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어 주는 서울문화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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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도경 한국여성문예원장
  • 승인 2009.04.2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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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시 2


봄비에게 길을 묻다
                                           권대웅

봄비 속을 걷다
어스름 저녁 골목길
아직 꽃이 피지 않은 담장 너머
휘파람 소리처럼 휙휙 손을 뻗어
봄비를 빨아들이는 나뭇가지들
묵은 살결 벗겨내며 저녁의 몸바꿈으로 분주한데
봄비에 아롱아롱 추억의 잔뿌리 꿈틀거리는
내 몸의 깊은 골목은 어찌해야 하는 것인지
저녁 여섯 시에 퍼지는 종소리는
과거 현재 미래 한데 섞이고
비의 기억 속에서 양파냄새가 나
빗줄기에 부푼 불빛들
창문에 어른거리는 얼굴들 얼룩져
봄비에 용서해야 할 것이 어디 미움뿐이랴
잊어야 할 것이 사랑뿐이랴
생각하며 망연자실 길을 잃다
어스름 저녁
하늘의 무수한 기억, 기억 속으로 떨어지는
종아리 같은 저 빗물들
봄비에 솟아나는 생살들은 아프건만.

갈수록 물이 부족하다는 지구의 자연상태를 경고하는 메시지를 자주 접한다.

그래서 예전보다 더 반가운 봄비에 시인처럼 묻고 싶은 것을 찾는다

내 몸의 깊은 골목’에서부터 올라오는 봄기운이다 .

눈에서 코에서 느껴지는 봄내음을 봄비를 몰고 온 시에서부터 찾는다!

김도경 한국여성문예원장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