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예슬의 꽃같은 이야기] 빗속에서 나를 부르는 그리움.
[배예슬의 꽃같은 이야기] 빗속에서 나를 부르는 그리움.
  • 배예슬 / 일러스트레이터
  • 승인 2011.07.1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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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밑창에서 철퍽거리는 소리가 난다.
수면 위로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진 달이 떠있었다.
길게 마른 달이 금방이라도 점멸할 듯이 깜빡인다. 너는 목욕통에 들어서 있었다.
물을 채운 목욕통에  어느 샌가 네가 들어가 있었다.
나는 손을 저어 수면에 물결을 만들었다.
 길게 누운 달의 모습이 으깨지고 뒤틀렸다.
나는 내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너는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향해 웃었다.
창문 너머로 눅눅한 바람이 불어온다.
기울어진 천장에서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몸을 타고 흐르는 빗물에서 네 살내음이 난다. 물속의 너는 평안하다. 나는 물속에 잠긴 너를 향해 물을 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