의 석채화(石彩花)가 신비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이다.
작가가 수놓는 캔버스는 유년의 꽃밭을 거닐듯 사랑스럽고, 기호와 상징이 살아 숨 쉬는 기하학적 도형의 구도로 안내하기도, 때로 형광물질을 뿜어내는 심해의 어둡고 정밀한 세계로 인도한다.
꽃을 모티브로 조화로운 삶을 일관되게 추구해온 작가의 경지가 어떻게 변주될지 사뭇 궁금하다. 이번 전시회에서 꽃의 현재와 진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운이 좋다면 그보다 훨씬 오래되었을 꽃의 기억과 탄생설화, 존재의 시원(始原)과 삶의 원형(原形)을 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작가 안진의 (Ahn, Jinee)>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동대학원 색채전공 미술학 박사 개인전 23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