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은 ‘교육의 본질’,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 위한 ‘키워드’
토론은 ‘교육의 본질’,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 위한 ‘키워드’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4.2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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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문화, 교육, 선거방송토론 등 사회문제 해결방안 제시
획일적 일제고사식 평가방법은 민주성·창의성 죽이는 길

인터뷰 / 원탁토론 아카데미 강치원 교수


‘1993년 원탁토론아카데미를 설립한 강치원 강원대 사학과 교수는 15여 년 간 초·중·고·대학생 뿐 아니라 학부모·교사와 교육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원탁토론 광장, 노상토론 광장, 답사토론 등을 진행하고 있는 토론전문가로 유명하다. 원탁토론, 논설토론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으며, 원탁토론하면 대부분 그를 떠올릴 정도.
고려대에서 한국사, 세계사, 정치 사상사, 대학교육사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했으며, 원탁토론아카데미를 설립하기 전에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교육위원장과 교육개혁연대회의 집행위원장도 지냈다. 1996년부터는 원탁토론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원탁토론광장의 기획과 사회를 맡아왔다.
탁월한 토론진행 능력으로 중앙일보 좌담토론 ‘논쟁과 대안’을 1년 반 이상 진행해오며, 그 외에도 국회방송, 평화방송, 선거토론방송 등 각종 방송토론의 사회 및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겨레 문화센터 강사이기도 한 그는 공무원교육원, 국가인력개발연수원 등 전국의 교육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토론에 대한 강의도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2일 경기도 교육감 선거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기호2번 김상곤 당선자와 다른 후보가 참여한 토론회 사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늘 사회문제를 의제로 삼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원탁토론 광장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토론문화 정착에 크게 공헌하고 있는 강치원 교수.
요즘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초·중학생 진단평가, 일제고사 등 우리나라 현 교육 문제와 시민들의 투표 참여율에서도 알 수 있듯 선거에 무관심하게 만든 선거방송토론의 진행방식...
그 대안으로 원탁토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나아가 토론문화의 제도적 정착을 위해 ‘원탁토론 인증제’ 사업을 추진 중인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원탁토론’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 강치원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그 어원은 아일랜드에서 최초로 나온 ‘원탁회의 round table conference’ 에서 비롯됐다.

오늘날 '원탁'이란 용어는 회의의 협조주의적 정신을 표방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원탁토론은 찬반토론과 비교했을 때만 쉽고 확실하게 이해될 수 있다.

강 교수는 “학교 교육 과정에 있는 기존의 토의·토론은 찬성 측과 반대 측 양자 간의 논쟁인 찬반토론을 말하는 것”이라며 “이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토론은 논쟁’이라고 인식하게 된 중요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또한 “의견을 찬반으로만 국한시켜 학생들의 창의력을 억제하고 있다”며 우리 토론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 원탁토론의 핵심은 ‘문답식 대화’

강 교수는 토론에 대해 “문답이 토론, 토의도 토론, 논쟁이 토론이다”라는 세 가지 개념을 강조했다. 원탁토론은 한 가지 ‘의제’를 다자간이 모여 문답, 토의, 논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토론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법으로 창의력과 지성 등을 기를 수 있는 다자간 토론인 원탁토론을 제안하고 있다.

어떤 문제에 대해 찬반토론으로 의견을 명확하게 나눌 것이 아니라 ‘원탁토론’으로 다양한 의견들을 통해 최종 판단과 평가는 토론 상대자들과 방청객들이 결정하는 것이며, 토론자는 토론기술을 활용해 듣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설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탁토론은 교육과정에도 쉽게 접목될 수 있다고 한다. 공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라고 말하는 강 교수는 학생들이 토론을 잘하려면 원탁토론의 핵심인 ‘문답식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말하고 싶은 것이 많은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왜냐면, 예컨대’ 등을 활용해 서로 질문을 주고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강치원 교수는 “토론은 교육의 본질이다. 소크라테스는 ‘교육은 학생의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어미가 달걀을 품어 병아리가 나오게 하듯토론을 통해서 학생의 잠재력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것이 다양한 의견을 교유하는 원탁토론”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러한 원탁토론을 활용해 우리나라의 올바른 토론문화 정착과 체계적인 교육을 위해 원탁토론 인증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인증제는 초·중·고등학생들을 중심으로 대학생,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통합교육으로 인문학, 자연과학, 영어토론 등의 분야로 나눠서 진행된다.

양성된 지도사들 3명이 주 평가자로 선발한 8명의 학생이 원탁토론을 펼친다. 인증제는 그 가운데 선출된 1인이 9급을 획득, 또 9급 8명이 모여 8급을 위해 토론하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9급부터 특급까지 10단계로 이루어져있다.

약 90~120분정도 진행될 토론은 8명의 토론자가 돌아가면서 앞 발언자가 말한 의견의 핵심을 1분 동안 간략하게 정리하고 2분 동안 자신의 의견을 설명하며 대안을 찾아가는 것이다.

◆ 토론문화 제도적 정착위한 ‘원탁토론 인증제’ 사업 추진

현 교육의 가장 큰 문제가 평가방식이라고 보고 있는 강 교수는 원탁토론 인증제의 관건인 평가방식에 있어서 ‘어떻게 주관적인 평가에 객관성까지 담보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중 ‘1인 2표제’라는 재미있는 장치를 생각해냈다.

평가방식의 40%는 각각 토론자와 방청객이 가지는데 대부분이 1순위로는 참석한 지인들이나 자신의 이름을 쓸 것을 미리 예상해 토론자 8명이 서로를 평가하고 방청객 또한 토론자를 평가할 때 한 사람이 2순위까지, 서로 다른 이름을 써야 유효하도록 한 것이다.

나머지 60%는 지도자 3명이 전문성, 논리성, 인성, 창조성, 공동체성, 실천성 등 크게 6가지 항목으로 구분해서 평가한다.

지도자들은 교수, 교사 등 현직 교육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36시간 토론 등의 교육을 통해 양성할 계획으로 오는 5월 9일 잠실 MBC 아카데미에서 지도자과정 1기 개강을 앞두고 있다.

1회 토론 참석 비용은 1인당 3~5만원으로 기초생활보호대상자 등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 가운데 1~2명은 무료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교사, 교수, 교감, 교장 등으로 이루어진 원탁토론 아카데미의 30여 개 전국 지부장들이 모여 이번 사업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누며 사업 발전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강 교수가 추구하는 교육은 ‘저비용 고효율’이지만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점을 비난하며 “학부모들은 공교육이외에도 사교육비를 굉장히 많이 들이고 있으며 공부시간도 굉장히 많이 소비하고 있다”고 지탄했다.

교육과 관련해 국민적 관심이 치솟다 못해 어린 나이에 외국 유학을 보내는 부모들이 넘쳐나는 우리나라 영어 교육에도 비판의 목소리는 이어졌다.

강 교수는 현장과 실천성이 전혀 없는 교육방식뿐만 아니라 현재 5지선다형 객관식 고르기 평가인 토플토익 위주의 잘못된 평가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외국의 영어 교육은 자격시험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들은 문답형식으로 대화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해 자격시험 없이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우리나라는 이 시험을 위해 엄청난 응시료를 부담하며 시험을 치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대화는 잘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입학 사정관제에 대해선 “가르친 사람인 교사가 학생들을 평가하는 것이 교육의 기본이지만 현재 초중고 과정에서는 시험이 학생들을 평가한다”며 “교육평가 주도권이 교사에게 없기 때문에 교사의 권위가 떨어지고 공교육이 붕괴될 위기에 처한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외국은 우리나라처럼 대학 입학시험을 치지 않는다. 대학에서는 오로지 고등학교 평가기록을 보고 학생들을 선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교육평가 바로 세우고, 사교육비 줄일 대안도 ‘원탁토론’

강 교수는 “기존 교육은 자본주의 인재 대량생산 평가방식이다. 교육의 평가가 바로서야 한다”고 지적하며 “토론을 토대로 하지 않으면 창조적이고 공통체적인 인재 양성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원탁토론 인증제 방식으로 쉽지 않지만 객관성을 담보한 교사의 주관적인 평가를 도입해 우리나라 교육의 평가방식을 전환한다면 바람직한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으며, 나아가 교사들이 주도권을 가짐으로써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일제고사의 평가방식 또한 전국의 학생들이 동시에 시험을 치는 ‘반민주적인 평가방법’이라고 말하는 강 교수. “사람을 객관식을 통해 획일적으로 평가하는 고르기 방식은 모든 해답을 5가지만 놓고 선택하는 것이므로 창조성을 죽이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강 교수가 제안하는 진단평가에 대한 대안은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단평가를 할 필요는 없으며, 구술면접은 평가 비용이 많이 들므로 각 학교나 지역의 제일 잘하는 1% 학생들과 제일 못하는 1% 학생들에게만 각각 객관식으로 평가하자는 것이다.

강 교수는 자신의 제안에 대해 “서로 상위 1%가 되려고 하고 서로 하위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재미있는 교육방법”이라며 생각을 전했다.

덧붙여 “외국은 입학은 쉬워도 그 학급의 기본이 되지 않으면 유급으로 졸업이 상당히 어렵다”며 우리나라는 입학하면 졸업할 수 있는 방식이 잘 못 됐다”고 지탄했다.

또한 독일의 교육체계를 벤치마킹해 전국 중, 고등학교를 3개 등급으로 나눠 전국의 각 등급 학생들의 수준과 실력이 평준화 할 수 있도록 하는 마스터플랜을 제시하기도 했다.

강치원 교수는 원탁토론 문화 정착에 대한 그동안의 노력으로 7월 부산교육청에서 원탁토론 아카데미와 함께 제1회 부산고등학교 원탁토론 광장을 열기로 했다.

강 교수는 “원탁토론 운동이 3기를 준비하고 있으며, 원탁토론 인증제 사업을 진행하는 시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며 “무엇보다도 5월부터 시작할 원탁토론 인증과 관련해 교육청이나 대학, 기업 등에서 인증제를 인정해준다면 국가공인 자격증은 중요하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원탁토론 인증제를 국가공인민간자격증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하지만 국가교육과 평가방식을 바꾸자는 운동적 취지를 기본으로 하며, 최대목표는 학생들이 이 인증 방식을 수업에 그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 ‘재미있는 선거방송진행’ 위해 프로그램도 개발

한 사회의 토론문화를 발전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방송토론이 국민들에게 후보들이 나와 논쟁만 하는 재미없고 지루한 방송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이는 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초래하고 선거율 저하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강 교수는 “선거방송을 운영 및 관리하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책임이 크다”며 “진행 순서나 과정 등 현재의 선거토론방식은 발전 없는 논쟁만 야기 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선거토론방식의 대안으로 1993년부터 원탁토론아카데미를 이끌어오면서 현장에서 실천과 교육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활용해 선거토론방송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다자간 토론인 원탁토론의 이점과 다른 아이디어들을 접목해 다양한 의견들로 유익하고, 보다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현재 특허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강 교수는 “이 프로그램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토론방송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내년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은 연설 스피치나 토론, 정책 개발 등을 이 토론방식으로 교육시켜야 한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이를 위해 대학원 대학 설립과 ip방송국과 합작해 토론, 토크쇼, 대담, 인터뷰를 방송과 연계한 방송국 설립을 추진해 원탁토론 운동을 활발하게 펼칠 계획이다.

강치원 교수는 원탁토론 인증제 사업을 통해 원탁토론문화가 정착되면 정치문화, 선거방송 토론진행방식, 교육 등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적용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터뷰- 이은영 편집국장 young@sctoday.co.kr 
   정리-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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