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조의 여왕된 ‘크리스티나’...한국에 시집온 까닭은
내조의 여왕된 ‘크리스티나’...한국에 시집온 까닭은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9.04.23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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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다 출연 역삼 글로벌빌리지 초대센터장에 카톨릭 대학 강의까지
몸 10개라도 바쁜 그녀... 울 남편은 왕자님, 시어머님은 여왕마마


최근 ‘내조의 여왕’으로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고 있는 김남주에 도전장을 내민 용감한 여인이 있다. 남자친구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잘나가는 일까지 버리고 낯선 한국 땅까지 쫒아온 아리따운 이탈리아 여인.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29)다. 한국과 또 한국인과 열렬한 사랑에 빠진 크리스티나는 현재 미수다 출연에 역삼글로벌빌리지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데다 카톨릭 대학에서 국제법 강의 까지 하고 있어 몸이 10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자기와 같은 외국인들의 고충을 알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는 그녀. 지금 그녀는 신혼의 깨소금 속에 푹 빠져 있다. 그녀의 행복 바이러스에 전염돼 보자.

"내일 생일 파티 해요"

역삼글로벌빌리지의 개관 1주년을 맞아 17일 생일 준비로 한창 바쁜 크리스티나는 명랑하게 말했다.

한국에 와서 정착하는 외국인들의 갖가지 고충을 살피는 곳인 역삼글로벌빌리지의 초대 센터장을 맡은 크리스티나. 그녀는 어떻게 이곳의 센터장이 됐을까.

“한국에 와서 국제적인 일을 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이태리 무역관에서 일을 했는데 그곳에서의 인턴쉽이 끝나고 회사를 알아보던 중 역삼글로벌빌리지에서 공고가 난 것을 봤지요. 저는 이 일이 제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외국 사람인만큼 한국에 와서 어떤 것들이 힘든지 잘 알잖아요. 이곳에 오면 어려움이 있을 때 솔루션 찾을 수 있어요. 외국인들이 센터에 와서 도움을 받았다고 기뻐할 때 저도 기뻐요.”

센터장으로서 그녀는 보람 있는 일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한국말수업이 무료로 진행되고 있고 외국인들과의 자발적인 자원봉사 활동도 이뤄진다.

“지난 3월에 강남구청 팀하고 외국인 자원 봉사 사람들 같이 만나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께 자장면을 준비해드렸어요. 또 작년에는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이 있는 지역 아동 센터에도 한 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방문했고요. 참, 지난해에는 이 곳 동사무소 내에 있는 콘서트 홀에서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했었는데 우리 센터 다니는 외국 학생들이 나와서 자기 나라의 춤도 추고 한국의 가야금 연주도 있었고요.

어려운 가족들도 오고해서 아주 특별한 밤을 보냈었어요.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선생님께 다도를 배운 적도 있었죠. 서울의 특별한 곳. 인사동 한남동 등을 함께 가기도 하고요. 한국전통양식으로 보석함들도 만들기도 해요.”

현재 100명이 한국어 수업을 위해 이곳을 찾고 있으며 자원봉사를 하는 외국인들까지 하면 200여명이 역삼글로벌센터를 찾고 있다고 한다. 크리스티나는 한국의 도자기와 다도, 한복 사물놀이 등을 좋아한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공주 옷을 좋아해온 만큼 공주 옷처럼 보이는 한복이 너무 좋다고.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찍은 사진은 한국인이 봐도 눈이 부실 정도다. 공주 옷을 좋아하는 까닭에 앙드레 김 패션쇼에도 두 번이나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도 가장 좋아하는 핑크색의 드레스를 입고 너무 행복했단다.

그녀가 한국에 온 이유는 ‘사랑을 쫒아서’이다. 남편은 현재 성악가로 이탈리아에서 유학 할 당시 크리스티나를 만났다. 그들이 만난 이야기는 꼭 영화에서 봤음직한 스토리로 무척 로맨틱하다.

선생님과 학생의 러브스토리. 이탈리아에서 한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이탈리아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던 크리스티나는 클래스에서 남편을 처음 봤을 때부터 반했다며 상기되어 말했다. 남편이 어디가 그렇게 좋냐는 말에 다 맘에 들어서 어떻다고 말할 수 없는 정도라고 즐거워했다. 

“처음부터 많이 좋았지만 제가 선생님이니까 이야기를 할 수 없어서 기다렸어요. 그런데 남편도 저를 처음부터 좋아했다고 하더군요. 수업이 끝날 때 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자고 하고 그 곳에서 저의 집이 무척 가까웠는데도 차로 데려다 주겠다고 했죠. 저는 ‘네네’ 그러면서 다 받았구요.(웃음). 운명적인 만남이었던 것 같아요.”

과감히 ‘사랑’ 선택한 그녀

▲ 지난해 4월 역삼글로벌빌리지 개소식에서 오세훈 시장, 맹정주 강남구청장과 활짝 웃고 있는 크리스티나

그녀는 한국에 오기 전에도 한국에 관심이 많았단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로 한국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5년 동안이나 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한국어 말하기와 쓰기를 틈틈이 배웠다. 그런 그녀가 한국 사람과 결혼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밀라노 카톨릭 대학원에서는 국제법 공부를 마치고, 잠시 벨기에의 블룩셀로 이사해 EU에서 일을 했었죠.

이탈리아하고 벨기에 하고는 가까워서 주말마다 남편을 만났어요.(당시는 남자친구)남편이 이탈리아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야 한다고 하자 저는 기로에 서게 됐죠. 일을 할 것인가 남자친구를 선택할 것인가 하고 말이죠.

그런데 저에게는 남자친구가 더 소중했어요. 남자친구가 한국으로 돌아가 버리면 자주 못 만나게 될 테고 그렇게 되면 관계가 소원해 지니까요. 그래서 과감하게 한국으로 왔어요.”

주변 사람들의 우려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사랑을 선택했고 2006년 9월 한국 땅을 밟았다. 그리고 이듬해 12월 지인들의 축하를 받으며 성대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남편과 여행을 많이 다녔을 법한데 본인에게 가장 아름다운 한국의 여행지는 어디였는지 묻자 시간이  없어 여행을 많이 못 갔다고 아쉬워하며 말문을 열었다.

“거제도가 진짜 예뻤어요. 바다도 너무 깨끗하고 나무도 많구요, 또 한국의 역사적 장소인 경주 불국사도 너무 맘에 들었지요. 이탈리아에도 역사적인 장소가 많아서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또 이천도 좋아하는데 제가 도자기를 좋아해서요.

다음 금요일에는 그 곳에서 행사가 있을 예정이라 또 가게 될 것 같아요. 용인에 있는 민속촌도 정말 좋았어요. 옛날 물건도 구경하고 처음으로 한복도 입어 봤어요. 그 사진을 미수다에 보내서 미수다도 시작하게 된 것이구요. 그리고 부산 해운대?”

‘해운대’의 발음은 아직 서툰 그녀. 한국의 아름다운 곳을 극찬하기 여념이 없었다. 한국인에 대해서는 어떤 면에서 이탈리아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말을 했다.  

반면 한국 사람이 ‘오픈 마인드’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다른 ‘오피니언’에 대해서도 열려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크리스티나가 한국에 와서 가장 좋았던 것은 무엇일까? 그녀의 대답은 의외로 소박하다. 음식 배달이 빨라서 좋다는 거였다. 이탈리아에서도 음식을 배달 받을 수는 있지만 느리고 양도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그럼 한국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녀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고 하다가 간신히 대답할 거리를 찾아 낸듯했다. 

“휴가가 많이 없다는 거예요. 이탈리아 에서는 여름에 3주~한달 가량를 쉬는데 한국은 1주일을 쉬면 그나마 다행인 것 같더라고요.” 

늘 바쁜 크리스티나는 휴가가 그리울 법 했다. 하지만 일이 많더라도 남편이 늘 도와주고 멀리 갈 땐 남편이 시간 나는 대로 꼭 차로 데려다 준다며 자랑이다. 남편이 바쁠 때는 시어머님이 손수 크리스티나를 데려다 준다.

말 못 알아들으니 ‘고부간 갈등’ 없어

그럼 크리스티나는 항상 외조를 받기만 할까? 그녀는 지난 3월에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남편의 공연 사회까지 맡는 ‘열성 내조가’다. 가장 잘하는 한국요리는 떡국. 시어머님이 가르쳐주셨다고 즐겁게 말하는 그녀는 부침개도 부칠 줄 안다고 하더니 삼겹살을 제일 잘 굽는다고 말해 한바탕 웃겼다.

그럼 삼겹살과 함께 언제 ‘쏘주’나 함께하자는 기자의 말에 술은 특별한 날에 마시는 와인 외에는 잘 즐기지 않는다고 했다. 

▲ 역삼 글로벌빌리지 내부
시어머님과 무척 각별한 사이로 보이는 그녀에게 한국에 ‘고부간의 갈등’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며 어떻게 극복하는 것이 좋을지 하고 짐짓 심각한 질문을 했다. 그녀의 답은 자못 경이로웠다.

“잔소리 하실 때 잘 못 알아들어요. 만약에 제가 잘 알아들으면 분명히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 못 알아들으니까 그럴 일이 없지요. 하지만 어머님은 정말 좋은 분이세요.”

미수다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그녀는 남편과 작은 다툼이 있을 때도 이탈리아어를 사용한다고 했다.

잘 싸우지도 않지만 그렇게 하면 티격태격하다가 재미있어지고 그러다보면 화해를 하게 된다고. 그녀는 행복한 커플이 되는 비결로 비밀이 없는 사이를 꼽았다.

그냥 조금 편하게 다 이야기하고 너무 진지하게 말고 그렇다고 농담만 하지 말고, 서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자기의 생각을 알려주고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해 주자는 것.

미수다에 함께 출연하는 사람들과도 특별한 우정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 2007년 6월부터 미수다에 출연한 덕분에 한국어도 많이 늘었단다. 외국 친구들이다보니 생각도 비슷하고 영어도 다 잘하고 해서 교류가 활발히 일어난다. 가장 친한 친구는 보로닌과 사유리. 그녀는 사유리가 ‘너무 귀엽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크리스티나는 지금처럼 미수다도 출연하고 센터장도 계속하고 대학에서 국제법도 가르치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했다. 2세 계획은 2년 후 쯤? 그러면서 자기가 아직은 어린나이라고 하며 동갑내기인 기자에게는 계속 ‘언니’라는 명칭을 썼다.

마지막으로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보라고 하자 그녀는 마치 벌써 남편이 앞에 앉아 있는 것처럼 너무나 사랑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많이 도와줘서 고마워요, 우리 남편. ‘우리왕자님’ 이예요. 나는 공주님, 시어머님은 여왕마마.”

서울문화투데이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