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만 칼럼]평창올림픽과 김연아선수
[옴부즈만 칼럼]평창올림픽과 김연아선수
  • 이원재/(사)국어고전문화원 학술원장(전 경기대교수)
  • 승인 2011.07.2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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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새벽, 취침을 제대로 못한 시민들이 많나 보다. 7일자 서울문화투데이 온라인 판에 게재된 기고문‘남아프리카 '더반' 승리, 대한민국 국민모두의 쾌거’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3수 끝에 이뤄낸 평창 동계올림픽이라서 감회가 남달랐던 모양이다.

정병기 시민칼럼니스트는 기고문에서 “세계와 경쟁하여 정정당당하게 얻은 값진 승리인 만큼, 값진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본다, 이제부터 다시 준비하고 시작하면서 세심히 챙기고 살펴 다시 한 번 세계가 놀라게 할 수 있게 우리 모두가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위해 뛰어 봅시다”라며 파이팅을 주문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는 나라와 민족에게 있어 경사스런 일이다. 왜 아니겠는가? 지난 2008년부터 세계 경제가 곤두박질치면서 한국마저 경제위기의 파고가 몰아닥치자 너나 할 것 없이 1997년 온 나라를 뒤덮었던 ‘IMF사태’(외환위기)라는 트라우마가 생각났을 것이다. 그런 탓일까? 과포장 된 88서울올림픽을 연상하며 순간, 순간 다가오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이번 동계올림픽 유치를 통해 다시금 부활한 셈이다.

TV방송은 물론 국내미디어는 이번 승리의 최대 공로자로 한국평창올림픽 유치위원회 대변인 나승연씨와 이명박 대통령을 꼽았다. 매스컴에 따르면 “나승연 씨는 빼어난 미모와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남아공 더반까지 날아가 비즈니스 외교전을 펼치며, 이번에 쾌거를 이뤄냈다”고 앞 다퉈 보도한 것이다.

반면 미CNN과 영국의 BBC뉴스 그리고 프랑스 르몽드와 독일의 유력시사주간지 슈피겔 같은 외신들은“유치전 막판까지 따라붙은 독일 뮌헨시가 독일이 낳은 동계올림픽 피겨여제 카타리나 비트를 앞세워 선전했지만 현존하는 동계올림픽 스타이자 피겨선수 김연아 여왕의 기세에 눌렸다”는 보도를 전하며, “이번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의 최고 히어로는 김연아”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부문 금메달리스트, 그러나 어리기만 한 김연아 선수를 앞세워 외신에서는 다된 밥이나 다름없다는 동계올림픽 유치작전에 편승한 셈이다. 정작 김연아 선수는 범국가적 차원에서 키워낸 피겨선수가 아님에도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남아공까지 날아가 군 면제자들이 가득한 국가를 위해 온 몸을 다 바쳤던 것이다.

현재 국내 동계스포츠는 낙후된 문화다. 정부지원이 예전 같지 않은데다 올림픽 또한 흑자대회가 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스포츠선수 육성에 쏟아부을 여력조차 없다. 더구나 아프리카와 제3세계국가들이 한국대통령의 “지름신 강림하사”에 힘입어 각종 수혜를 약속받은 상태다. 지난 대선에서 반값등록금 공약에 현혹돼 10대 20대 청년들이 무더기로 투표한 결과가 최근‘없던 일’이 됐던 점을 감안하면, 차기 대통령께서 국가경제위기와 함께 엄청난 부채를 떠안게 된 셈이다.

그동안 방만한 운영으로 매년 적자를 기록한 강원도가 민영화라도 내놔야할 판이다. 다행인 점은 야권통합후보 최문순 의원이 강원도지사로 당선되면서 좀 더 알찬 대회준비와 전시행정과 같은 예산낭비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려하나마 한시름 놨다.

끝으로 외신보도대로 이번 평장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 최대 이변을 만들어 준 김연아 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얼토당토 한 홍보물로 덮고 자기 치적자랑에 여념 없던 정치인들과 관계자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훗날 누구처럼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은 말아주길 바란다. 민심은 거짓말로 오늘도 연명하는 자들의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