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 칼럼] 화가는 죽어야 값이 오른다?
[박정수 칼럼] 화가는 죽어야 값이 오른다?
  • 박정수 / 미술평론가 (신의손 갤러리 관장)
  • 승인 2011.05.2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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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예술가는 죽어야 가격이 오른다고...
이 말과 함께 우리는 가난하게 살다간 밀레나 고흐를 떠올린다. 평생 힘겹게 살다간 위대한 예술가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들은 살아있을 때 몹시나 유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밀레는 1860년경에 이르면 그의 작품을 찾는 사람이 아주 많아진다. 밀레가 살아 있을 때 얼마나 유명했으면 고흐가 그의 작품을 보고 베꼈겠는가. 두 사람은 3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살아 있을 때 서로 만났는지 못 만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두 사람 다 살아 있을 때 엄청 유명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고흐도 피카소도, 이중섭과 박수근도 이세상 사람이 아니다. 고흐의 그림 가격은 수백억이 넘고 이중섭과 박수근의 작품은 30억 40억이 넘는다. 이들 모두 가난했지만 (피카소 빼고) 무명의 삶을 살진 않았다. 세상 논리상 살아 있을 때 유명하지 않던 사람이 어느 날 죽었다고 갑자기 유명해질 순 없다. 어림없는 이야기다.
사실 미술품 가격이라는 것이 정해진 잣대가 없다 보니 가격 자체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박수근의 작품이 45억 2,000만 원이라고 하는데 이건 정말 남의 얘기일 수밖에 없다.

당장 그림 한 점 사고 싶어 인사동이나 사간동 청담동을 방문해보자.
100만 원 정도에도 살 수 있는 그림은 없다. 싸게는 300만 원, 비싸게는 몇 억 원씩 작품 가격이 붙어 있다.
그런데 피카소가 1905년에 그린‘파이프를 든 소년’은 2004년 뉴욕 경매에서 1억 420만  달러(약 960억 원)에 팔렸다. 이 작품은 피카소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던 1950년에 미국의 그린트리재단에서 3만  달러에 구입했던 작품이다.

1905년에 그린 이 작품은 프랑스의 세계적인 화상 앙브루아즈 볼라르(Ambroise Vollard)가 1906년(26살) 젊은 나이의 피카소에게서 2,000프랑에 매입했던 작품이다. 지금의 높은 환율로 쳐도 400만 원이 못 되는 가격이니 무척 많이 올랐다. 그러나 그도 죽은 다음에 유명해진 것은 아니다.

오래 전에“여러분, 돈 마니 버세요!”라는 광고가 있었다. 미술계 바깥에 있는 분들은 나더러 아주 재미있는 사업을 하고 있다 말한다. 그러면서“나 한 5천 정도 투자할 수 있는데 좋은 미술품 하나 사줘. 두 달이나 6개월 후에 1,000만 원만 남아도 좋지 않겠어?”

정말 웃기는 이야기다. 어떻게 25% 순익을 가만히 앉아서 벌겠다는 욕심입니까. 거꾸로 1억 줄 테니까 3개월 후에 1천만 원만 더해주겠다고 하면 저는 지금 당장에라도 은행에서 융자 받겠다.
미술 시장은 돈 놓고 돈 먹는 공간이 아니다. 미술 재테크는 아트 테크(art tech)라고 해야한다. 게임을 이기려고 하기보다 즐기게 되면 더 쉽게 승리할 수 있다고 하듯이 돈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예술을 즐기겠다는 생각이 먼저여야 한다.

“어떤 그림 사지?”
“나이 많고 곧 죽을 사람 작품 사! 화가가 죽어야 작품 값 오른다고 하잖아.”
이 말을 믿는다면 지금 당장 주변의 노화가들 작품을 전량 구매해야 한다. 비싸지도 않다. 전량 구매하면 호당 가격도 없다. 그렇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화가가 죽어야 미술품 가격이 오를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고 하는데, 화가가 죽으면 높은 그림 값을 남길까? 그림을 구매하고자 한다면 활발한 활동과 함께 미술품 거래도 활발하게 유지되는 작가를 찾아야 한다. 간혹 생존해 있을 때는 유명했던 작품이 작가 사후에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작품의 명성보다 화가의 명성이 더 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