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기록하는 ‘감성’이 즐비한 ‘한국 카메라박물관’
추억을 기록하는 ‘감성’이 즐비한 ‘한국 카메라박물관’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4.27 0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장품, 개인운영 카메라박물관 중 ‘세계 최고’
진귀한 카메라 시대별 전시로 ‘발달사 한눈에’


‘디지털시대를 맞아 카메라는 현대인들의 필수품이 됐다. 요즘에는 어디를 가나 사람들은 카메라부터 꺼내놓기 바쁘고 어깨에 카메라를 메고 다니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1990년대만 해도 비싸고 귀해 중요한 날에는 일회용카메라로 신중하게 찍고 필름을 맡기면서 어떤 사진이 나올까 기대하며 기다리던 추억이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이런 추억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주변에서 어디서 많이 본 듯 친근한 건물에 반가움을 표시할 것이다. 카메라의 외형을 본떠 디자인한 건물 외관은 중앙을 움푹 들어가게 해 오목·볼록렌즈 단면을 형상화했다. 한눈에 카메라를 연상시키는 이곳은 대공원역 4번 출구 왼쪽에 자리한 한국 카메라박물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개인 박물관의 수준을 넘어 세계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카메라박물관 가운데 제일 많은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4번 출구 왼쪽에서 바라본 한국카메라박물관(옆면)
현재 생산 중인 브랜드부터 생산이 중단된 브랜드, 희소성 높은 카메라와 한정 생산된 카메라 등 지금까지 생각된 거의 모든 종류의 카메라를 소장하고 카메라의 역사와 발달사에 기여한 가치 있는 카메라들을 빠짐없이 구비한 한국 카메라박물관은 세계 최대의 사립카메라박물관이다.

홍보가 미흡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장품에 대한 그 가치적인 평가는 혀를 내두를 정도.

카메라 3천여 점, 렌즈 6천여 점, 무비카메라 2백여 점, 초기 환등기, 유리건판, 랜턴, 슬라이드, 사진 등 기타 카메라 기자재와 악세사리까지 무려 1천5백여 점의 소장하고 있다.

256평의 3층 규모로 전시공간만 140여 평에 달하지만 소장품을 전시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해 현재 소장품의 10% 정도를 전시하고 있으며, 매년 3~4차례 특별 기획전을 열어 차차 공개하고 있다.

3층 규모의 박물관 1층은 특별전시실이고, 2층에서는 세계 각국의 카메라를 시대별로 구분해 상설전시하고 있으며, 지하는 각종 사진전이나 강의 등 박물관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시된 모든 카메라에는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기 쉽도록 생산국가, 제작연도, 용도 등의 정보들이 세세하게 적혀있다.

제1전시실에서는 현재 ‘군용카메라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세계 각국(독일, 일본, 영국, 미국, 프랑스, 소련 등)에서 군용으로 사용한 아주 희귀한 카메라 약 2백여점과 인화장비, 지형지물을 분석하는 스테레오 뷰어 등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카메라와 부품들을 약 5백여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세계 1차 대전 당시 사용하였던 항공 카메라와 세계 2차 대전 전후의 군사용 카메라와 월남전에 사용하였던 카메라, 그리고 미국 NASA에서 달 탐사에 사용한 카메라들이 체계적으로 전시돼 있다.

▲ 다른 특징을 가진 카메라를 마음껏 만져볼 수 있는 ‘박물관 체험카메라’
▲ 박물관 지하 1층 전시실의 ‘펜탁스 카메라 특별전’에서는 다양한 렌즈와 사진, 필름, 슬라이드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냉전시대 스파이들의 첩보활동에 쓰였던 초미니 카메라부터 시작해 반지, 시계, 담배, 만년필, 라이터 등 상상력이 총동원된 재기발랄한 위장용 카메라가 눈길을 끈다.

전시실로 가는 계단 중앙에는 초기 카메라 모델인 여러 대의 목제 폴딩 카메라들이 그 위용을 드러내며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 ‘카메라의 역사와 발달사’를 주제로 카메라를 시대별로 전시한 제2전시실
제2전시실에는 ‘카메라의 역사와 발달사’를 주제로 세계 각국의 진귀한 카메라를 시대별로 전시하고 있어 카메라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카메라 옵스큐라’, ‘카메라 루시다’ 등 카메라의 원형부터 펜탁스, 라이카, 롤라이, 니콘, 캐논, 폴라로이드 등 유명한 카메라와 근래의 전자식 카메라에 이르기까지 생산된 연도별로 구분돼 있다.

세계에서 4대만 생산된 콘탁스 라이플 카메라, 사람 눈처럼 렌즈가 두 개 달린 코닥의 스테레오 카메라, 현재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필름카메라, 지금 당장 사용해도 손색없는 필름 카메라들과 함께 당시 찍은 작품들도 전시돼 있어 100년도 넘은 필름과 슬라이드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카메라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1839년 루이 자크 망데 다게르가 개발한 다게레오 타입 카메라 모형과 은판사진술을 이용해 만든 사진첩은 어디서도 보기 힘든 소장품이다.

특히 ‘빨간 딱지’로 유명한 고급 카메라의 대명사 ‘라이카’의 다양한 모델도 만날 수 있다. 그 중 라이카의 골드기종들 앞에서는 발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라이카 골드기종’
건물 지하인 제3전시실은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카메라를 이해할 수 있도록 문화강좌, 체험학습, 사진 전시, 스튜디오, 암실 등으로 꾸며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체험학습으로는 바늘구멍카메라로 사진 만들기와 흑백사진과 암실사진인화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미리 신청하면 옛날 사진관에서 보던 대형카메라로 촬영해 암실에 들어가서 흑백사진 현상과정을 직접 해볼 수 있다. 가족들이 선호하며 체험비는 2만원이다.

또한 펜탁스 기획전과 사진전이 열리고 있으며, 한쪽에서는 셔터를 누르는 맛이 착착 감기는 옛 카메라들을 보기만 하는 것이 아쉽고 안타까운 사람들을 위해 마음껏 만져볼 수 있는 카메라 체험공간도 있다.

3월~10월에는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어른 4천원, 경로와 청소년은 3천원,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는 2천원이면 세계의 모든 카메라를 만날 수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