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의 일본속보]도쿄 속의 100년전 한국 史料들(2-2)
[이수경의 일본속보]도쿄 속의 100년전 한국 史料들(2-2)
  •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 승인 2011.08.1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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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오쿠라 슈우코칸(集古館) 뜰에 놓여진 5층 석탑 및 한국 문화재들

이천 5층석탑 바로 뒤에는 왕릉 등의 수호를 의미하는 석상 한 쌍이 나무들 사이에 가려져 있다. 문인석(文人石) 이라는 이 석상도 조선시대 조각이다. 빛도 제대로 못 보며 나뭇잎 사이에 숨겨져 있는 이러한 석상이 능묘를 지키는 역할에서 벗어나 엉뚱한 땅에 놓여져 있는 전시물이, 미적 균형을 잃은 전시 공간의 수준을 말하는 듯 하였다. 

지진으로 훼손되어 보수중인 이천 5층석탑

남의 나라 능묘에 사용되는 수호 조각상들, 그리고 이미 파손되어 망가진 조각상(제조 미상)을 본드 등으로 무리하게 이어 붙여 놓은 지진의 잔해 등을 보면서, 호텔 오쿠라가 좀 더 지혜로운 기업체로서 한국과의 교류를 포함한 신뢰관계를 위해 슈우코칸 뜰의 한국 문화재를 우호적으로 돌려주는 결단을 하는게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초대 총독을 지냈던 데라우치 마사타케 문화재 수집품이 들어있던 데라우치 문고를 소유하는 야마구치 현립대학교는 한국과의 진솔한 교류를 표명하면서 자매학교인 경남대학교에 많은 한국 문화재를 돌려 줬다(우정적 [기증]이란 표현).

 파손된 석주를 유색 본드로 발라 놓은 것(국가 미상)

그 문화재들은 현재, 특별 전시실 속에 보존되어 좋은 환경 속에서 그 빛을 발하고 있다. 그 뒤, 한일 관계가 악화 되었을 때 양국의 학교들의 대부분이 청소년 교류를 취소를 했지만, 야마구치 현립대학교와 경남 대학교는 어떤 상황이 와도 교류는 끊지 않는다는 방침으로 대응하여, 필자가 학생들 약30명을 인솔하여 경남대학교 축제에 참석해서 많은 환영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진솔한 신뢰관계란 그 어떤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와도 의연하고 지속적인 교류를 갖게 만드는 강력한 시민 파워를 자아낸다. 왜냐면 이해 타산만의 값싼 영리 관계가 아니라, 지구촌 전체가 이상 기온으로 미래를 예측 못할 우리기에 서로 협력하는 강한 우군을 만드는 기본적 프로세스이기 때문이다.

오쿠라 기하치로는 문화 산업을 표방하며 현재의 도쿄경제대학을 세운 사람이기도 하고, 한국에다 [좋은 이웃]이라는 의미로 선린상업고등학교(현재의 선린 인터넷 고등학교)를 세운 인물이 아닌가? 그렇다면 좋은 이웃을 위해 신뢰관계를 언행일치로 보여주는게 성실한 문화사업을 이룬 기업가의 자세가 아닐까?

수 많은 문화재가 외세 침탈로 인해 반출된 것이나 무력한 당시 사람들을 속이고 가져간 것도 있고, 우리 국민들 스스로가 가난에 쫓겨 문화재 도굴을 하여 밀매를 한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전부를 약탈 문화재로만 봐서도 안 될 것이고, 우리의 의식 수준이 높아진 지금 빼앗겼던 문화재를 제대로 돌려야 한다는 후손의 사명도 그동안의 자성의 기회도 필요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그 문화재가 가장 바람직하게 사랑받으며 존재해야 할 곳은 바로 태어나서 그 토양과 어우러지던 곳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대영 박물관이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 등지에서 본 세계 각국의 문화재 전시를 볼 때, 적어도 영국과 어우러지지 않는 문화재들이 많았고, 원래 있던 이집트나 그리이스 등으로 돌려 보내야 좋을 듯한 문화재 투성이었다. 그런데, 그 문화재 보존 상태가 상당히 좋고, 가치를 평가하여 소중하게 잘 보관하고 있었던 점도 눈에 띄었다. 그렇기에 내전 분쟁 등의 열악한 환경을 가진 나라보다는 안전하게 보전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반면,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슈우코칸 뜰에 놓인 석탑들의 보존 관리 상태는 중국 문화재도 포함해서 그냥 정원 조형물에 불과한 상태이다.

귀중한 남의 나라 문화재를 가져가고, 이토록 훼손상태로 놔두는 것을 그 문화재를 가졌던 상대국 국민들이 기분 좋게 받아들일 리가 없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감정을 상하게 만드는 요인의 하나임은 쉬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현명한 기업 경영체라면 동아시아 파트너 십의 필요성을 직시한 선견 지명으로 다가 올 시대를 읽고, 이웃과의 신뢰 관계에 투자를 하는 과감한 결단도 필요하다. 역사란 피해자와 가해자의 역사 인식이 결코 같을 수 없고, 피해자란 가해자의 진솔한 반성에서 나오는 신뢰 관계가 보이지 않으면 믿음을 가지고 다가갈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좀 더 진취적으로 현실적인 검토를 하여 뜰에 놓여진 5층 석탑이 더 이상 훼손 되지 않도록, 다른 한 짝이 기다리는 제자리로 돌려 보내는 우정 어린 노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것이 초대 오쿠라 기하치로가 표방했던 [선린; 좋은 이웃]사상에 근거하는 실천적 자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