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시인 유자효 12번째 시집 '주머니 속의 여자' 출간
중견 시인 유자효 12번째 시집 '주머니 속의 여자' 출간
  • 김영찬기자
  • 승인 2011.08.2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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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물질문명의 폐해를 풍부한 감성으로 표현

 [서울문화투데이 김영찬기자] 언론인이자 중견 시인인 유자효(64) 씨가 12번째 시집 '주머니 속의 여자'(시학)를 펴냈다.

▲ 주머니 속의 여자-유자효 시집

 시조로 등단하였으나 자유시 쪽에 더 활발한 활동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1968년 신아일보와 1972년 시조문학을 통해 등단, 이번 시집에서는 현대 물질문명의 폐해를 아파하며, 풍부한 감성으로 시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4부로 나뉘어 모두 80편의 시가 담겨 있다.

   일본을 강타한 엄청난 재난 ,리비아를 중심으로 한 중동의 살상과 혁명의 물결을 보며 시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쓴 80편의 시들을 정리하여 한편의 시집으로 엮었다. 이 시집에 실린 시편들은 고단하고 힘든 우리의 삶에 보내는 위로라고 할 수 있다.유 시인은 프롤로그에서 "고단하고 힘든 우리의 삶에 보내는 위로. 그래, 이것이 시의 기능이 아니겠는가"라며 "서정은 강하고 오래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80편의 시를 정리하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초반에는 담담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가족에 대한 상념을 드러낸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들이/환하게 웃고 있다/옷을 잘 차려입고/한껏 멋을 내고는/마치 아무 근심 걱정 없다는 듯이/세상에서 가장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다/아들은 집을 나가고/아버지는 말을 잃고/어머니는 깊은 잠에 못 든 지 오래됐지만/사진 속의 세 가족은 언제나 똑같이 웃고 있다//다시 오지 않을 시간은 그래서 더욱 슬프다"('가족사진' 중)

 KBS 파리특파원과 SBS 정치부장을 지낸 기자출신답게 사실적으로 현상을 묘사하는 듯하지만, 질량감 있는 감성을 담아낸 솜씨가 돋보인다.

   "전신 마비의 아들을 위해/아버지는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했다/아들을 태운 수레를 끌고 달리기 42.195㎞/아들을 실은 보트를 매달고 수영 3.92㎞/아들을 태운 수레를 달고 사이클 180.2㎞/모두 226.315㎞/골인 지점에서는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13시간을 기다려 그 부자를 박수로 맞았다 한다//나는 아들에게 어떤 아버지인가?"('아버지1' 중)라며 자신을 돌아 본다.

 종교와 자연도 시인의 관심사다. "개울물 소리도 스님의 독경을 따라 울며 흘렀다"('독경' 중)며 불교의 세계를 소개하고, "오 신령스러워라/민족의 아버지여"('백두산' 중)라며 백두산에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직설적이지 않은 화법으로 현대 문명의 각박함도 은근슬쩍 비판한다.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주머니 속의 여자가 외친다//(중략) 심지어는 벗은 여자 사진이 있다고/시도 때도 없이 외쳐 댄다//버튼을 눌러 말문을 막아 버리자/마침내는 온몸을 부르르 떤다/참 성질 대단한 여자/주머니 속의 여자"('주머니 속의 여자' 중)

 시인은 에필로그에서 "위대한 서정의 힘. 그것을 우리는 체험하며 살고 있다"며 "재난을 넘어, 재앙을 넘어, 인간을 위로하고, 힘을 주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것은 바로 예술"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