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기행-53] 춘원당한방박물관
[박물관기행-53] 춘원당한방박물관
  • 현창섭 기자
  • 승인 2011.05.25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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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옛 이야기처럼... 6대에 걸친 이야기 고스란히...

서울, 그것도 한 복판에서 7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 있다. 음식점, 카페, 패스트푸드점, 옷가게... 일 년에도 몇 번씩 수시로 바뀌는 가게들이 아주 자연스런 풍경이 된 요즘, 눈여겨 볼 일이 아닐 수 없다.
‘춘원당한방박물관’을 이야기 하려면‘춘원당한방병원’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춘원당한방병원’은 1847년부터 시작해 현재 7대째 내려오고 있으며 현재 윤영석 원장의 자제분들도 한의학의 길을 가고 있으니 8대가 되는 셈이다.

▲박물관 전경

춘원당의 역사는 오래 됐지만, 그 역사를 세상에 내어놓고 사람들과 공유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11월부터다. 평소 미술, 음악에 조예가 깊던 윤영석 원장과 이윤선 관장 부부가 하나 둘 ‘침통’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7대째 전해내려 오던 선조들의 생활유품도 중요한 자료가 됐다.
우리 조상들의 유산인 한의학의 가치를 바르고 친근하게 알리고 옛 전문 의료기구들을 보며 다가오는 의미와 한의학 치유원리가 담긴 아름다움을 사람들과 공유 하고픈 마음에서 문을 연‘춘원당한방박물관’은 우리를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할아버지의 손 때 묻은 물건을 만나는 친근한 시간으로 안내한다.

박물관 둘러보기
먼저 박물관의 건물에 주목해보자. 황두진 건축가가 설계한 세련된 건축물은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통유리로 돼있는 3층과 건축재료 자체를 그대로 드러내는 건축방식  은 과학성과 투명성, 천연재료를 사용하는 한방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널찍한 병원 로비가 반긴다. 깔끔하고 널찍한 로비는 최근 MBC 수목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병원 문을 닫는 휴일에 촬영이 이뤄져 촬영장면은 보기 힘들겠지만 TV를 통해 내가 아는 장소를 확인 한다는 건 묘한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춘원당한방박물관’은 병원 건물 5층에 자리하고 있는 아담한 박물관으로 우리나라 한방 유물 150여점이 전시 돼 있다. 사실‘유물’이라는 조심스런 느낌보다, 우리네 선조들이 쓰던 손때 묻은 물건들을 놓아둔 것 같은 친근함이 느껴진다. 약탕기와 약사발, 약재를 볶을 때 쓰던 약볶이, 약재를 가루로 만들 때 쓰던 약연, 다양한 종류의 침통과, 약소반 들이 전시 돼있다. 화려하진 않아도 두고 쓰기에 실용적인 단순한 모양새가 오히려 기품 있어 보인다. 또 그 단순함 안에 담긴 해악과 정교함 들도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눈여겨 볼 유물 몇 점
박물관의 유물들은 친근한 유물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재미있고 독특한 것들이 있어 소개한다.
먼저 조개약볶이 다. 약볶이는 약재를 살짝 볶을 때 사용했던 도구로 쇠로 만들 경우에 약효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왕실에서는 흔히 은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서민들은 조개나 놋쇠 곱돌 등을 사용해 만들었고 박물관에 전시된 것은 조개(가리비)로 만든 약볶이다. 커다란 가리비의 가장 자리에 놋쇠로 테두리를 두르고 손잡이를 접었다 폈다할 수 있게 만들었다. 조선시대 유물로 추정되며 어디 가서 보기 힘든 흥미로운 유물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조개가루를‘모려분’이라는 약재로도 사용을 하는데‘화’를 삭히는 약재라고 한다.

▲조개 약볶이

조금 옆으로 가면 만날 수 있는 유물은 곱돌 약탕관 이다. 약탕관은 약을 달인 후 바로 따를 수 있게 만든 약탕기로 좀 투박해 보이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이 일품인 유물이다.
다양한 장식의‘침통’도 감상 할 수 있다. 침통은 의사들의 취향에 따라 은, 금속재료, 상아 등 재질이 다양했다. 침통은 단순히 침을 넣어 가지고 다니는 기능도 있었지만, 부적의 의미도 가지고 있었다. 침통에 새겨 넣은 박쥐나 십장생의 무늬를 통해 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기원의 의미를 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당시 의사들은 천에 침을 꽃아 둘둘 말아서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침통 중 눈에 띄는 것이 은제 칠보이화문 침통 이다. 칠보로 몸통을 장식한 육각형 은제침통으로 조선왕실의 상징이었던‘오얏꽃’무늬로 장식했다. 안에 있는 침도 은으로 섬세하게 제작했으며 공예품으로도 가치가 높다.

여러 종류의 약 소반 들은 일반 소반보다는 작은 형태로 특별한 장식이 없다. 하지만 거북이의 형태로 장수를 기원 한다거나, 통영이나 나주 같은 지역은 상판보다는 측면을 장식하던 특징이 있었다. 이런 지역의 색깔들을 여러 가지 약소반 들을 통해 느낄 수 있다.  특히 붉은 칠이 돼있는 약 소반 들은 왕실에서 사용하던 것들이며 당시 붉은색은 왕실에서만 쓸 수 있었다. 다양한 약소반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흥선대원군’이 사용했던 주칠약소반 이다. 왕실에서 주로 사용하던 무늬들이 다리에 조각돼 있으며 소반아래쪽에‘운현궁’이라고 한글로 쓰여 있다.

▲흥선대원군이사용했던 주칠 약소반

사슴머리모양 영지장식 은 영지버섯 밑동을 사슴모양으로 정교하게 조각한 공예품이다. 영지는 예로부터‘불로초’라고 불릴 만큼 영험하게 여겼던 버섯으로 오래전부터 귀한 약재로 쓰였다. 사슴모양 조각을 영지버섯에 붙인 것이 아니라 밑동을 그대로 깎아 조각한 것으로‘불로장생’을 의미하는 예술품이다.

5층 박물관을 돌아보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3층 탕전실에 가보는 것도 흥미롭다. 국내 최초로 디지털 방식을 사용한 탕전실로 조제 및 배송의 전 과정을 볼 수 있다. 특히 환자가 직접 약재의 조재 과정을 지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때론 약재를 직접 가지고와 달여 가시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운이 좋다면‘쌍화차’도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다.

▲6대 윤용희 선생이 직접그린 춘원당한의원 잡지광고
지하 1층에는 역사관이 있다. 춘원당의 옛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다목적 홀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춘원당을 만들고 지켜왔던 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은 춘원당 건물의 변천사와 과거의 사진들, 환자들이 직접 작성한 방명록, 진료수첩, 잡지에 실었던 춘원당 광고들을 볼 수 있다.

 

1847년부터 춘원당은 소문난 의원으로 우리와 함께 해왔다. 한 가족의 가정사 일 수도 있겠지만 7대의 역사는 우리‘한의학’역사의 한 챕터 일 수 있다. 좋은 5월에 춘원당의 역사 속에 보이는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의 숨을 잠시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최근 춘원당은 7대의 이야기를 <춘원당-춘원당과 한의학 이야기> 라는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 박물관 유물에 대한설명은 물론‘한의학’에 관한 이야기와 춘원당의 역사를 일기 쉽고 재미있게 구성한 이야기책이다. 춘원당의 이야기 무엇보다‘한의학’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맛보기 원하는 분들에겐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도서는 박물관에서 구입가능)

관람시간 :
월,화,수,금 : 오전 9시30분~오후 6시
목,토 : 오전 9시30분~12시 30분
매주 일요일 휴관 
관람문의 : 02-3672-2005 
           www.cwdmuse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