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비인간적 직원퇴출 프로그램 파문
KT 비인간적 직원퇴출 프로그램 파문
  • 홍경찬 기자
  • 승인 2011.05.1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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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경쟁력 갖추기 위해 미행ㆍ사찰 ,50대 여직원 전신주 올라가는 작업지시?

KT '올레'는 어디가고 직원들 '나가 줄래?'
국정원 뺨치는 KT측의 미행, 직원 사찰, 퇴출프로그램

아이폰 출시로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는 국민기업이라 할 수 있는 KT가 직원들을 퇴출시키기위한 프로그램이 반인권적 반인격적으로 자행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인력퇴출프로그램을 담당했던 전직 KT간부였던 반기룡씨가 회사측으로부터 온갖 고통과 수모를 받아온 피해직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KT의 행위에 대한 양심선언으로 소문으로만 떠돌던 내용의 실체가 공개된 것이다.

 

▲지난 4월에 열렸던 기자회견장 모습

 

 # KT 파문 사례 1
KT측의 짜여진 각본에 의해 평생 바친 회사서 쫓겨나

KT 직원 김옥희씨(퇴직)는 지난해 1월 징계 해고됐다. 2001년 114 분사 시 전출을 거부해 정년을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KT 회사측의 부진인력관리프로그램 각본에 의해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 

김씨는 114분사 후 대구에서 왜관, 왜관에서 포항, 포항에서 울진,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난 2009년에는 울릉도까지 발령이 났다. 2006년부터는 개통업무에 마지막으로 근무했다. 게다가 집요하게 KT 회사측으로부터 명퇴 강요, 인간적인 멸시, 집단 따돌림 등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언젠가는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계속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하나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도 참고 견뎠으나 끝내 ‘해임통지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옥같았던 KT회사측의 집요함은 일기장에 고스란히 적혀있다. "점심 회식 5분 전 불끄고 모두 나가면서도 서로 말 한마디 안한다. 1시반경 월드콘 모두들 먹으면서도 먹어보란 말조차 없다.... 나는 똥보다 못한 가보다"라고 적어 내려갔다.

또 "칠포국사 도착하니 잡초가 허리를 넘는다. 낫으로 하면 어차피 장마철이라 일주일이면 다 자라서 잡초제거 안 했다고 할까 봐서 일일이 다 뽑았다"며 "정신과 진료실 앞에 기다리고 있으니 눈물이 비오듯 한다. 나는 어찌하다 이 지경까지 됐나. 간호사가 깜짝 놀라 티슈 갖고 와서 땀이냐고 물었다"라고 그간의 고심을 상세히 기록했다.

 

1.이외에도 많은 증거 서류가 있다.

 


#KT 파문 사례2
KT 울릉도발령, 집단 따돌림, 전봇대올리기…사표 낼 때까지

KT에서 퇴출된 다른 직원 육모 씨는 "114 업무 분사 후 잔류하자 2001년 충주, 2003년 제천, 2004년 괴산, 2006년 영동, 2010년 보은에 이어 다시 영동으로 전보조처 됐다. 2006년 영동지점에서부터는 선로유지보수 직무를 지시 받았으며 차량을 제공하지 않아 5km되는 거리를 베낭을 메고 걸어가 개통업무를 했다”며 “나이 오십에 여자 혼자 전신주에 혼자 올라가 일을 했으며, 전주를 타지 못한다고 전화국 마당에 임시전주를 심어 놓고 오르내리도록 강요받았다”고 폭로했다.

육씨는 집(청주)에서 영동까지 편도 2시간 넘게 걸려 출퇴근하고 있으며 구조조정 시마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퇴출면담에 시달려 오고 있다.

# KT 파문 사례 3
이석채 KT 회장 노사 상생은 '헛구호', 용산참사 빰치는 KT

KT 이석채 회장의 회사 경영은 현행 노동관계법에 위배되는 퇴출프로그램(CP) 등 혹독한 직원관리 체제를 운영해온 것으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 KT 이석채 회장

 

지난 2008년 11월 KT 사장추천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2009년 1월 취임한 이석채 회장은 한 편의 잘 짜여진 소설처럼 회장 자리에 올랐다. 낙하산 인사 논란을 묻기 위한 밀어붙이기식 스타일로 빚어진 결과물이란 평이다.

우선, KT는 긴급이사회와 임시주총을 열어 '최근 2년 내에 경쟁사나 경쟁사가 포함된 그룹의 임원을 지낸 사람은 KT의 이사나 사장이 될 수 없다'는 기존 정관 내용을 ‘KT의 직접적인 경쟁사 임원이 아니거나, 비상임 임원인 경우에도 KT의 이사나 사장이 될 수 있다’로 바꿨다.

당시 이석채 사장 후보는 경쟁사 SKC&C의 사외이사였으며 긴급이사회를 열어 정관 수정을 통해 사장에 올랐다.

취임에 맞춰 KT측은 "글로벌 회사로 발돋움 하기 위한 인물 영입은 직접 경쟁사 임원이 아니라면 KT 사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앞세우며 자연스럽지 못한 사장 선출 과정을 무마했다.

사장 취임 2개월만에 회장으로 승진한 이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KT를 빠르게 바꿔놓았다.
KT-KTF 합병, 대규모 구조조정, 아이폰 도입과 스마트IT 촉발, 와이파이-와이브로 네트워크 강화, 클라우드 리딩 등 숨 쉴 틈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갔다.

정부와도 손발이 척척 맞았다. 지난해 9월에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회장으로 발탁됐다. KT는 역시 ‘정부의 기업’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KT노조는 2009년 민주노총을 탈퇴했고 노조의 견제가 전무한 가운데 강도 높은 구조조정 그 서막이 올라 피비린내 나는 직원들의 눈물이 시작됐다.
실제로 이 회장의 취임 후 2009년에만 6천여명의 KT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KT의 인력퇴출프로그램 보고서2

KT 이석채 회장은 최근 언론에 폭로된 'CP프로그램(부진인력 퇴출 프로그램)' 등 일련의 KT 인권 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아직 KT는 이 사건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KT 언론홍보담당자는 본지와 통화를 통해"CP 프로그램은 전국적으로 시행은 한 것 아니다. 인력 강화 프로그램의 하나로 회사측의 역량강화를 중시하는 측면이다. 기술직에서 영업직 발령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고 해명했다.

# KT 파문 사례 4
양심선언으로 KT측 퇴출프로그램 세상에 폭로되다.

▲ 반인권적 KT 인력퇴출 양심선언 기자회견에 나선 전직간부였던 반기룡 씨.

 직원퇴출프로그램 실체를 밝히고 있다.

 

지난 수년간 회사측으로부터 온갖 고통과 수모를 받아온 여러 명의 KT전현직 직원들이 참석해 반씨와 함께 증언대에 섰다.

가해자였던 반씨와 피해자였던 노동자들이 한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 회견장을 말없이 지켜보던 KT직원들은 끝내 눈물을 터트렸다. 소문으로만 나돌던 KT의 반인권적 구조조정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난 순간이었다.

퇴출대상자를 등급별로 분류해 전국적인 목표와 본부, 지사별 목표 및 구체적 시행방안을 담고 있는 매뉴얼은 회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이들을 사지로 내모는 충격 그 자체였다.

전직 KT간부 반기룡씨는 인터뷰에서 "퇴출프로그램 실행은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그 프로그램을 주도했던 간부로서 지은 죄를 용서받고 싶었다. 반인간적인 KT의 작태를 세상에 알려 다시는 나 같은 불행한 노동자가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반씨는 당시 자신이 행했던 일들로 가책을 느껴 두 차례나 입원, 중증우울증 치료를 받았으며 2009년말 결국 퇴직했다. 현재까지도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CP프로그램 파일’에는 대상자를 파면조치할 때까지 업무지시서, 업무촉구서, 서면주의, 서면경고, 징계처리 등의 절차를 3회 반복하여 시행토록 하고 있고, 감사실에 통보하면 징계 조치한 후 타본부(비연고지)로 발령해 또 다시 업무지시서부터 반복하게끔 명시돼 있다. 결국 관리대상자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퇴출을 유도한다는 것. 직원의 실적과 성향, 동향 파악은 물론 면담과 답변 요령 등 개인별 퇴출 시나리오까지 상세하고 구체적인 퇴출 처리지침이 담겨져 있다.

단계별 관리수준은 핵심관리대상, 중점관리대상, 주요관찰대상, 잠재적 대상으로 분류해 우선 퇴출순위를 결정하고 있으며, 관리수준별 대상자 인적 사항에는 개인 사생활이 구체적으로 파악되어 퇴출 강요 면담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파일에는 2007년도 퇴출 목표는 전사목표 550명, 충북은 전년목표(16명) 대비 25% 상향으로 20명이라고 표기돼 있었다. 또 각 지사별 목표도 선정돼 있는데 전년도 목표가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미뤄 CP프로그램은 2006년도부터 시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양심선언과 기자회견 후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반격에 나서
민변 “인간존엄성 유린한 만행”

KT 노동인권탄압에 대한 법률의견서를 제출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KT의 퇴출프로그램은 “인간으로서 차마 하지 말아야할 모욕과 소외, 정신적 가해행위를 자행한 것이며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린한 만행”이라고 밝혔다.

권영국 변호사는 ▲퇴출대상자를 CP(부진인력)로 분류하여 부당전보․전직, 부당해고 한 행위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위반 ▲차별적이고 비인간적인 처우는 ‘근로기준법 제6조’ 균등한 처우 규정 위반 ▲연차유급휴가 사용불승인은 ‘근로기준법 제60조’ 위반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불이익은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위반 ▲집단적 따돌림 등 가해행위와 그로 인한 정신질환 유발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KT는 2002년도 민영화를 앞두고 1998년도 말부터 대대적인 인력구조조정에 들어갔으며 민영화 이전 2만여명에 달하는 인원이 명예퇴직 형식으로 강제 퇴출됐다.

민영화 이후에도 영업이익이 1조원을 초과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은 지속되었고 2003년, 2009년 2차례에 걸쳐 1만 명이 넘는 대규모 인력퇴출과 2008년도 IT분사구조조정이 있었다.

이 과정 중 2003년도 5,505명 퇴출 시 명예퇴직을 거부한 480여명을 회사는 재퇴출을 목표로 하여 상품판매직(상판팀)이라는 비편제 조직을 만들어 일방적으로 발령 조치했다.

당시 상품판매직 직원들은 상판팀 해체를 목표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회사측에 저항했으며 민주노총과 시민단체들의 지원을 받으며 1년간 투쟁한 끝에 상판팀을 2004년 연말에 해체하게 된다. 이후 KT는 새로운 방식의 정리해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되며, 그것이 이번에 밝혀진 ‘CP(부진자) 프로그램’이라는 게 KT해고자들의 주장이다.

 

▲분당 KT사옥 전경

이후 KT는 114잔류자, 민주동지회 가입자, 업무부진자 등을 대상으로 치밀한 퇴출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것으로 보인다. KT는 지난 연말에만 무려 5천여명이 명예퇴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KT측의 횡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현 직원수가 3만2천여명으로 경쟁사 대비 여전히 많은 편이라 앞으로도 ‘퇴출작전’이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KT측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