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야생화초가 뽀로로보다 좋다" 초등학생 생태탐사단
"한강 야생화초가 뽀로로보다 좋다" 초등학생 생태탐사단
  • 홍경찬 기자
  • 승인 2011.08.17 20: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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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5시, 한강고수부지 야생화초 지킴이 선언한 귀염둥이들

“한강고수부지 야생화초 생태탐사단, 갤럭시탭에 사진으로 담아 내”

[서울문화투데이 홍경찬 기자]예년에 없던 지루한 장마와 폭우 속 간간히 나오는 햇볕은 무더위까지 동반한 열대아로 이어지고 잠을 설친 스트레스는 방학을 맞아 놀러 가자 조르는 자녀들로 인해 더욱 증폭된다.

▲ 박서연 야생화초 탐사대원(으뜸어린이집, 6세)

 그렇다고 아이들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 모처럼 수영장이라도 가자며, 튜브 목에 걸고 양손 가득 바리바리 싸 들고 도착한 한강고수부지 수영장은 이미 그 대기 줄이 끝이 안 보이는 상황이다.

 대기 시간 알 수 없고, 하염없이 물 반 사람 반인 수영장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다 줄서기를 포기하니 아이들의 얼굴은 심통방통 뾰로통이다. 이러니 정작, 본인의 짜증은 내색도 못한다. 아니, 부모 입장에서 자녀들과 함께 할 많은 계획과 정보수집을 왜 안 해봤겠나? 다만, 그것을 실천하기에 시간과 경제적 사정이 옥죄고 있을 뿐 이라는 것을 그 누가 알아줄까?

 눈물이 그렁그렁 하게 맺혀 보채는 우리 아이들과 재미도 있고, 보람찬 방학생활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여름방학을 맞은 학부모라면 한번쯤 생각해 봤을 얘기다. 이런 고민을 말끔히 해결한 지혜로운 학부모와 뜻있게 방학생활을 즐기고 있는 초등학생들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방학은 자녀들만 계획하고 생활하는 것이 아님을 직시하고 실천에 옮겨 아이들과 스트레스 없이 알찬 방학기간을 보내고 있는 “한강고수부지 야생화초 생태탐사단”이 바로 그들이다.

▲ 좌측부터 박성윤, 가운데 김현민, 오른쪽 김형근팀장.

 어리고 야무진 탐사단은 한강고수부지에 한국야생화초의 다양한 개체수가 자생하고 있는 걸 확인하고 4년 전부터 관찰해 온 김재성(부산국제영화제 사진위원)사진작가의 권유로 학부모와 아이들의 동의 하에 탐사단이 꾸려졌다.

 탐사단은 방학 전에 함께 다니는 교회에 모여서 사진촬영에 관한 기초지식을 배우며, 탐사할 장소와 우리나라 야생화초 및 한강에 서식하고 있는 생물에 대해 학습하면서 사전준비 과정을 마쳤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시작된 다음날 “한강고수부지 야생화초 생태탐사단” 자체발대식을 갖고 탐구여행을 시작했다.

 탐사단은 매일 아침 5시에 1차 촬영지 한강고수부지 뚝섬지구에 모여 “한강야생화초를 사랑하자”라는 구호를 힘차게 외치고 자전거를 이용하여 탐사를 시작한다. 탐사팀은 한강고수부지를 구간별로 나눠서 자생하는 야생화초와 생물들을 관찰하는데 가로등 사이에 표시되어 있는 구간 표시를 그 기준점으로 삼았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기 전 오전9시에서 10시 사이에 탐사를 마치는 녹록지 않은 일정에 낙오자가 있을 법한데 이번 장맛비에도 아랑곳 않고 팀원 모두 일정에 따라 탐사를 소화하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야생화초 발견 위해 방학동안 새벽5시 기상', '80km, 24개월 여정 완주할 터'

 “처음엔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첫 날부터 지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자동으로 눈이 딱 떠져요” 또 “우리나라 야생화초를 발견할 때마다 내가 한강 야생화초 지킴이라는 사명감도 들어요”라며 해맑게 웃는 김현근(서울동자초교 3)군은 탐사단의 팀장으로 팀원들 잠 깨우기와 촬영준비 및 탐구일지 등을 책임지고 있다.

▲ 김현근 탐사대원이 찍은 패랭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팀원 절친 박성윤(서울동자초교 3)군과 동생 박서연(서울으뜸어린이집 6세)양, 그리고 친동생 깨우기가 제일 힘들다는 잠꾸러기 김현민(서울동자초교 1)군이 탐사팀의 구성원이다. 이들은 탐사에 소월 해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자체 내규와 행동강령도 만들었다.

 “3번 지각하면 탐사단에서 나가야 되는데 우린 한 번씩 다 지각이 있어요. 그런데 탐사촬영이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요즘은 지각 안 해요”라는 박성윤군은 “오늘 탐사촬영은 여기서 끝”이라는 말이 제일 섭섭하다고 말할 정도로 탐사활동에 적극적이다.

▲ 김현민 탐사대원이 사진에 담은 애기똥풀

 탐사촬영이 시작되면서 아이들의 생활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예전에는 부모님을 다 재우고 본인이 잤다는 잠꾸러기 김현민군은 늦게 자는 만큼 아침 잠도 많아 학교에 지각할까 노심초사 하는 날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9시가 되기도 전에 알아서 잔다.

 “형아가요 저 두고 탐사 갈까 봐요, 형아 손 꼭 잡고 잠을 자요”라는 김현민군은 숨어있는 작은 야생화초를 제일 잘 찾아 낸다고 한다. 또 팀의 분위기 메이커로 팀원들이 힘들고 지칠 때 추는 엉덩이 춤이 일품이라고. 팀의 막내이자 홍일점 박서연양은 어린이집 방학이 짧게 끝나서 요즘 토요일과 보충 촬영이 있는 날만 참여한다. 장래 꿈이 디자이너답게 촬영의상이 화려하고 멋스럽다.

 “저는요 오빠들이요 저 찍어주는 게 제일 좋아요”라며 꽃들과 견주어도 절대 꿇리지 않는다는 탐사단의 미모 종결자다.

▲ 박성윤 탐사대원이 촬영한 톱밥 야생초

 탐사단이 계획 중인 탐사구간을 살펴보니 가능할까? 걱정이 앞서는 부분이 있다. 한강북단 천호대교에서 방화대교까지 그리고 다시 한강남단 방화대교에서 천호대교까지 총 구간 약80km로 계획되어 있고, 탐구 기간도 24개월로 예정되어 있다. 그 여정이 결코 만만치 않은데, 촬영장비를 보니 더욱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탐사단의 촬영장비에 대해 김재성 사진작가는 “탐사단의 아이들이 어려서 고가의 무거운 장비는 필요가 없다. 최대한 가볍고 조작이 간단한 핸드폰의 카메라 기능으로 탐사에 나설 예정이었다”고 했다.

 얘기인즉, 처음부터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학부모들이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의 카메라 기능을 활용하려고 했으나, 피쳐폰을 대부분 사용하고 있어 향후 사진전에 대비 사진의 해상도가 우려됐다고 한다. 고민 끝에 일단 김재성 사진작가가 쓰고 있던 캘럭시탭의 카메라 기능으로 팀원 모두에게 한강고수부지에서 연습촬영을 시켰다.

 촬영된 사진의 색상과 화질, 그리고 제일 중요한 접사 기능까지 매우 만족스러워한 그는 아예 이 회사의 모델을 후원 받아서 탐사촬영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특별히 어떤 방법으로 협찬을 받아야 할지 몰라 중도에 포기했었다고 한다. 이후 방학 시작과 함께 처음의 계획을 수정하여 각자 집에 소장하고 있는 소형 디지털카메라로 탐사 촬영을 시작했다.

 최초로 핸드폰 카메라 기능을 사용한 한강야생화초들의 영상을 볼 수 없어 아쉽지만,아이들의 탐사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 아이들의 순수한 관점에서 촬영된 사진을 직접 보니 촬영장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재성 사진작가는 탐사팀 추진 배경을 묻자 “우리아이들에게 전인교육의 일환으로 가까운 한강에서 자연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꿈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라며 아이들과 매일 아침 여명을 연다는 즐거움이 무엇보다 큰 행복이라고 했다.

 

▲ 야생화초 탐사대원은 매일 새벽 5시 기상해서 더워지기 전인 오전 10시에 탐사를 끝내고 있다.

 

 요즘 불완전한 일기로 인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쏟아지는 장맛비와 폭염 속에서도 어린 탐사단은 점점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우리의 야생화초들을 한강고수부지에서 직접 찾아내고 촬영하여 자생종과 자생지를 세밀하게 분류 관찰기록 하면서 자긍심을 키우고 있다.

 굳이 돈 들이고 멀리 가지 않아도 자녀들과 함께 의미 있고, 건강하게 방학기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과 시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오늘 자녀들과 머리를 맞대고 더 즐겁고 보람찬 방학이 될 수 있도록 소통의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끝으로 “한강고수부지 야생화초 생태탐사단”이 무사히 긴 일정을 마칠 수 있도록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