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린내 나는 '삶'의 향기까지 그려내는 작가 양효순
비린내 나는 '삶'의 향기까지 그려내는 작가 양효순
  • 김종수 기자
  • 승인 2011.07.14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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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인생 여정 속에서 우리는 행복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회화는 시대에 따라 표현 방법과 재료가 쉬지 않고 변화해오고 있다. 그러나 시대가 아무리 지나고 재료와 표현의 방법이 변해도 회화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작품 속에 녹아나는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삶을 그리는 작가의 삶이라는 예술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양효순 작가는 여자의 몸으로 6년째 새벽마다 어선들이 들어오는 항구로 나가, 거친 어부들과 부대끼며 그들의 고단하고 비린내 나는 삶을, 비린내 나는 낡은 어상자위에 그려오고 있다.

거제시 소재 해금강테마박물관에서 지난 6월, 한 달 동안 초대전을 가진 양효순 작가를 만나 그녀의 작품 속에 그려진 삶과 양효순 작가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회화를 하게 된 동기와, '삶'을 주제로 거친 어부들과, 어선을 소재로 작품을 하게 된 동기가 있나?

그림은 고등학교 시절 미술부를 하면서 그리게 됐고, 대학 때는 디자인을 전공했다. 미술 학원을 하기위해 그림을 그리다 최영근 선생님을 만난 후 다양한 장르의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작가로 활동하기위해 회화를 전공할 필요성을 느껴, 다시 공부를 하게 됐다.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자갈치시장을 다니던 기억과 태어나 자란 집이 높은데 위치하고 있어 날씨가 좋을 때면 대마도가 보이고, 용두산과 부산항이 내려다보였다. 고신대학교를 다닐 때 타고 다닌 버스노선이 항상 자갈치를 지나다녔다.

어선과 바다를 매일 보면서 학교를 다녀야 했고, 졸업 후에도 조교를 하며 출퇴근길에 항상 부산항을 보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런 연유로 졸업 작품을 준비하면서 삶을 주제로 부산항을 택하게 됐다.

부산항 어부의 삶이 녹아 있는 새벽의 자갈치,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내 고향이라는 점에서 동기부여가 됐고, 내가 살던 집이 부산항 자갈치시장과 가까워 걸어서 15~20분 거리에 있어 자연스럽게 작품의 소재로 택하게 됐다.

이후에는 충청도 아산만과 전라도에까지 배들 사진을 찍으러 다녀오기도 했다.

물질문명 속에서 소외되고 고단하고 소박한 어부들의 삶의 애환이 있는, 작고 보잘 것 없는 삶이지만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의 인생 여정 속에서 우리는 행복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삶'이라는 같은 주제로 초창기엔 어부를, 근작에선 어부를 배제한 어선으로 옮겨왔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어부와 배들을 그려오다가 이번 전시에선 작품의 크기와 주제를 통일해 변화를 주고 싶었다. 크기는 모두 10호짜리 나무 판넬로, 이미지는 배들로 통일했다. 10호 사이즈에 인물을 그려서는 리얼리티가 부족했다. 그래서 어부를 배제하고, 나무 판넬위에 어상자의 질감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그 위에 어선들을 그렸다. 

소재가 어부에서 배들로 바뀌었을 뿐 변함없이 주제는 삶이다. 삶의 모티프가 어부에서 배들로 바뀌었을 뿐, 어부와 어선 모두 고단한 노동의 삶을 상징한다.

초기작들은 어상자 위에 작품을 하다, 근작에선 판넬에 어상자의 질감을 그린 후 그 위에 작업을 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첫 개인전부터 세 번째 개인전까지, 6년 동안 어상자가 갖고 있는 현장감과 리얼리티가 좋아 실제로 사용한 어상자를 가져다 그 위에 직접 배와 어부라는 이미지를 표현해왔다. 그러다 전시를 하거나 상품을 판매하며 문제가 생겼다. 보존성이 취약하고 좀도 먹고, 한두 번만 사용한 것을 구해서 그렸지만 냄새도 걱정됐다.

그래서 나무를 구해 어상자를 직접 제작해 쓰다가, 이번엔 변화를 주고 싶어 나무 판넬위에 사실적으로 나뭇결을 그리고 크기를 통일시켜 그 위에 배를 표현했다.

넓게 보면 상품화 시키는 과정이라 보면 될 것 같다. 처음 전시보다 다듬어지고 균일해졌다. 보관이나 전시 중 훼손될 위험도 줄었다.

설치와 회화가 접목된 작품을 하고 싶다했는데, 어떤 계획이 있나?

앞으로는 나무 판넬이 아닌 캔버스에 나뭇결을 그려서 배를 표현하거나, 실사를 해서 배라는 이미지를 표현 하려고 한다. 그리고 한지로 배를 많이 떠내서 설치와 영상 작품도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하나씩 보여드리려고 한다.


중국 아트페어에 진출했는데, 앞으로도 꾸준히 해외로 진출할 의향이 있나?

상하이 아트마켓에 작품 2점이 들어가 있고, 올해 초 중국 상해 홍차우 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했다. 작년에는 일본 쓰시마에서도 전시를 했다. 기회가 되면 서울이나 해외 아트페어에 꾸준히 작품을 알리고 싶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이나 '삶'에서의 바람이 있다면?

삶은 인생여정의 함축적 표현이다. 삶은 고달픔과 기쁨으로, 때로는 성취감으로 행복한 꿈을 꾸기도 하지만, 가난과 노동 속에서, 고달픈 삶에서 느끼는 진솔한 모습을 작품으로 옮겨보고 싶다.

앞으로의 활동은 꾸준하고 쉼 없이 그리고 진실 되고, 삶의 진솔함이 묻어 있는 작품으로 한 작품 한 작품 최선을 다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