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과 디지털은 ‘감성의 차이’
필름과 디지털은 ‘감성의 차이’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4.27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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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찰칵~’ 요즘은 쉽게 들을 수 없는 카메라 셔터음을 들으며 잠이 드는 사람이 있다.

인터뷰 / 한국카메라박물관 김종세 관장

“그 옛날, 부의 상징으로 여겨질 정도로 귀했던 카메라. 중학교 소풍에서 시작된 인연이 박물관까지 설립하게 될 줄이야...”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스스로도 이해 불가능한 꿈같은 세월이라는 김종세 관장.

2004년 6월 그가 설립한 한국 카메라박물관은 좋아서 수집하던 여느 사립박물관과는 차원이 다르다.

물론 처음에는 1976년 군 제대 후 광고업을 하면서 필요와 욕심으로 하나 둘 사게 됐지만 카메라의 역사와 발달 등을 스스로 공부하면서 1993년 박물관 설립을 목표로 체계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인터넷의 발달로 편하게 외국 사이트에서 보고 심지어 구입도 가능해졌지만 당시 80여개의 나라를 무작정 찾아다니며 적극적으로 모은 그는 “금전적인 것까지 생각했다면 시작도 못했을 것이다. 미친 짓이지.. 돈 생각했으면 시작도 안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누가 카메라를 욕심내면 상대가 무안할 정도로 정색하고 가족에게도 같은 모델 2~3대 있는 카메라도 쉽게 내주지 못해 심사숙고할 정도로 애지중지한다. 부품, 악세사리도 일단 손에 들어오면 떠나보내지 않는다니 카메라는 오죽하랴.

스스로 생각해도 과할 정도라는 카메라에 대한 애착은 “내가 죽을 때 진공포장해서 무덤에 넣어 달라. 라이카 M3와 스위스에서 만든 콤파스는 꼭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진지한 말투에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는 필름카메라의 어떤 매력에 취하게 된 걸까? 김 관장은 “필름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감성’이다. 필름카메라로 찍으면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가식 없이 표현하며 속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금 렌즈만 5~6천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촬영 갈 때는 1950년대 만들어진 독일 포잇트렌더의 아포란타 렌즈를 꼭 가지고 다닌단다.

“사용해본 것 중에 내 감성에 제일 맞는 렌즈”라며 “색감이 과장되지 않고 독일제 렌즈 특성인 안부나 하이라이트 아주 잘 표현해준다. 특히 내가 눈으로 본 색을 그대로 담아내기 때문에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잘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사진작가협회 교육분과 운영위원이자 사진작가로도 유명한 김 관장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눈이 3개”라며 “빛을 이용해서 찍기 때문에 남들은 못 보는 광선을 보는 눈이 생기는 것이다. 그 광선을 이용해 어떤 의도로 찍느냐에 따라 같은 사진은 하나도 없다. 같은 곳에 가도 늘 다른 느낌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때문에 카메라는 목적과 용도에 맞게 사야하며, 그 카메라의 기능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살 필요가 없다는 김종세 관장.

필름카메라를 시작하는 이들을 위해 카메라 추천을 부탁하자 “니콘 F2가 대표적이지만 처음부터 욕심내서 비싸고 좋은 것보다는 20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며 작으면서 기계식 노출시스템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아사히 펜탁스 MX, K2로 시작해 볼 것을 권했다.

덧붙여 렌즈마다 다 특성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부드럽게 찍고 싶다면 조리개를 최대로 열고, 반대로 대상을 섬세하게 디테일을 살려 표현하고 싶다면 조리개를 최대한 닫아 촬영할 것을 조언했다.

기계식 필름카메라의 경우 이처럼 대상과 광선 등의 주변 환경을 고려하고 노출, 조리개 등을 계산하는 등 두뇌를 엄청나게 써야만 하는 치밀하고 섬세한 작업이 수반된다. 하지만 지금의 디지털카메라는 자동화돼 있어 그 편리성으로 인해 디지털카메라 1인 1대의 시대가 도래 했다.

이에 대해 “분명 디지털카메라의 편리성이라는 굉장히 중요한 기능은 카메라 사진인구 저변 확대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렸으며, 사진이용을 활성화 시켰다”며 “하지만 기계가 사람을 부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편리한 것은 좋지만 너무 기계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고 말하는 그의 말투에는 안타까움이 묻어있었다.

디지털시대가 이렇게 빨리 확산될지는 몰랐다는 김종세 관장은 앞으로 디지털카메라가 카메라시장을 석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그만큼 흔해져서 값도 저렴해지고, 심지어 우후죽순 생겨나는 새로운 기능으로 많은 카메라들이 사람의 손을 거치기도 전에 폐기처분되는 형상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반면 필름카메라에 대한 가치와 희소성은 높아져 더 귀해지고 비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에는 렌즈의 광학적인 부분이 진화해 사람이 눈으로 보는 것과 동일한 초점으로 무한대의 시각을 선명하게 담아낼 수 있는 렌즈가 만들어지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종세 관장은 박물관이 사진인구의 저변확대와 함께 필름카메라 사용을 활성화하고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활용될 수 있도록 체험학습 등의 프로그램으로 더 널리 전파해 카메라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하지만 김 관장은 “무엇보다도 요즘 산업디자인, 시각디자인, 정밀공업 등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나 삼성전자 디자인 팀 등 영감을 얻어 사진외의 분야에 활용하기 위해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을 보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 같아 뿌듯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소장하고 있는 카메라가 너무 많아 박물관 개관이래 매년 평균 3~4회 기획전이나 특별전 등을 열고 있는 김 관장은 올해 2월 아사히 팬탁스 카메라 특별전을 시작으로 6월과 9월, 2차례의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9월에는 한국박물관 100주년, 사진발명 170주년, 한국카메라박물관 개관 2주년을 기념해 흔히 볼 수 없는 렌즈가 두 개 달린 ‘입체카메라’를 주제로 특별전을 계획하고 있다.

더불어 입체사진 전시전과 함께 체험해볼 수 있는 입체사진 만들기라는 프로그램도 마련할 생각이다.

김종세 관장은 “앞으로 적어도 10년은 더해도 가지고 있는 카메라들을 한 번씩 다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9월 입체카메라 특별전에서는 상당부분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비장의 무기’를 선보일 것이다. 많은 관심과 애정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