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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리’와 결혼한 명창 추성 정옥향 (양암원형판소리보존회 이사장)
소리는 나의 영원한 남편이자 친구, 우리 소리 세계 곳곳 갈 수 있어...스승 예술혼 꼭 이을 터
2011년 06월 08일 (수) 01:07:06 이은영 편집국장 young@sctoday.co.kr

[서울문화투데이=이은영 편집국장]

◆스승 정광수 선생 유지 받들어 국악 발전위한 예술혼 불태우겠다  

정옥향 명창은 지난 2002년에 이어 2009년, 두 번의 위대한 도전인 ‘수궁가‘ 완창에 안착했다. 올해 네 번째 완창을 준비 중이다. 3~5시간 임계점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옥향 명창 완창은 무대 위나 객석에서 우리네 애환이 서린 전통 소리의 묘미를 선사한다. 국창 정광수 선생(1909년~2003년)의 마지막 후계자인 정옥향 명창(중요무형 문화재 제5호 판소리 준 보유자, 수궁가 전수조교)은 스승 양암 정광수 선생의 예술혼이 가슴 가득 들어차 있다. 그의 스승은 지난 1964년 판소리 최초 인간문화재에 오른 국창(나라에서 임명한 명창)이다.
정 명창은 경상도 예천 출신에다 전라도 특색의 융합된 판소리 소리꾼으로서 공익 활동과 (사)국악로문화보존회, (사)양암원형판소리연구원을 개설해 한국 전통예술의 전승에도 올곧게 한길을 걷고 있다. 지난 2009년 국창 정광수 탄생 100주기에는 스승에게 ‘수궁가’ 완창을 헌정하며 양암 판소리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정 명창은 양암선생의 소리를 계승하기 위해 올해부터 양암선생의 소리를 따르고자 하는 제자들에게 지부를 내어주고 있다. 현재까지 2곳을 지정하고 앞으로 전국에 10개 정도의 지부를 개설할 계획이라 한다. 지난 2일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수궁가’ 완창의 의미와 국창 정광수 스승과의 깊은 인연, 후학을 위한 헌신, 국악을 알리기 위한 끝없는 열정을 들여다 보았다.

◆판소리계 최초 인간문화재 국창 정광수 선생을 스승으로 모시다

   
추성 정옥향 명창

“선생님과의 인연은 참 깊어요. 원래 저는 국창 김소희 선생님 문하에 들어 갔었어요. 김 선생님이 '옥향이 너는 여기서 민요만 할 것이 아니다. 박봉술 선생에게 가서 적벽가를 배워라'고 권했어요. 그런데 1975년에 박봉술 선생은 훨씬 선배였던 국창 정광수 선생을 소개해 주셨죠. 당시 박양덕 씨와 제가 라이벌 이였는데 시험이 천자뒤풀이(김소희 선생에게 배움)였죠. '자네는 목이 좋다'라고 하셔서 제가 선택받았고, 76년에 입문해서 81년엔 국비장학생(전수생)으로 발탁됐어요. 당시 국비장학생은 대단했어요. 일반이수와 국비이수가 있었는데 저는 국비를 받고, 당시 돈 5만원(현재 50만원)을 받으면서 배운 것이예요.

“ 김소희 선생님의 ‘농부가’는 너무 고왔어요. 김 선생님은 대뜸 저보고 동백아가씨 유행가를 뽑아보라 하더니 '너 목이 천상 내 어릴 때 목소리를 닮았구나'라는 칭찬에 한없이 좋기만 했고 ‘동해바다’ 그 소리에도 홀딱 반했어요. ‘춘향전’ 이별 대목에 매료됐고. 스승인 정광수 선생의 ‘수궁가’는 자진모리장단 조화에 반해 버린 거지요. 어릴 때는 젊은 피로 내가 좋아 울었지만, 지금은 남을 울려야 되는 것도 알았어요(웃음)."

소리가 좋아 무작정 김소희 선생을 찾아갔던 정 명창은 김소희 선생으로부터 어린시절의 선생과 닮았다는 칭찬에 고무돼 더욱 소리에 정진할 수 있었다. 이제는 세월이 가져다 준 완숙함으로 소리가 자신에게만이 아닌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줘야한다는 것을 몸으로 가슴으로 터득했다.

◆목소리 좋아 제자의 길로, 국창 정광수 선생과 동고동락

"정광수 선생님이 저에게 유난히 정을 많이 주셨어요. 당시는 학원이 없어서 저희 집에 직접 오셔서 저를 가르치셨어요. 그 후에 전수소를 운영하셨지만, 예전에 다 어렵게 공부하고 배웠죠. 이런 애로들이 스승과 제자 사이를 돈독하게 했어요. 거의 동고동락 했죠. 선생께서는 ‘네 눈을 보면 정직하게 생겼다’라며 칭찬도 아끼지 않았고 저를 많이 예뻐해 주셨어요. 다른 제자에게 10~20분 시간을 주면 제게는 두 시간 잡아 놓고 춘향전과 수궁가를 가르치셨어요. 무려 두 시간씩이나요. 제가 굉장히 강직하고 진실했어요. 거짓말도 할 줄 모르고, 그걸 선생님이 믿어 주신거였어요."

◆스승 정광수 선생의 ‘수궁가’에 매료

"스승님의 소리가 워낙 고제(古制)라 웬만한 사람들은 다 이해를 못할 수도 있어요. 소리를 하다보면 우리 선생님은 별 성음이 다 나와요. 우조로 시작해서 막~ 끌어 올려서 아주 상층이 나오는가 하면 어느 순가 사계육성에 푹~빠져 가지고 스승 특유의 옛날 고제가 나오고 가곡성음이 나와요. 수궁가에서 ‘아주 상층이다 싶으면 그 위에 또 상층이 있어요. 상층에서 돌려갖고 한 번 더 올리는 것이 위 상층’ 이죠. 적벽가에서는 스승의 가곡성음을 터득했어요. 자진모리장단은 더 신기할 따름이었죠. ‘완자 잉어월’, ‘자진모리장단’, ‘엎어나가는 장단’이라든가 꽉꽉 짚어 냈죠."

"우조성음, 고제, 가곡성음, 을목은 더 대단하시죠. 고제 성음을 지녔기에 김연수 선생이나 임방울 선생도 배웠지만 유성준 선생(1873~1949 근대 판소리 5대 명창 중 한 분, 동편제 판소리 제왕. 경남 하동)의 ‘수궁가 제일 정통은 정광수다' 하고 바로 인정했어요. 모두가 공감하고 세계가 인정하고 있어요.선생님은 원래 춘향전으로 인간문화재를 받으셨는데 수궁가를 선생님보다 더 잘 하시는 분이 없어서 수궁가로 또 받으신 거예요.

근데 수궁가는 워낙 힘들어요. 끈질긴 인내가 필요해요. 그러다 보니 그 매력은 형언할 수 없어요."

   
"선생님의 자진모리장단은 그 장단이 글쎄~ 가락이 이래요. ‘삐네 삐네(소리가 엇나가는 것) 하면 합(제 소리에 맞게)에 딱 갖다 놔요’.몇 백년된 옛날 고제죠. 자유분방한 듯 하면서도 매력이 서린, 근본을 잃지 않고 가는 소리죠. 을목이라든지, 수궁가의 음성, 그런 점은 아무도 감히 흉내를 못 내죠. 호랑이 성음 ‘홍엥홍엥’ 소리는 사람들은 거의 자지러지게 하죠. 그것은 지금도 제가 잘 안될 때가 있어요. 음초 성음이라든지 그런 성음이 나온다는 것도 놀라웠죠."

"게다가 수궁가뿐 아니라 적벽가, 흥부가도 좋아요. 특히 흥부가 중 ‘제비노정기’의 자진모리는 어떻게나 좋은지... ‘제비가 빨랫줄에...’ 그 성음이 지금도 저는 귀에 생생해요. 가곡성음이 거기서도 나오는 거 보면 신가(神歌) 그 자체죠. ‘떳다 보아라’ 하는 부분에서 ‘제비노정기’는 감동이 밀려옵니다. 그 소리가 너무 좋아 어떤 땐 묘소에 가서 선생님 얼굴을 꺼내보고 싶을 정도예요."

정옥향 명창은 스승 정광수 선생의 소리를 떠올리면서 지금도 현장에서 소리를 듣고 있는 듯했다. 감동과 감격이 목소리에 그대로 전해져 왔다. 그만큼 정광수 선생의 소리는 대단했다. 제자의 존경과 사랑을 넘어 스승의 유지를 잘 받들어야 한다는 정옥향 이사장. 어깨에 무거운 책임감이 얹혀 각오를 또 다시 다지게 한다.

◆정옥향 명창 국악 한길 위해 길에서 눈물 쏟아내

정옥향 명창은 국악로문화보존회 활성화를 위해 5년간 사비도 털고 눈물도 한없이 쏟아낸 속내도 드러냈다. 국악로 축제를 하면서 어려움에 길에서도 많이 울었단다. 차량 통행금지 양해도 구하고 출연 섭외를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 다녔고 국악의 소중함을 몰라주는 현실에 목 놓아 많이도 울었다.
국악 저변 확대를 위해 특히 서울의 국악의 성지라 할 종로구 21개동 방문은 물론 어버이날, 경로잔치에 제집 드나들 듯 소리로 효도했다. 동분서주한 정옥향 명창의 이런 노력에 문화부장관상, 서울시장 상도 수여됐다. 이것으로 정 명창은 그간의 고생에 대한 보람으로 상계시켰다.

인간문화재를 위한 축제, 서울무형문화재 지속돼야

정 명창은 지난 2009년 열린 서울무형문화재 축제가 작년과 올해에는 중단돼 아쉬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자신이 총 예술감독을 맡아서가 아니다. 돋보이는 기획력을 선보인 정 명창은 인간문화재로부터 칭찬이 쏟아졌다. 내실있는 공연으로 제대로 된 축제를 선보였다는 관객의 호평도 이어졌다. 서울무형문화재 축제가 지속돼야하는 이유로 정 명창은 인간문화재의 인지도 향상을 꼽았다. 수궁가, 흥부가 등 소리 내는 분들의 매력에다 조명 받을 수 있는 공인된 축제 이미지라는 것도 덧붙였다. 그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우리 국악 홍보를 위해서라도 서울무형문화재가 다시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을 간절히 전했다. 

   
'소리는 방에 불을 지피는 것', 후학들에게 ‘인내ㆍ집중ㆍ성실’ 주문

“국악과 관련 대학생들이 매년 300명씩 배출되고 있어요. 국가적으로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후학들이 설 땅이 없다는 논리예요. 대학 나와서 먹고 살 길이 막막하고...학교만 나오면 뭐해요. 다른 문화예술인도 마찬가지이지만 국악인으로 밥 먹기가 사실상 힘들다는 거죠. 학교 졸업 후 옷 장사, 휴대폰 파는 후학들 만나면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나요. 사실 책임지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더 크죠. ‘인내, 집중, 성실’로 꿈을 가지고 열심히 도전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소리는 방에 불을 지피는 거와 닮았죠. 외모도 곱고 소리가 더 고운 후배들이 눈에 띄어요. 양암 정광수 선생, 추성 정옥향 명창에게 나온 제자들이 과연 제일이구나 칭찬을 듣는 후학들을 위해 제가 공부도 많이 해요.”

정옥향 명창은 현재 동국대학교에서 국악 후학들을 위해 강단에 서고 있다. 그는 열심히 가르친 제자들이 제 길을 가지 못하고 다른 길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을 무척 가슴아파했다. 스승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크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스승님에게 배운 대로 가르쳐요. 아니리(판소리 도중에 소리 대신 설명체나 대화체로 하는 것)마냥 이론과 실기에 맞는 수업을 병행하니 논문을 쓰는 제자들이 늘었고 무섭다는 강의지만 잘 따라 오고 졸업 후 찾아오는 후학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 '이건 무슨 목인데 땡겨라, 여기선 앞당겨라 그 부분은 돌려라, 감아라. 중앙성이다'라며 배운 대로 가르치는 것뿐인데 학생들이 너무 좋아해요.”

◆국악 소리 매력, 남편이자 친구

네 번째 완창을 준비 중인 정 명창은 올해 스케줄이 꽉 찼다. 오는 8월 대구세계육상대회 개막공연, 국립민속박물관 판소리 수궁가, 양양 소리축제, 국악로 축제, kbs 다큐 제작 등 공연이 잡혀 있다.정 명창은 지난해 동포를 위한 추석맞이 미국 공연을 잊지 못했다.

"‘사랑가, 쾌지나 칭칭을 들려 드렸는데 객석에서 다 일어나 덩실덩실 춤추며 호응이 대단했어요’. 소리가 잘 나오고 관객 조화가 좋고 청중이 좋아한 그 공연은 매력 그 자체였어요. ‘신뺑파전’ 공연 때는 ‘샤방 샤방’을 넣었더니 글쎄 기자들이 ‘섹시 뺑파’라는 애칭도 선물로 주더라구요(웃음). 전통은 전통대로 창작은 창작대로 매력덩어리죠. 저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소리는 저의 남편이자 친구’예요."

◆양암 정광수 선생  예술혼 잇는 ‘수궁가’ 경연대회 열고파

정옥향 명창은 스승인 국창 정광수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수궁가’, ‘적벽가’, ‘흥부가’, ‘춘향가’, ‘심청가’ 소리를 진심어린 애착을 가지고 전 세계 방방곡곡에 알리는 것이다.

소리꾼들은 어려운 현실에 가로막혀 있다. 소리 내는 것도 어렵지만 홀대받고 인정받지 못하고, 실상 우리나라 사람이 소리를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소리가 언제까지 인내를 해야 제대로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아픈 마음이 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명창은 인내로 성실로, 집중으로 현재의 자리에 섰다.
정옥향 명창은 각인된 목표가 있다. 양암 정광수 선생의 호를 따서 ‘수궁가’ 경연대회를 여는 것이다. 소리에 예술혼을 담은 후학이 이 무대에 선다면 그의 추임새는 어떠할지 벌써 멋진 그림이 그려진다. 국창으로 불려지는 스승인 정광수 선생이 일찍이 알아본 제목인 정옥향 명창의 스승에 대한 보은의 결실이 맺어지는 것이다. 

 정옥향 명창 약력

목포 전국 판소리 경연대회 대상 수상 
국가지정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준보유자 사단법인  국악로 문화보존회  이사장
209 서울시 무형문화재 축제 총  예술감독민주평화 통일 자문위원회   자문위원 창작민요 나라꽃 무궁화  작사 동국대학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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