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투데이 홍경찬 기자]서울 2000년 역사문화특별전으로 '웃대(上村) 중인(中人) 展'이 지난 7월 26일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강홍빈)에서 정옥자 전 국사편찬위원장과 김종규 박물관협회 명예회장,정종수 고궁박물관장 등 박물관 관계자 및 관심있는 시민 등 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개최됐다.
이번 전시는 조선후기 한양의 웃대(지금의 인왕산 밑 부근)에 살던 중인들이 펼쳤던 시사(時社)를 비롯한 그들이 꽃피운 웃대 문화를 조명하고 있다. 중인의 존재는 서울만이 갖고 있던 독특한 문화현상이었다.
이날 행사는 강홍빈 관장의 전시회 의의와 의미를 설명한 후 내빈 축사와 오프닝 행사, 축하 테이프 커팅에 이어 서울역사박물관 박상빈 전시과장의 전시 안내로 마무리됐다.
이 자리에서 강홍빈 서울역사박물관 관장은 인사말을 통해서 "대한민국은 불과 백여 년 만에 글로벌 시대의 국민이 됐다. 근대화를 이끌어 내고 한강의 눈부신 발전을 이뤄낸 계급이나 집단이 분명히 존재한다"라면서 "이번 웃대 중인전이 조선 후기에 그들이 꽃피웠던 웃대문화를 조명하는데 있어 좋은 모범사례다"라고 밝혔다.
정옥자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는 축사를 통해서 "이번 전시회를 마련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인왕산 중인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눈으로 볼 수 있게 마련된 이번 전시가 얼마나 좋은지 말로 설명해 드릴 수 없다"라면서 운을 뗀 후 "신라말, 고려 초 육두품들은 왕권을 도와서 고려를 창건했고, 조선은 향리 계층들이 그 역할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웃대에 살았던 중인은 근대화의 주역이었다는 연구까지 이뤄진 상태다. 소중한 옥계시사 자료를 대여해 준 김종규 회장에게 감사의 말을 드린다"라면서 지리적 역사적 정치적인 위치를 확고히 정립한 주목받지 못한 중심 세력이었던 중인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 회장은 축사를 통해서 "겸재 정선이 그려낸 인왕산 주변 일대가 도약하고 복원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운을 뗀 후 "일제의 식민지사관이 주입한 조선은 양반과 하위 계층만 존재한다는 논리로 장악 의도를 노골화했다. 이 논리에 반하는, 중인들이 그 중추적 허리 역할을 해왔다. 이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라면서 주목받지 못한 중인들이 꽃피운 조선 후기 문화의 우수성을 역설했다.
웃대(광통교 기준으로 하류는 아랫대라 칭함)는 청계천 윗 지역으로 보통 경복궁 서쪽으로부터 인왕산 기슭에 이르는 지역을 말한다.
주로 왕이 거주하는 궁을 중심으로 터전을 잡은 중인들의 문화적 역량은 조선 후기 웃대 시사(시를 짓는 모임)를 통해서 체계를 잡았다.
대표적인 시사가 정조 1786년 규장각 서리를 중심으로 결성된 옥계시사(송석원시사)이다. 이는 30여 년 동안 이어져 오면서 중인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옥계는 인왕산 옆 옥류동 옥류계곡을 칭하며 동인들은 옥계시사의 맹주였던 천수경의 집, 송석원에서 모임을 주로 가졌다.
웃대 중인은 조선 후기에 들어와 당대의 문화를 대표하는 주요 계층으로 성장했다. 또 통청운동(신분 제도에 얽매이는 구체제에 반발해 신분향상 운동)을 통해서 임금에게 글을 올리며 신분 한계 극복을 위해 노력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9월 18일까지 이어지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자세한 관람 문의는 서울역사박물관 (http://www.museum.seoul.kr/, 02-724-0114)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