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울린 ‘단종과 정순왕후’의 사랑
하늘도 울린 ‘단종과 정순왕후’의 사랑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4.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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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왕후 추모문화제’ 비바람 부는 궂은 날씨에도 성황리 마쳐


지난 24일 시작된 ‘정순왕후 추모문화제’가 비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관광객들의 많은 관심 속에서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단종과 정순왕후의 살아생전 마지막 인사가 영도교에서 무용극으로 재연돼 지켜보던 이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추모문화제는 종로구(구청장 김충용)가 조선 6대왕인 단종을 그리며 60여년을 홀로 지내다 간 정순왕후(定順王后) 송씨의 절개와 충절을 기리고 이들의 사랑을 기원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숭인동 동망봉(숭인공원)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청계천 영도교, 강원도 영월군 청령포에서 열렸다.

행사 첫날인 24일 동망봉 일대에서 비운의 삶을 살다 간 정순왕후의 명복을 기원하는 ‘추모제향’ 부터 지난해와 같이 정순왕후의 한이 서린 듯 내리는 비는 행사 기간 3일 동안 계속됐다.

같은 날 6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정순왕후 선발대회’에서는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풍문여고 3학년 문유니 학생이 정순왕후로 간택되는 영예를 앉았다.

▲ 24일 '정순왕후 선발대회'에서 간택된 풍문여고 3학년 문유니 학생이 고운 왕비복을 차려입고 행차 중인 모습

25일 오후, 간택된 정순왕후가 고운 왕비복을 차려입고 금군과 수어사, 별시위군 등 250여명이 함께 행차했다.

동망봉에서 시작한 ‘정순왕후 행렬’은 정업원(청룡사), 동묘역 4거리, 청계천 7가에서 장대하게 이어져 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영도교에 도착했다.

정순왕후와 단종이 살아생전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고 해서 ‘영이별다리’라고 불린 영도교에서 정순왕후의 단종과의 ‘이별 재연’이 시작되자,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 비는 이들의 슬픔을 대신하는 듯 거세졌다.

500여 년 전 삼촌 수양대군에 의해 권좌에서 쫓겨난 단종과 왕비 정순왕후.

14살 어린 나이에 부부의 연을 맺은 지 3년 만에 생이별하는 장면은 애달픈 사연에 비까지 점차 심하게 내려 지켜보던 관람객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특히 정순왕후가 단종 유배길을 떠나보내면서 애절한 슬픔과 억울한 한이 북받쳐 오르는 심정을 표현한 장면에서는 관람객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더불어 단종과 정순왕후의 천상해후를 진심으로 빌며,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서울 숭의동의 김이도씨는 “요즘처럼 삭막한 사회에서 단종과 정순왕후의 애틋한 부부애는 감명 깊었 다”며 “우리 민족의 정서가 담긴 서글프고 가슴시린 추모제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제임스 트럭시스(James Trucksis) 지엠대우 상무는 “이 자리에 오기를 너무 잘했다. 아름다워서 너무 행복하다. 연기력도 너무 좋고 이들의 사랑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주 행사장인 종로구 숭인1동에 위치한 동망봉 숭인공원 일대에서 진행된 부대행사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촉촉한 봄비 속에서도 궁중의상 체험과 궁중음식 맛보기, 먹거리 장터, 궁중의상 체험, 자주동천의 천연염색 체험 등이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특히 자주동천의 천연염색 체험에서는 동망봉을 바라보며 남편의 안위를 빌고 절개를 지키며, 자주동천에서 자초 천염염색으로 꿋꿋하게 생계를 이어가며 한 평생을 보낸 정순왕후를 기리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 정순왕후 행렬이 영도교에 도착해 관람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단종을 유배지로 떠나보내며 정순왕후가 북받쳐오르는 애절한 슬픔과 한은 바라보는 이들까지 안타깝게 했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