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어머니-현재호 선생
[시] 어머니-현재호 선생
  • 이소리/시인, 본지 논설위원
  • 승인 2011.07.2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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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현재호 선생

                                                                              이선관(시인)

육십구 세까지 어머니의 젖가슴만 그렸더이다
부산 자갈치 시장 여인들
마산 어시장 여인들
지금까지 약 만이삼천 점의 그림을 그려 왔는데도
얼굴도 나이도 모르는
어머니를 찾을 수 없다고 하더이다

음력으로 이천이년 마지막 날에 마주 보고
소주잔을 건네는 내게 눈물 몇 방울 보이더이다


*시인 이선관(1942~2005)은 한 살 때 백일해 약을 잘못 먹어 '뇌성마비 2급'이라는 장애를 평생 지니고 살면서도 이 땅에서 민주주의와 환경오염, 남북통일, 지구촌 평화를 온몸으로 노래했던 민족시인이었다. 그는 늘 가까이 지냈던 서양화가 현재호 선생이 평생동안 그린 여인네 젖가슴을 바라보며 이 세상을 먼저 떠난 그와 찾을 수 없는 그 어머니를 떠올린다.“얼굴도 나이도 모르는 / 어머니”, 현재호 선생이 그린 여인네 젖가슴은 그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다. 이 모진 세상을 사는 이 땅 모든 어머니에게 보내는 눈물 몇 방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