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도 억새밭이 있다고요?
서울에도 억새밭이 있다고요?
  • 강승환 대기자
  • 승인 2008.11.05 0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맑은 하늘, 떠나고 싶은 충동이 있는 절정의 가을날에 한 권의 책을 들고 읽을 수 있는 장소를 찾는다면 어디를 추천하겠냐고 지인에게 물어 봤다. 제각기 가고 싶은 곳은 아주 많다.

▲     ©운영자

 서울에서 가을을 느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은 어디냐고 다시 물어 봤다.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곳을 그들은 산을 추천한다. 책을 들고 산을 오르는 것은 좀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면 고궁이나 공원이 적당한데, 특별하지 않은 보통스러운 가을을 느낄 것이다. 서울에서 좀 특별한 공원은 없을까.

 지하철 6호선을 타고 월드컵경기장에 내리면 가까운 곳에 공원이 있다. 청명한 가을 하늘과 어울리는 공원, ‘하늘공원’이 그곳에 있다. 다른 공원과는 달리 특별한 공원이라고 느끼는 것은 가을과 가장 어울리는 공원이라는 것이다. 2m가 훨씬 넘는 억새들이 광활하게 펼쳐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하늘공원에 오르면 여기가 서울에 있는 공원이라는 것에 의심스럽다. 더욱이 옛 쓰레기 매립장이라고 하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300개 가까운 계단을 오르면 공원은 하늘밖에 보이지 않는다. 방사선형의 사통팔달로 탐방로가 개설되어 있고 자신의 키보다 높은 억새가 있어 걷다보면 방향을 잊기도 한다. 공원엔 오색의 코스모스와 어울린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

서울에서 가을의 정취와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여러 곳이지만 하늘공원만큼 즐길 수 있을까. 노란 은행잎이 있는 덕수궁길과 남산길도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하지만 아직 낙엽을 밟으려면 멀었다.

 
▲     ©운영자
자연생태계가 멋진 하늘공원을 걷다보면 마음이 여유롭다.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걷는 시민들은 모두들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다. 하늘공원엔 억새와 코스모스뿐만 아니라 가을꽃들이 숨을 쉬고 있는 아름다운 정원이다.

 억새는 파스텔톤의 풍경을 그려내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고 사람들은 그 유혹에 넘어가 행복한 미소로 연애를 시도한다.

 매년 하늘공원에서 열리는 억새축제에 많은 시민들이 다녀간다. 올해 7번째로 열렸던 억새축제는 끝났지만 시민들의 발걸음은 계속되고 있다. 억새축제는 서울에서 가장 큰 축제로 자리매김하여 많은 인파가 몰린다.

 하지만 축제가 끝난 지금이 억새를 감상할 수 있는 시기라고 말해두고 싶다. 축제기간 보다 사람이 많지 않아 그만큼 여유를 갖고 감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이 오기 전에 가을의 향기를 억새밭에서 느끼라고 권하고 싶다.

 하늘공원은 어느 낯선 곳의 초원을 걷는 느낌을 준다. 도심에 있는 공원이지만 전혀 도시에 있는 공원이라는 느낌을 갖기가 어렵다. 이 초원의 길을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걸으며 가을 만끽하시라. 가을이 가기 전에 시간을 내서 한 번 다녀오시라.

 여유가 조금 더 있다면 책 한 권 들고 억새밭에 누워 읽는 호강도 느껴보시라. 또한 옷섶을 파고드는 바람을 느낀다면 분명 추억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강승환 대기자(시인, 연극연출가) atleo@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