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등문화의 ‘현대적 계승’ 우리가 해야 할 일
전통등문화의 ‘현대적 계승’ 우리가 해야 할 일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4.25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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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초파일, 시청앞 대형 등 설치는 작가로서 큰 보람, “작업은 언제나 흥분되고 즐거워”

 

인터뷰 / 전영일 전통등 작가 (전통등 예술창작집단 전영일공방 대표)

▲ 전영일 공방의 작품인 서울시청 광장 앞에 불 밝힌 '미륵사지탑 대형 등'

지난 1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올해 연등축제의 상징물인 미륵사지 탑 모형의 대형 등이 불을 밝혔다.

이 대형 등은 미륵사지탑의 아름다운 곡선까지 살려 우아하고 멋스러웠다. 한지와 어우러져 뿜어내는 은은한 빛은 부드럽고 온화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나가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오래도록 붙잡았다. 바로 ‘전영일공방’의 작품이다.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전통 등’ 예술 활동을 펼치기 위해 만든 예술창작집단인 전영일공방은 매년 꾸준히 전통등전시회를 여는 등 전통등문화의 현대적인 계승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해오고 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처럼 공방의 대표 전영일 작가는 창조적인 전통 등 작업을 즐긴다. 그는 현재 국내뿐만 아니라 프랑스, 영국, 뉴욕 등에서 초대전, 전시회를 여는 등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전통등 작가다.

연등축제의 대형 등 제작 외에도 ‘전통 등 전시회’ 준비에, 주말마다 진행하고 있는 교육프로그램 등으로 빼곡한 일정에 인터뷰 시간을 빼기에는 벅차보였다. 결국 14일 연등축제 점등식 현장에서 등 주변을 돌며 마지막 점검에 한창인 그를 만날 수 있었다.

1998년부터 10여 년이 넘게 수많은 작업을 해왔지만 작년부터 맡게 된 연등축제의 상징 등을 만드는 것은 남다른 작업이라는 그는 “작가들에게 있어 공공의 장소에서 전시를 한다는 것은 ‘상징자본’이라는 큰 의미를 가진다”며 4개월 동안의 작업을 떠올리며 자긍심을 보였다.

또한 “4, 5월에 모든 작업이 몰려있다 보니 욕심만큼 더 잘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며 겸손함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로 12회를 맞은 ‘전통등 전시회’ 또한 매년 전영일공방에서 하고 있는 작업이다.

오는 24일부터 서울 봉은사에서 열리는 전시회로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작업에도 “새롭게 나아가는 것은 언제나 흥분되고 즐거운 일이다. 내 직업이지만 전통 등 만들기는 참 좋은 일인 것 같다”며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도 예술인이기에 모든 예술인들이 가진 창작의 고통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우리의 전통적인 사상과 소재를 현대적인 것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무척 재미있기도 하지만 그만큼 깊은 고민과 고달픔을 주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고 표현했다.

전영일 작가는 우리의 전통 중 많은 부분이 발전하지 못한 채 정체돼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급격한 서구화, 산업화에 의해 우리나라 국민들은 자국의 전통문화를 하찮게 보는 경향이 있다. 지금도 심각하다”고 지적하며, “전통문화를 상품화해 부가가치를 창조한다는 논리로 지금 대한민국을 전통문화축제의 홍수로 들끓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리가 지향하는 전통은 정체성을 지니고 진화해야하며, 그 핵심은 대중들과 작가들에게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 전영일 공방의 작품은 24일부터 봉은사에서 열리는 '전통등전시회'에 가면 볼 수 있다.
또한 “전통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옛것과 현대의 장점이 어우러지도록 끊임없는 창작을 통해 발전해 가야 한다”며 “한국 전통등문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작업에 몰두해 대중들과 함께하는 전통예술을 그려나갈 것”이라고 작가로서의 소신을 밝혔다.

“문화를 상업화하기에 앞서 향유하고 즐기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전 작가는 전통등문화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많은 일을 해오고 있다.

덕분에 전통등전시회와 등제작강연회 등으로 전통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지난해부터는 전 작가가 주말마다 문화공간 ‘빛과 놀이’에서 열고 있는 ‘나만의 등 만들기’, ‘거실등 만들기’ 등의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해 경연대회참여, 전시회출품 등을 준비하는 회원들도 있다.

전 작가는 현재 1천여 명이 넘는 회원들과 전통등 자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꾸준히 전업 작가들을 육성, 배출하고 있다. 또한 전통등과 관련해 ‘한지로 만든 전통등’, ‘가족과 함께 밝히는 한지등’이라는 두 권의 책도 출간했다.

전통등은 비쥬얼적인 면이 강해서인지 최근 축제와 이벤트에서 꽤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전통등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는 “한국에는 전통등과 관련된 제대로 된 책도 없고 교육시설도 없으니 알고 싶어도 쉽지 않다”며 “한국을 대표할 만한 ‘전통등 박물관과 전시관’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많은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우리나라 전통등문화 발전에 대한 책임감을 부여하려 하자 “소비자를 쫓아 예쁜 등을 만들어 파는 것이 등을 창작하는 전영일의 삶이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라면서 “전통등 만드는 작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보다 많은 사람들과 전통등문화를 즐기며 현대적으로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전영일 작가는...?

한국전통등 예술창작집단 ‘전영일 공방’ 대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한지로 만든 전통등’, ‘가족과 함께 밝히는 한지등’ 출간

2009. 4 인천 축제박람회 초대전
2008. 9 뉴욕시티센터 ‘두번째 태양’ 뮤지컬 참여 및 워크샵, 전시회
2008. 4 서울시청 앞 연등축제기념 한지등 제작
2007. 9 영국순회전시 및 워크샵 (템즈페스티벌, 대영박물관, 킹스턴박물관 등)
2007. 5 부산 축제박람회 초대전
2005. 3 프랑스 ‘파리 한지문화제’ 초대전시회
2003. 9 원주 한지문화제 초대전
2002. 5 세종문화재단 삼청각 초대전 ‘동방의 등불’
2001. 10 월드컵 성공기원 지구촌 등축제 (남산 한옥마을)
2000. 12 호텔 인터컨티넨탈 초대전

KBS 문화지대 ‘밤이면 빛나는 조각가-전영일’
국정홍보처 KTV<TV문화기행>‘한국재발견’ 출연
EBS 다큐멘타리 방영 ‘잊혀져가는 것들’-전통등-
KBS 전통문화 다큐멘타리 ‘뿌리깊은 나무’ 방영
KBS HD다큐멘타리 ‘한국의 미’ 방영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