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힘, 영화 <7광구> 시사회
한국의 힘, 영화 <7광구> 시사회
  • 이신영 기자
  • 승인 2011.08.18 0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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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감독 사단의 한국 최초 3D액션블록버스터

 [서울문화투데이 이신영 기자]

▲배우 하지원

지난 4일 개봉한 <7광구>가 지난달 27일(화) CGV 왕십리에서 언론시사회를 개최했다.

3D로 상영된 <7광구>는 순수 국내 기술로 완성된 괴생명체와 3D액션블록버스터라는 것을 크게 부각시켰다. 시각적인 볼거리를 요하는 장르와 배우들의 긴장감이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되는 리얼라이즈 면에서는 3D라는 새로운 매체가 상당히 효과적 일 수 있다.

 <7광구>를 연출한 김지훈 감독은“기획 단계부터 3년 이상을 노력한 작품이다. 3D영화를 한국의 힘으로 만들어 보려 노력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해냈다는 자긍심도 있다. 애정 어린 질책과 많은 관심 바란다”며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의 열악한 여건 속에서 만든 최초의 블록버스터급 3D 영화이니 아쉽지만 노력은 인정해 달라고 하기엔 130억원에 이르는 제작비를 생각하면 장르적 공백이 너무 크고, 감독의 변은 치졸하다.

제주도 남단, 7광구의 망망대해에 떠있는 석유 시추선 이클립스 호.

산유국 꿈에 부푼 대원들의 예상과는 달리 시추 작업은 번번히 실패로 끝나고, 결국 본부로부터 철수 명령이 떨어진다. 철수를 위해 본부에서 베테랑 캡틴 정만(안성기)이 투입되고, 오랜 시간 공들인 7광구에 석유가 있다고 확신하는 해저 장비매니저 해준(하지원)은 일방적인 철수 명령에 강하게 반발하며, 정만을 설득하여 한 달간의 시간을 갖는다.

해준과 대원들이 마지막 시추작업에 총력을 가하던 어느 날, 갑자기 본부와의 통신이 끊기고, 이클립스 호에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7광구>는 괴물영화의 장르적 공식을 따르지 않고, 재난영화<해운대>의 초반 코믹, 후반 드라마로 풀어 내는 윤제균감독 스타일의 흥행 공식을 그대로 차입했다.

제작사 JK필름 대표가 윤제균감독이니 그럴 수 있다. 그러나<해운대>는 배우들의 절제된 감정선 덕분에 극의 흐름을 방해하진 않았다. 반면,<7광구>의 일관된 말장난 수위는 심각했다. 극 초반 한 두 번 웃어주기에 만족하지 못한 감독은 조연배우들의 화려한 애드리브에 목 매이면서 오히려 캐릭터들의 개성을 말살시켜 영화에 집중할 수 없었다.

▲배우 오지호

그러나 영화는 친절했다. 누구나 쉽게 허리우드의 괴물블록버스터<에어리언>를 연상할 수 있도록 생김새 물론 괴물의 끈적끈적한 숙주까지 등장 시켰다. 다르다면, 숙주에서 깨어나 기리기리 날뛰며 사람을 헤치던<에어리언>과 달리 <7광구>의 숙주 속의 괴물들은 불행하게도 콧구멍에 바깥 공기 쐐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제작비 때문인지 속편을 염두에 두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분명한 건 괴물 한 마리가 일당백 불사조를 연기한다. 아무리 총에 맞아도, 엄청난 중량의 쇠 더미에 깔려도, 화염방사기에 온 몸이 지져져도 죽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강해지며, 무소불위 설쳐 된다.

▲배우 안성기

또한 괴물의 지능은 멘사클럽 수준이다. 상황이 이러할지니 그 무엇으로서도 감당이 안 된다. 급기야, 해준의 남친 동수(오지호)을 비롯한 정만은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 감독으로선 아쉽겠지만 더 이상의 애드리브의 소음은 사라지고, 괴물의 은밀한 포효만이 스크린을 접수한다.

이쯤 해준이 잔뜩 어깨에 힘주며 여전사로써 맡은바 소임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모습은 안젤리나졸리와 비견된다. 그녀에게는 졸리 언니의 쫙 붙는 타이즈도 은갈치색 쌍권총도 없다. 오직 시추선 작업복에 250CC의 오토바이가 유일한 무기다.

▲배우 박철민

해저 장비 매니저에게 장착해 줄 무기가 마땅치 않았겠지만 해양한국 여전사에게 해도 너무했다. 비주얼에서 밀리고 무기에서도 밀리는 여전사 해준의 사투는 그래서 눈물겹고 처절하다. 눈알이 파이고, 머리가 찢기고 온 몸이 불타올라도 절대 죽지 않는 슈퍼 괴물의 활약으로 해외 배급망을 탄다니 손에 땀을 쥐듯 민망하다.

행여, 올해 영화시상식 대상에 암수동수 <7광구>의 괴물이 남녀 최우수 대상을 동시 수상하는 것은 아닌지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