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조선 일류 가객, 박춘재 (11)
[연재소설]조선 일류 가객, 박춘재 (11)
  • 박춘재일대기
  • 승인 2011.06.2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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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 가객을 찾아온 내시

그 이전에는 상투를 자르라 해서 반발하자 체두관들이 반송방에도 들이닥쳤고 길거리에서 붙잡혀 울면서 상투를 잘린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춘재도 그것이 이상했다. 체두관도 상투를 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본인들은 원성의 대상이었다. 청나라는 곧 망한다 했다. 러시아도 곧 망한다 했다.

이제는 일본이고, 미국이라 했다. 그런데 의병으로 나가 죽은 사람 대신으로 뚝섬에 갔다는 사실을 알고 그 모든 일들이 한꺼번에 선명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너한테는 좀 더 있다가 말하려고 했다만.”
 스승은 먼 산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조용히 말을 이었다.
 “세상은 어차피 변하는 것이다. 어떻게 변하느냐가 문제지. 사람들이 노래부르고 춤추는 걸 좋아하지만 그것도 예전하고는 다르게 변할 거 같아. 백동전을 받더라고 했지? 아주 좋은 경험을 한 거야.
사람들이 그에 대해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그것도 보았을 테고.”

알고보니 남사당패의 훼방이나 병정의 주먹질이나 그런 것이 다 그 반응에 속하는 것이었다. 장고 돌리기는 계획에도 없었는데 한 번 해본 것도 그런 반응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입장료를 받지 않고 했다면 그런 것은 할 리가 없었다. 그것은 춘재 자신의 반응이었다. 그랬다. 조용히 뭔가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낌새가 들었다. 스승의 목소리는 더욱 은밀해졌다.

“광대도 돈을 받고 있구나. 광대도 의병으로 나가는구나. 춘재야, 널 자꾸 현장으로 내보내려는 이유를 알았으면 좋겠구나.”그 말에 춘재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스스로 알기를 바란 것인데 눈앞이 흐릿하기만 했기 때문이었다.

단지 하나, 분명하게 안 것이 있다면 최근 몇 년간 양평으로 뚝섬으로 어느 누구보다 자주 자신을 움박 바깥으로 내보낸 것은 무작정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달리 뜻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었다. 혹시나 했는데 스승은 일부러 그렇게 얼굴 그을리고 목청 혹사시키는 일쪽으로 몰아 붙인 것이었다. 그러나 춘재는 끝내 그렇게 하신 이유에 대해 감을 잡기조차 힘들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움집 밖으로 다니라고 한 것인지 알 것 같은데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제 3장 - 가객을 찾아온 내시
신기한 데가 서울에 생겼다. 움직이는 사진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그래서 활동사진이라고 했고, 활동사진소라고 했다. 스승의 말은 차츰 실감이 가고 있었다. 세상은 정말 변하고 있었다. 전차라는 것이 다닐 것이라고 했다. 지금 종로에 가설된 철길이 바로 그 전차가 다닐 길이라고 했다.

전기로 가는 것인데 그 전기를 공급하는 회사가 이미  동대문 남쪽에 있는 오간수문 앞에 있었다. 한성 전기회사라고 했다.바로 그곳 창고에서 왕십리며 뚝섬 놀량패들이 온갖 연희를 벌이고 있었다. 낮에는 그런 연희를 하고, 밤에는 그 활동사진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춘재도 그곳에 불려가 잡가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