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연기자와 관객의 놀이터, 타킷 만족 성공적’
‘무대는 연기자와 관객의 놀이터, 타킷 만족 성공적’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9.04.2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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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 엔터테인먼트’, ‘안숙선과 떠나는 민요여행'

해맑은 어린이의 목소리가 ‘해야 나오너라’ 하고 마치 주문처럼 노래하자 무대가 밝아지면서 해 처럼 둥글고 큰 북이 떠오르며 신명나는 무대가 펼쳐졌다.

무대로 이어지는 통로에서 극립무용단의 무용수들이 나와 얼굴마다 아름다운 미소를 띄고 날아갈 듯한 춤사위를 보여줬다. 이어 등장한 비보이(라스트 포 원)들은 열기가득한 댄스를 선보였다.

지난 17일부터 내달 15일까지 국립극장에서 계속될 ‘청소년공연예술제’의 첫 무대 ‘안숙선과 떠나는 민요여행’은 타깃으로 하는 관객들인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에 있어서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로 성공적인 공연이었다.

이날 무대는 연기자들과 관객들의 공동 놀이터가 되었다. 공연을 보기 전까지는 ‘즐거운 민요여행’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임팩트가 사실상 그렇게 강하지 않았고 또 지루한 국악공연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직접 무대를 만나본다면 왜 '즐거운 민요여행'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민요를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에듀 엔터테인먼트’ 형식으로 풀어낸 이 공연은 새 봄을 맞아 논과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모습, 시집가고 장가가는 혼례장면, 직접 나무에서 실을 자아 천을 만드는 여름밤, 거친 풍랑을 헤치며 바다로 나가는 뱃사람들의 모습들 등 우리 선조들의 소박한 삶의 모습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민요가 있을 뿐 아니라 춤과 각종 소품들을 활용한 연출로 한시도 쉴 새 없이 웃고 추임새를 넣게 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해금소리가 돋보이는 편곡도 귀를 즐겁게 했다.

특히 공연의 테마들 사이에 국립창극단 남상일 단원과 서정금 단원이 나와 짤막한 꽁트를 선보인 것이 무대가 경직되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했다. 코믹한 입담을 나눈다든지 우스꽝스러운 춤을 선보여 폭소를 이끌어 냈다. 관객들은 마치 자신이 무대에 있는지 아니면 관객석에 있는지 모를 정도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공연을 즐겼다.

또 진도 아리랑을 직접 배워보는 코너에서는 관객 3명을 뽑아 무대에서 직접 ‘진도 아리랑’을 부르는 시간도 가졌다. 이 중 스페인에서 온 관객 ‘마리아 호세’씨는 유창한 한국어 발음으로 훌륭하게 노래를 소화해 내 큰 인기몰이를 했다.

공연의 끝자락에 관객들은 강강술래에 동참하기 위해 너도 나도 무대로 나왔다. 손에 손을 잡고 함께 빙빙 돌며 민요를 부르는 가운데 비보이들이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는 댄스를 춰 무대는 절정에 이르렀다.축제와 같은 공연은 하늘극장의 천정이 열리며 살며시 들어온 보드라운 봄밤의 향기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쉬운 점은 남상일의 꽁트가 지나치게 솔직하고 편안한 가운데 시간을 지체하게 되었던 점이다. 또한 관객의 호응에 조금은 거친 ‘교육이 개판’ 같은 표현들로 응수한 것이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에서 있어 적절치 않았다는 느낌이었다.

한편 계속되는 청소년공연예술제 프로그램으로는 23일~25일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30일과 5월 1일에 열릴 ‘청소년 연극열전’시리즈, 5월 2일과 3일 양일간 ‘2009서울청소년 무용축제’, 8일~9일의 호주 대형인형극단 ‘스너프 퍼펫’의 공연이 준비돼 있다. 5월 13일~15일 극단사다리의 놀이 음악극 ‘꼬방꼬방’도 놓치지 말고 가보길 권한다.

서울문화투데이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