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선칼럼]한국 공예문화의 발전과제
[천호선칼럼]한국 공예문화의 발전과제
  • 천호선/컬쳐리더인스티튜트원장
  • 승인 2011.05.2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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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무조건적 계승이나 집착은 창조성‘결핍’초래
영국에서는 산업혁명 이후 미술 교육을 받지않은 기술자들이 미적으로 저급하고 사치하기만 한 산업제품을 양산하게 되자 미술공예부흥운동이 일어났다.

이것은 존 러스킨(John Ruskin)의“산업없는 생활은 죄악이나, 미술없는 산업은 야만이다”라는 심미적 이상주의에 뿌리를 둔 것이며, 윌리암 모리스(William Moris)에 의하여 대중 중심의 실용미술이 확산되고 미술의 적극적인 사회화와 민주화가 추구되었다.

한편 영국 의회는 디자인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 미술과 제조업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디자인특별법을 작성하였는데, 그 목적은 미술과 제조업이  협동해서 우아한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고 대중들의 미적 수준을 끌어 올림으로써, 결과적으로 제품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데 있었다.

장식미술로서의 디자인은 유럽 전체로 파급되어 자연물의 형태를 양식화한‘아르 누보’(Art Nouveau)운동에서, 기하학적, 추상적 장식의‘제체시온’(Sezession)운동으로, 그리고 기능 중심의 기하학적 ‘바우하우스’(Bauhaus)디자인에 이르는 역사적 발전단계를 거치게 되고, 이는 산업제품뿐만 아니라 수공예 전반에도 파급되었다.

또한 공예를 디자인과 결합시킴으로써 예술적인 생활공예의 산업화를 이루었으며, 마이센, 로젠탈, 웨지우드, 로얄 코펜하겐 등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특히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일찍부터 전통적 공예에 새로운 감각의 디자인을 절묘하게 결합하여‘스칸디나비아의 우아함’(Scandinavian Grace)이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한국의 공예문화는 외부의 새로운 영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보다는 전통에 의존함으로써 조용하고 단아한 동양미학의 정수를 유지하여 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전통의 무조건적 계승이나 집착은 창조성의 결핍을 초래하고, 양식적 모방과 반복은 예술가로서의 창조 정신을 말살시키는 위험을 초래한다.

이미 1700년대 중반부터 박제가, 이희경 등 실학파 학자들은‘우리 사회가 근검절약을 기본으로 하는 융통성 없는 경직된 사고 때문에 고품질 도자기 생산에 대한 의욕이 저하되고, 중국과 일본에 비해 도자기의 품질이 뒤떨어질 뿐만 아니라, 종류도 한정되어 있다’고 통탄한 바 있다.

물론 한국이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는과정에서 말살되고 있던 전통공예를 되살려 내는 일이 국가적 과제였으나, 비발전적 전통의 고삐에 묶여 공예문화의 현대성과 예술성을 상실하게 된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문화의 발전과정에는 보존과 창조, 그리고 파괴가 함께한다. 서구사회는 1,2차대전을 거치면서 보존, 창조뿐만 아니라 창조를 위한 파괴도 서슴치 않았고 이것을 그들의 문화예술속에 체질화시켜 왔다.
전통의 현대적, 현재적 재해석은 전통의 파괴로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전통 파괴를 금기시하여 왔으며, 무비판적, 과거지향적 가치관이 미래지향적 사고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오도되고, 심지어 잘못 만들어진 과거까지도 보존해야 하는 것으로 오판하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문제는 특히 공예문화 전반에 걸쳐 심각한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털어버려야 할지, 그리고 무엇을 받아들여야 할지 냉정하게 분석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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