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가 바라는 글쟁이는?
우리 시대가 바라는 글쟁이는?
  • 최경호(문학in 취재부장)
  • 승인 2011.07.2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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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기획회의> 통권 300호,‘우리시대 저자’300명 꼼꼼히 파헤쳐

올해 으뜸 베스트셀러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쓴 <아프니까 청춘이다>다. 이 책은 지난해 끝자락 나온 뒤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종합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탄탄하게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가 참으로 애타게 바라는 글쟁이는 누구일까? 독자들은 왜 김 교수가 쓴 책에 포옥 빠져 있을까.

격주간 출판 전문지 <기획회의>가 통권 300호를 맞아 우리 시대 글쟁이 300명을 분석하면서 내놓은 결과를 보면 <아프니까 청춘이다>이 누리는 인기가 지남철처럼 우리 시대와 이어져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네이버와 싸이월드에서‘아무리 독한 슬럼프 속에서라도, 여전히 너는 너야’라는 글‘슬럼프’로 수많은 청춘들 가슴을 울린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가 여러 곳에 실었던 글 42편을 묶은 책이다.

글쓴이는 학생들과 교정에서 매일 부대끼며, 인터넷으로 청춘들과 쉼 없이 이야기하며 그들만이 지닌 아픔을 헤아려 수많은 청춘들 마음을 끌어당겼다. 그는 이러저러한 스펙을 쌓으라는 취업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하지도 않고, 대책 없는 감상으로‘어떻게 하다 보면 다 잘 될 거야!’ 라는 흔한 위로도 하지 않는다.
때로는 영혼을 감싸안는 따뜻한 한 잔 차처럼, 때로는 머리를 내리치는 따끔한 죽비처럼 한 편 한 편 청춘과 함께 숨 쉰다.

스스로 삶도‘때로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며 솔직하게 고백하는가 하면, 아직‘너라는 꽃이 피는 계절’이 오지 않았음을 깨우치며 용기를 북돋는다. 그런가 하면‘아직 재테크 하지 마라’,‘일단 기차에 올라타라’는 쓴 조언도 마다 않는다. 그는 마치 같은 고민을 해온 인생 선배처럼, 마음 털어놓을 수 있는 삼촌처럼, 든든한 선생님처럼 그렇게 다가온다.

<기획회의> 발행인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시대별 저자 유형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살펴보기 위해 198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종합 베스트셀러 20위 안에 오른 책 중에서 시와 소설을 제외한 책의 국내 저자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문사철(文史哲, 문학, 역사, 철학) 힘이 강하게 작용한 1981년부터 1987년 6월 항쟁 앞까지는 <축소지향의 일본인> 이어령, <한국근대사> 강만길, <한국인의 의식구조> 이규태 등 학자나 문사, 언론인 글쟁이가 떠올랐다.

6월 항쟁 뒤부터  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앞까지는‘개인주의 발흥의 시대’라 말할 수 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김우중, <신화는 없다> 이명박, <오직 이 길밖에 없다> 구자경 등 기업인을 비롯해 이계진, 홍정욱, 장승수 등 여러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인물들 성공담이 인기를 끌었다. 외환위기 뒤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앞까지는 자기계발 글쟁이들이 그 자리를 꿰찼다.

한기호 소장은“신자유주의 체제가 갈수록 공고해지면서 심화하는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하는 자기계발서 저자들이 대거 등장한 것”이라며“<배려> 한상복, <익숙한 것과의 결별> 구본형, <꿈꾸는 다락방> 이지성, <여자생활백서> 안은영 등 인기 자기계발 저자들이 이때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 지금까지는“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속에‘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글쟁이들에게 독자들 눈길이 쏠렸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인기도 신자유주의 모순에 고통 받으며 위로를 받고 싶었던 젊은 세대들이 김 교수가 던져주는‘어록’에 매달린 데 따른 현상이라는 것.

한 소장은“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 사용이 늘어난 요즘에는 스스로 추구하는 뜻이 충분히 담긴 짧은 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글쟁이도 주목받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