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출판사들, 유통업체 부도로 ‘아이고!’
중견 출판사들, 유통업체 부도로 ‘아이고!’
  • 최경호(문학in 취재부장)
  • 승인 2011.07.1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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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유통업체, 도매상 무너져 자금난...‘생각의 나무’등 잇따라 피해

올해 들어 좋은 책을 많이 펴내던 중견 출판사들이 잇따라‘와르르’무너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이 같은 현상은 외국 유명작가들이 펴낸 책을 우리말로 옮겨 펴내기 위해 비싼 선인세를 주는 것과 출판사 자금줄인 출판유통업체와 도매상 등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자금난에 몹시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업계에 따르면 도서출판 생각의나무가 지난 17일 부도 처리되는 등 중견 출판사들이 잇따라 부도 처리되거나 부도 위기에 몰려 있다. 태동출판사는 이에 앞서 지난 5월 끝자락, 이레 출판사는 지난 4월에 부도를 맞았다.

중견 출판사들 잇따른 부도는 지난달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대형 출판유통업체인 KG북플러스 부도에다 일반 도매상인 샘터사까지 무너지면서 거래 출판사들이 자금을 회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출판사들은 유통업체에 책을 넘길 때 계약금을 받지 않고 책이 팔리고 나서야 판매금액을 받고 있기 때문에 유통업체가 무너지면 출판사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출판인회의 고흥식 사무국장은“경영악화 상황에서 대형 도매업체의 부도 여파를 견디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판사 한 관계자는“최근 도서 유통업체들의 잇단 부도와 맞물려 스테디셀러를 보유한 출판사들조차 위기를 맞고 있다”며“취약한 출판시장을 개선하기 위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우려스런 목소리를 냈다.

생각의나무는 1997년 문을 연 뒤 인문예술과 문학 · 과학 · 경제경영 등 여러 분야에서 단행본을 펴냈다. 이 출판사는 그동안 김훈이 쓴 소설 《칼의 노래》《현의 노래》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쓴 《젊음의 탄생》,미술교양서 《라루스 서양미술사》 시리즈 등 우수 도서들을 많이 펴낸 중견 출판사다.

출판사 한 관계자는 “생각의나무가 몇 년 전부터 자금난에 시달려왔는데 끝내 위기를 넘기지 못한 것 같다”며“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책을 내온 출판사여서 더욱 안타깝다”고 안타까운 목소리를 냈다. 1999년 문을 연 아동 · 미스터리 전문 A출판사도 이달 초 당좌거래가 정지됐으며, 유명 외국작가들 소설과 에세이 등을 펴낸 B출판사 또한 부도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계 관계자들은 먼저 번역서에 따른 선인세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꼬집는다. 민음사 홍보팀 이미현 부장은“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잘 팔리는 책도 지나치게 비싼 선인세를 내고 들여오는 바람에 쉽게 이익을 내지 못하며, 이런 악순환이 누적돼 결국 출판사의 경영 악화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최근 우리나라 에이전시 에릭양은 알랭 드 보통이 글쓰기에 참여한 시리즈물‘스쿨 오브 라이프’선인세로 최소 2억5000만 원을 우리나라 출판사에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알랭 드 보통이 쓴 다른 책‘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는 우리나라 안에서 경쟁을 통해 2억 원 가까이‘몸 값’이 크게 올랐다.
‘백야행’을 쓴 히가시노 게이고가 펴낸 새 책도 최근 입찰에서 2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출판계 한 관계자는“출판계 또 다른 문제점은‘보여주기 위한’다품종 생산과 그로 인한 재정악화 및 덤핑 관행”이라며“여러 출판사가 지나치게 많은 종류의 책을 찍어내고 이로 인한 높은 홍보비용 등이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며, 이를 만회하려 스테디셀러까지 할인 판매해 수익률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되짚었다.

은행나무 출판사 주연선 대표는“불필요한 책까지 지나치게 많이 낼 것이 아니라 출판사 본연의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