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광우 서상홍 대표 - 소장품이 서말이라도 제대로 된 '조명' 꿰어야 보물
[인터뷰] (주)광우 서상홍 대표 - 소장품이 서말이라도 제대로 된 '조명' 꿰어야 보물
  • 이은영 편집국장
  • 승인 2011.06.1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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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미술품 등 각종 유물 보존에 ‘광섬유’ 필수

광섬유(光纖維, Optical fiber)가 개발된 지 꽤 됐다. 문화어로서‘빛 섬유’라고도 한다. 빛을 전달하는 가느다란 유리 성분 또는 플라스틱 재질로 된 섬유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도 광섬유를 활용한 ‘광통신’이다. 이렇듯 최첨단 산업을 이루는 주요 소재이나 아직 사람들에게 낯선 용어이기도 하다. 이 광섬유로‘조명’을 설치해, 문화유산과 예술품을 보존해야 한다며 애쓰는 이가 있다.

(주)광우 대표 서상홍 씨가 그다. 서 대표는 1992년 무렵 광섬유조명 회사를 설립, 국내외를 드나들며 광섬유조명 사업에 몰두하다, 국내 조명산업이 아직 귀중한 문화유산이나 예술품을 보호하는 선진체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인식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주)광우(빛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함께 광섬유조명을 이용한 경관 디자인 창출과 함께 미술관, 박물관 등에 소장된 작품 및 유물 보전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미술관, 박물관의‘외관’조명에 비해, 내부에 소장된 작품과 유물은 오히려 제대로 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한다. 유구한 문화자산의 보호를 위해서도 광섬유조명에 관심을 가질 것을 호소했다.

앞서 브리핑에서 박물관·미술관에 있어 조명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박물관·미술관 조명에 대한 제 생각을 요약한다면 우선 전시물의 형태, 색깔 등을 바르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전시물의 보호 및 손상 방지에 유의해야 하며, 끝으로 내방자가 쾌적하고 피로가 적게 감상, 관찰할 수 있는 조명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조건들을 만족시키려면 조도, 조도 균일도(Uniformity), Glare(불쾌, 반사 눈부심), 그림자나 모델링, 광색과 연색성, 열·방사의 영향(손상 방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전 검토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광섬유가 나온 지는 오래됐지만‘광섬유조명’분야는 아직 생소한 것 같습니다. 특히 문화예술분야에서 광섬유조명의 유용성과 효용성은 매우 중요한 것 같은데, 설명 부탁드립니다.
예, 사실 국내에서 미술관이나 박물관 조명에 관한 제대로 된 연구와 논문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예술품과 문화재 보호와 관련한 조명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판단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입니다. 제대로 된 이론조차 찾기가 힘듭니다.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천 개에 달하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생겨날 정도로 박물관과 미술관이 각광받고 있지만 정작 그 소장품을 빛나게 하고, 손상을 방지하는데 유의해야 할 ‘조명’은 제대로 된 인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물의 보존을 염두에 둔 조명설비가 제대로 된 곳이 몇 군데나 될 지 의문입니다.

조명이 유물이나 예술품 보존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작품 보존에 있어서 조명의 중요성을 알기 쉽게 설명하신다면?
예컨대, 자외선 흡수막이 있는 형광등은 손상정도가 낮아 미술관, 박물관용으로 사용되지만 이것도 높은 조도에서 장시간 조명을 가하면 광열화로 인한 유물손상이 발생합니다. 방사조도를 낮추기 위해 적외선 흡수필터를 사용하거나 광섬유조명을 사용해야 하는 겁니다.

광섬유조명은 전기를 통과시키지 않아 안전합니다. 또 가시광선은 통과하나 적외선과 자외선은 통과하기 어려워 소장품이 광열화로부터 안전하게 보존됩니다. 광원을 별도의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므로 유지관리도 쉽습니다.

그렇다면 혹 지금까지 (주)광우의‘광섬유조명’으로 국내외에 진출한 현황은 어떠신지요.
지난 95년 일본 미쯔비시레이온사(Mitsubishi Rayon)와 광섬유조명 업무지원협약을 체결했고, 96년 10월엔 영국 라이트라인사(Light Line Optical Limited)와 박물관조명 기술도입계약을 맺었습니다. 국내 최초로 광섬유를 통한 조명시스템을 제공하였고, 광섬유조명이 박물관 조명에 꼭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동안 국내에선 국립민속박물관, 독립기념관, 국립지도박물관 등 여러 곳에 광섬유조명을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이밖에 대구 중구청 문화재 조명, 일산 킨텍스 내부조명 등에도 들어갔지만, 저희는 문화유산을 잘 조명하는 일에 광섬유조명이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출처 : (주) 광우

선진 외국의 경우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조명기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 일본 등에서는 매우 엄격한 조명기준을 내세우며 ‘조명’의 중요성을염두에 둡니다. 전시물의 광 방사에 대한 민감도, 조도, 색온도, 연간적산조도 등에 대한 기준은 보존의 중요성을 간파한 문화 국가다운 면모입니다. 광 방사에 민감한 물건들에 대한 조도 기준은 우리 기준으로 본다면 아주 낮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조명시스템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다음의 내용들에 대한 사계(斯界)의 검토와 합의가 있어, 우리나라 문화 실정에 맞는 조명 기준들이 설정되기를 희망합니다.

예를 든다면 적절한 전시물의 분류와 구체적인 조도 기준(특히 연간적산조도량), 전시물에 대한 적합한 광색(光色) 혹은 색온도·연색성·불쾌 Glare, 조도균일도, 반사 Glare와 광원 위치에 대한 기준, 광원의 분광 특성에 따른 제한 기준, 광원의 방사조도 제한에 대한 기준 등이 제시된다면 좋겠지요.

그동안 광섬유조명을 알리기 위해 어떤 활동을 펼치셨는지요?
관련 세미나와 설명회를 자주 개최하고 있습니다. 호응은 좋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조달청, 지자체 등에서는 좋다는 사실을 공감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미술관과 박물관 뿐만 아니라 각종 자료관, 유물관, 전시장, 향토자료관, 민속관, 전수관 등에도 광섬유조명이 들어간다면 좋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최근 LED 기술의 발전으로 광섬유조명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해오던 할로겐이나 메탈할라이드 광원을 대체할 수 있는 LED 광원이 개발됨에 따라서, 가격이 높아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할로겐·메탈할라이드 광원+글라스광섬유 케이블의 조합 대신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LED광원+플라스틱광섬유 케이블 조합의 적용을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운영하고 계신 (주)광우를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꿈의 빛’을 화두로 성장하는 회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빛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빛의 미학을 국내 곳곳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술관과 박물관 조명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진 회사입니다.

광섬유조명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궁금합니다. 
LG전선에서 근무하다가 1990년에 나와서 광섬유조명사업에 뛰어든 건 92년입니다. LG전선에서 통신용 광섬유사업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돼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된거죠. 당시 LG, 삼성, 대우, 대한전선 등 4개 그룹이 구리에서 광섬유로 전환되는 광통신사업에 몰두할 때였지요.

광통신 기술도입을 위해 광섬유제조 광케이블 프로젝트를 맡아하면서 광섬유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그때 광섬유를 왜 통신용으로만 써야 하나 의문이 들었죠. 조명용으로도 쓰자는 아이디어를 냈었습니다. 당시 외국에서도 조명용으로 응용제품이 나오는 걸 보고 전망이 밝을 걸로 예측했습니다.

따라서 이 사업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LG를 떠나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게 된 겁니다. 일차로 1995년에 일본 미쯔비시레이온사와 광섬유조명 업무지원협약을 맺었고, 96년에는 영국회사와 글라스광섬유(GOF, Glass Optical Fiber) 케이블을 주로 하는 박물관조명 기술도입을 했습니다.

국내 미술관, 박물관에 조명 기준이 있어도 실제 검증과 규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도 지적하셨습니다.
1995년부터 국내에 소개도 하고 기술료도 지불했습니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많이 왜곡이 됐습니다. 현업에서 쓰는 분들이 조명 규격에 맞게 해야 하는데, 기준도 없고 해서 상업적 논리로 조명은 뒤로 빠져 버렸습니다. 원청회사가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일괄 수주를 받아서 하청으로 내리면 조명부문의 중요성은 묻혀 버립니다. 상업적 논리이니 공사 예산에서 광섬유조명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 된 것이지요.

 그래서 조명에 대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전문업체 육성이 안 되고 있습니다. 박물관·미술관의 조명전문업체를 육성하고, 인테리어 설계, 쇼케이스(Showcase) 설계, 조명 설계를 각각 분리하여 설계, 제작, 설치함으로써 조명시스템의 전문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었으면 합니다.

회사 곳곳에 사시를 비롯해 슬로건을 많이 붙여 놓았습니다. 기업운영 철학이라면?
저는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기본에 충실하자고 강조합니다.
회사의 기본, 직원의 기본, 사람의 기본을 지키는 회사가 되자는 것입니다. 무엇을 하든지 기본에 충실하자는 겁니다.

회사 얘기와는 좀 다른 개인적인 질문입니다만, 학창시절 문학활동도 활발히 하신 걸로 들었습니다(웃음)
‘계단 문학동인회’에 활동하면서 발표회도 가졌었습니다. 1967년에 문예반장을 맡았지요. 그 후 43년이 지났지만 문학동호회가 계속 연결이 됐습니다.

시인 문인수씨, 이하석씨, 영화감독 이창동씨도 계단 문학동인회를 거쳐서 나온 분입니다. 우리 문단에서 중요 위치를 맡은 분들이 많습니다. 이번에 '계단 문학동인회' 출판기념회도 갖습니다. 지금은 글쓰는 게 참 어렵습니다(웃음).

▲광섬유 조명이 설치된 전시장 내부 

앞으로 꿈이 있으시다면.
유물과 작품 전시를 위한 박물관과 미술관 조명 부문에 우리 광우가 사명을 갖고 기여를 하고 싶습니다. 그를 통해 업계 일인자가 되는 것입니다. 할 수 있고 해보고 싶습니다.

처음 인터뷰를 시작할 때 서 대표는 기자를 앉혀놓고 박물관·미술관 조명에 대해 한 시간 여에 걸쳐 직접 브리핑했다. 제대로 알고 글을 써 달라는 주문이었다. 박물관·미술관  조명부문의 외국사례와 국내조명 현황을 비교 분석한 사진과 자료를 내놓고, 정확한 분석자료를 제시했다. 혼자 듣기에 아까운 브리핑이었다.  

광섬유는 무엇?

사전적 의미의 광섬유는 빛을 전달하는 가느다란 유리 성분 또는 플라스틱 재질의 섬유를 말한다. 통신, 조명, 의료용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투명하고 가는 광섬유 끝 단면에 빛을 비추면 빛은 광섬유를 따라 진행한다. 빛은 전파보다 주파수가 더 크기 때문에 통신에 빛을 사용하면 전파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통신 외에도 활용가치가 높고 전망도 밝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광섬유조명은 빛을 공급하는 광원장치(Light Source)와 광섬유케이블(유리 glass fiber, 플라스틱 plastic fiber)로 나눌 수 있고, 광섬유케이블은 다시 사이드 발광과 끝단 발광의 두 가지로 나뉜다. 광섬유 조명은 일반조명에 비해 연출조명으로서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근래에 들어 건축물의 외벽장식이나 바닥의 점조명, 공원 조경 등의 경관조명에 수요가 늘고 있다. 또 자외선, 적외선의 통과를 방지하는 광섬유조명의 특수성은 미술품, 문화재 조명, 수목조명 등과 같은 안전 조명으로 각광받고 있다. 광섬유조명은 연출조명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불꽃놀이 조명, 별자리 조명, 커튼 조명, 광섬유 샹들리에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광섬유는 안정성과 친환경성이 담보된다. 자외선·적외선이나 전기를 통하지 않고 가시광선(빛)만 전달하기 때문에 감전의 위험이 없고 광열화나, 열에 의한 위험이 최소화 된다. 자외선 및 적외선을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유물이나 미술품 등의 조명에도 최적이다. 광섬유 특유의 부드러운 색감(연색성)으로 주위환경과 잘 어우러지며 하나의 광원으로 다수의 조명이 가능하므로 에너지 절감효과도 크다.

광섬유는 유지보수에 드는 비용을 절감시킨다는 장점도 크다. 광섬유 등기구는 특별히 유지, 보수가 필요 없으며 광원의 램프만을 주기적으로 교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조명으로는 설치가 어려운 곳, 유지 보수가 용이하지 않은 곳에 설치가 가능하다.

그런 반면 광섬유조명은 그동안 구성요소인 광원과 광섬유케이블 및 발광등기구의 설치 비용이 비싸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건축물 조명의 경우 설계단계에서부터 반영돼 설치돼야 한다는 점과 광섬유조명 자체의 원가가 높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통적인 할로겐광원이나 메탈할라이드광원을 대체하는 LED광원이 개발돼 여기에 광섬유를 접목시킨 조명제품이 등장함으로써 종전 전기요금의 절반 이하로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설치 비용 절감에도 큰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따라서 건축과 디자인, 문화예술 분야에도 더 광범위하게 활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