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즐거운 사라’의 마광수 교수, 표절시비 휩싸여
[단독]‘즐거운 사라’의 마광수 교수, 표절시비 휩싸여
  • 김지완 기자
  • 승인 2011.06.1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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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수, 문학도 이종섭씨‘카타르시스론’표절부분 인정...‘사과’로 마무리

판매금지 도서 ‘즐거운 사라’로 유명한 마광수(60, 연세대 · 문학작가)교수가 최근 한 이름없는 문학도와의 사이에 표절시비에 휘말렸다.마교수가 이 문학도가 올린 글의 일부를 아무 표시나 허락 없이 떼어내어 일부 내용만 고친 뒤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한 글 속에 삽입해 넣었다는 것이다.

 

▲진정인 이종섭씨의 글과 마교수가 표절했다는 부분의 글 비교(밑줄) 

일반 문학도로 방통대 국문학과에  재학중인 이종섭(63, 월간문학세계 등단)씨는 최근 자신의 글을 아무 표시도 허락도 없이 떼어 간 마교수에 대해 여러 차례 시정요구와 항의의 뜻을 전한 몇 개월 만에 지난 4월 10일 경 마교수의 사과를 받아냈다며 본지에 전해왔다.

이씨에 따르면 마교수는 지난 4월 14일자 친필로 직접 쓴 메모를 통해 이종섭씨를 향해 매우 정중하며 솔직한 사과의 뜻을 전했다. 마교수는 이종섭씨에 대해“자신의 염치없음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 이 선생께 늘 감사의 마음을 가져왔다. 크게 깨우쳐 줘서 고마우며, 선처와 용서를 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벌을 내려 달라”는 내용의 메모를 보냈다. 마교수는 이와 함께 사과의 뜻으로 이씨 앞으로 자신의 저서 두 권도 함께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평범한 문학도인 이씨가 마교수와 같은 유명 인사에게 이토록 솔직한 사과를 받아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씨는 이에 대해 마교수와 같은 유명한 이의 명예에 혹여 누가 되려는 의도로 사실을 공개한 것은 전혀 아니다 면서 다만, 자기와 같은 일반 학도들이 인터넷에 글을 올렸을 때, 그것을 유명인사가 아무 표시없이 인용해 가도 오히려 일반학도가 표절한 것으로 네티즌들이 공격하는 사례가 있어 억울함을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번 시비와 관련해서도 자신이 오히려 마교수의 글을 표절한 것으로 네티즌들이 공격해 인터넷에 글을 올릴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고 전했다.

 

 

 

시비의 전말은 이렇다.
작년 4월경 이씨가 <문학의 일반적 성격>이란 제목의 글을 인터넷 다음카페 등 몇 군데에 1차 발표했다. 이후 이씨는 A4용지 8매 분량의 같은 글을 금년 2월 20일자로 마교수의 홈피 게시판에도 올렸다.

‘문학이란 무엇인가’‘작가의 입장에서 본 문학의 성격’‘독자에게 미치는 문학작품의 효과, 카타르시스’등의 부분으로 구성된 이 글에서 이씨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언급한 카타르시스, 서양의 정신분석학적 카타르시스론, 동양의 음양사상과 기(氣)철학에서 본 카타르시스론 등을 독특한 논법으로 서술했다.

이 글은 당연히 마교수가 자신의 홈피게시판에서 보았을 터인데, 금년 2월 23일자 마교수는 자신의 홈피와‘한겨레  광마방’등에<카타르시스(Catharsis)의 본질>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http://cafe.daum.net/followMaKS/ 마광수 따라가기/ 읽을거리/1462번 글)

그리고 이 글 속에 이종섭씨가 먼저 올린 글 <문학의 일반적 성격>내에 구성된‘카타르시스론’부분이 상당부분(7군데) 떼어내어져 일부 고쳐진 상태로 삽입됐다고 한다. 이씨는 이 사실을 어느 네티즌에 의해 알게 됐으며, 대부분의 네티즌들이 이씨가 마교수의 글을 표절한 것 아니냐며 공격했다. 고민하던 이씨는 3월 20일자로 마교수의 카페에서 댓글을 달아 이를 정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씨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도 사실을 알리고, 조정신청을 하려 했다. 그러나 저작권위원회는  마교수 같이 저명한 이가 그럴 리가 없다, 오히려 이씨가 표절을 하고 나서 트집 잡는 것이 아니냐며 조정신청을 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 또 그렇게 자신 있으면 차라리 민 · 형사소송 을 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고 한다.

화가 난 이씨는 조정신청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3월말 우편으로 조정신청을 접수했다. 이러는 사이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이씨는 파렴치범으로 인터넷에 더 이상 글을 올릴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이에 이씨는 다시‘다음 커뮤니케이션’에 마교수의 글을 강제적으로 삭제해 줄 것을 정식 요청했다.

4월초, 법률검토를 마친‘다음 커뮤니케이션’측은 마교수의 글을 삭제하고, 경고문을 발송한 것으로 이씨에게 알려왔다. 이와 함께 저작권위원회에서도 조정신청서 사본을 마교수에게 보냈다고 한다.
마교수는 이에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용서를 구했고, 사과 편지(메모)와 함께 책 두 권을 보냈다. 이씨도 조정신청을 취하하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진정인 이종섭씨가 쓴 <문학의 일반적 성격>이란 제목의 원작에서 카타르시스론을 논한 부분  

이씨는 이에 앞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에 대한 자신의 비평 글과 김소월 시(詩)의 저항적 성격에 대한 자신의 글도 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묵살당하거나 다른 학자가 허락없이 가져가 표절시비에 휩싸인 적이 있다며, 유명인이나 정식 학위를 받은 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무시당하는 사회풍토가 없어져야 함을 강하게 어필했다.

마무리를 지은 마교수와의 표절시비 사실을 본지에 알린 것도 그 같은 취지라는 것이다.  한편 마광수 교수는 이와 관련, 3일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이씨와의 일을 기억하지만 그 일은 두 사람이 잘 이야기해 오해를 풀었다. 이미 잘 끝낸 일이다”며 문제가 있었던 사실을 시인했다. 

마교수는 이씨가 조정신청을 진행하는 등 문제된 기간 동안 자신의 스케줄 및  팬들과의 관계가 워낙 바쁘게 돌아가는 바람에 사태를 늦게 인식, 미처 빨리 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는 말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