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칼럼] 여행을 알면 세상이 보인다.
[여행칼럼] 여행을 알면 세상이 보인다.
  • 정희섭 / 글로벌문화 전문가
  • 승인 2011.06.16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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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 투어 제대로 즐기는 법

이제 3주 후면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된다. 산으로 물로 떠나려는 사람들 때문에 국내의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은 북새통을 이루고,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의 설레는 마음으로 공항들은 가득 차게 된다.

우리나라 회사들도 예전과는 달리 연차휴가 사용을 권장하는 시대가 되어서인지 열흘 이상의 일정으로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게 된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첫 번째 해외여행지로 주로 유럽 선진국 위주의 명승지를 선호한다. 파리의 에펠탑,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등 왠지 꼭 가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에펠탑 앞에서 찍은 잘 나온 사진 몇 장은 큰 자랑거리가 되었던 적이 있었고, 로마에 있는 트레비 분수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왠지‘로마의 휴일’에서 열연했던 오드리 헵번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 적도 있다.
 그러나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지 20년 가까이 된 지금, 선진국의 명승지 위주에서 벗어나 남미와 아시아의 오지를 누비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아프리카나 중동이라는 다분히 위험한 곳을 탐험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는 각종 풍토병과 불안정한 정치상황 때문에 섣불리 도전하기 힘든 곳이다. 유명 가수의 노래 제목으로도 유명한 킬리만자로 산을 가보고는 싶지만 막상 떠나려니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아프리카를 초보 여행자들이 여행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계획만 잘 세운다면 아프리카 여행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 특히,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대자연의 감동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아프리카 사파리 투어는 금상첨화다.

아프리카 여행이라고 하면 광활한 초원을 누비는 사파리 투어가 연상될 것이다. 실제로 사파리 투어는 아프리카 여행의 백미이며, 우리가 익히 아는 유럽의 도시에서 보고 느꼈던 것과는 그 모습이 완전히 다른 것이어서, 여행을 마치고 나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아마도 약육강식이라는 야생동물의 세계를 눈앞에서 목격한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도시건축물에서 느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감동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작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사파리 투어를 할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 지금까지 55개국이나 여행을 했던 나였지만 사파리 투어에서 맛본 감동은 다른 것과는 견줄 수 없는 것이었다.

아프리카에는 사파리 투어를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초원이 있는데 케냐의 마사이 마라(Masai Mara) 국립 보호구는 탄자니아 세렝게티 국립공원에 버금가는 세계 3대 사파리 중의 하나이며, 사자와 싸우는 용맹함으로도 유명한 마사이족 마을도 비교적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다.

사실 마사이 마라는 세렝게티 국립공원과 연결되어 있는데, 마사이 마라는 케냐 쪽에 세렝게티는 탄자니아 쪽에 있을 뿐이다. 인간들이 국경을 나누고 있을 뿐 동물들에게는 국적도 없고 국경도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마사이 마라 국립 보호구 쪽에서 많은 종류의 동물 들을 더 쉽게 볼 수 있어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마사이 마라 쪽을 선택한다고 한다.

사파리 투어를 즐기기 위해서는 건강은 필수요소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않으면 말라리아 모기 같은 해충의 공격을 몸 속의 면역력으로 감당해내기 힘들어 진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응원을 하고 귀국한 공연단원 중 한 명이 말라리아로 숨진 사건이 있을 정도다.

현지에서는 말라리아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예방되지는 않기 때문에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하여 면역력을 길러 놓은 것이 가장 좋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각종 풍토병도 피해가기 마련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야생동물들에게 가지고 간 음식물을 절대로 주어서는 안 된다. 인간들이 심심풀이로 던져주는 음식물은 많은 화학 물질 등을 함유하고 있어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스스로 사냥해서 살아가는 초원의 먹이사슬 법칙을 파괴하는 주원인이 된다고 한다. 한 사람이 던져주는 음식은 아주 작은 양이라고 할지라도 야생동물 보호구나 국립공원을 방문하는 연간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동물에게 제공하는 음식의 양은 실로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다. 티끌 모아 태산인 셈이다.

아프리카 초원의 숨결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색다르다. 일출과 일몰을 보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먹고 먹히는 사냥의 연속과 강한 개체 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자연의 법칙, 그리고 인간 세계에서 일어나는 속고 속이는 치졸한 권력 투쟁이 아닌 정말 솔직한 삶의 현장. 아프리카 초원이 보여주는 자연의 진정성은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용기를 주기에 충분하다.

삶에 지친 분들, 하는 일에 일시적으로 절망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사파리 투어를 권하고 싶다. 여행은 용기 있는 자만의 특권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