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춤의 매력이자 가장 큰 경쟁력은 '진정성'"
"내 춤의 매력이자 가장 큰 경쟁력은 '진정성'"
  • 김영찬 기자
  • 승인 2011.09.10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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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낳은 탁월한 춤꾼이자 안무가 이인수의 예술세계

힙합보이로 시작해 '한예종'입학, 세계 무대 각종 상 휩쓸어

한예종출신' LDP'무용단원으로 활약, 세계적 안무가 '에미오 그레코'에 발탁되기도

▲이인수
  타고난 춤꾼이자 최근 안무가로도 인정을 받고 있는 이인수. 그는 유년기 때 그의 몸동작을 보며 "잘한다~ 잘해." 하시며 손뼉을 쳐주신 동네 할머니들 때문에 춤꾼이 된, 어찌 보면 행운아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은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젊은 남자 춤꾼이다.

 그는 태어나서 30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책 한 권 읽은 적이 없다. 그는 “아직까지 소설은 커녕 만화 한 권도 읽은 적이 없다.” 말한다. 그런데도 논리적으로 말은 참 잘 풀어놓는다. “책 읽기가 싫어서 그랬느냐?”는 질문에 의외의 답이 튀어 나왔다. 난독증이 있는 데다 머리구조가 좀 이상한 것 같단다. 그는 눈으로 읽은 활자가 머리까지 전달은 되는 것 같은데 입을 통해 말로 내뱉어지지 않는다고 자연스레 말한다. 그게 끝이 아니다. 책 한권도 읽지 않은 그가 지금 대학에서 제자를 가르치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1학년 때 이탈리아의 세계적 안무가 '에미오 그레코'의 작품을 보고 "저 무용단에 반드시 들어가겠다."고 결심한다. 그는 2003년에 에미오 그레코가 방한했을 때, 그가 연 워크숍 무대에서 춤을 보여줘 당당히 단원으로 발탁됐다. 그 뒤 곧바로 네덜란드로 건너가 에미오 그레코 무용단에서 활동하다가 병역문제를 해결키 위해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는 영국 무용단 'DV8'을 이끄는 유명 안무가 '로이드 뉴슨'에게도 인정을 받았다. 로이드 뉴슨은 매 작품마다 오디션을 통해 무용수를 새로 발탁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인수는 이때 열린 런던오디션에 참가해 세계 각국에서 모인 70여 명의 무용수를 제치고 당당히 새 작품의 남자 주인공으로 뽑힌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작품에 맞는 여자 무용수를 찾는 데 실패해 제작이 중단돼 아쉬움을 남긴다. 로이드 뉴슨은 이때 한국에 있는 이인수에게 “여자 주인공을 찾게 되면 꼭 너와 함께 하겠다, 부르면 꼭 와 달라.”는 편지까지 보냈다.

◆ 힙합보이로 시작해 세계 무대 각종 상 휩쓸며 현대무용계 한 획을 긋는 탁월한 춤꾼 

 그는 춤꾼으로서 2003년 서울공연예술제 연기상, 2004년 제13회 전국무용제 최우수연기상, 2006년 제3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 2등상을 받았다. 2007년부터는 안무가로 제2회 CJ영 페스티벌 무용부문 우수작품상, 2008년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 안무 그랑프리상, 2009년 한국무용협회 주최 '젊은 안무자 창작공연' 최우수안무자상도 받았다. 힙합보이로 시작해 세계 현대무용계에 당당한 획을 긋는 이인수. <서울문화투데이>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31일 그를 만났다.

 ◆춤추지 않는 인수를 보여주고 싶었다

-지난 주말 자유남성춤작가전에 ‘그 인수는 여기 없습니다.’란 작품을 올렸다?

“설명하기가 참 애매하다. 많은 인수가 있다. 특정적인 인수가 없는 게 아니고 여러 가지 인수가 있는 건데... 공연 보러 오신 관객들이 이미 저에 대한 여러 가지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내 백그라운드가 힙합이고 에미오 그레코 출신이라 '많이 세고 크게 움직이는 인수'라고 하는 그런 기대를 하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공연을 할 때 교수님들에게 충고를 많이 들었다. '젊었을 때 멋진 춤동작을 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해서 작품을 짜서는 안 된다'는. 실제 나는 멋진 춤동작을 연구해서 작품을 짜려고 하는 타입이 아니다.

내 마음이나 실제 내 작업도 그렇고. 여러 가지 이미지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인데 교수님 보실 때는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사실 나는 속으로는 아닌데... 라고 여긴다. 새로운 인수, 빠르고 멋진 춤동작을 연결시켜서 공연하는 원래 인수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 난 그거이고 싶지 않았다. 쉽게 얘기하자면 여러분들이 기대하는 그 인수는 여기 없다. 이번 작품에서도 움직임은 많다. 관객들이 많이 봤던 움직임을 하는데 뒤로 움직인다. 앞에 의자가 하나 있는데 의자에 조명을 둔다. 춤은 뒤로 춘다. '관객에게 춤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거다. '춤추지 않는 인수를 보여주고 싶었다'. 말하자면 내 자신 속에 있는 여러 가지 자아를 보여주고 싶었다.”

-춤꾼이 춤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관객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예상하고 있던 그 춤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인수가 공연하면 이런 작품을 기대하겠다, 강렬하고 날렵한 이런 춤을 추겠다, 하는. 내가 항상 그런 작품을 짰다. 편견을 깨고 싶었다. 사실 이 작품은 2004년도에 초연을 했다. 그때 에미오 그레코에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땐데 당시 내가 에미오 그레코 움직임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주변에서 많은 충고를 들었다. 그런 스타일로만해서는 안 된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관객모독’ 아닌가?(웃음)

“그런 얘기 들었다.(웃음) 너 나이도 있고 젊은데 관객을 모독하는 것 아니냐? 이건 전략이라기보다 내가 무대에 섰을 때 진정성, 이런 무드로, 모습으로 무대에 있어야지 하는 것, 그런 목적성이 있으면 난 충분하다 생각하는 편이다.”

▲인터뷰가 끝난 후 춤 동작을 하나 보여달라는 요청에 조심스레 춤동작을 해 보이고 있다.
◆자신의 춤의 매력이자 가장 큰 경쟁력은 ‘진정성’

-에미오 그레코 얘기가 나왔는데 대학 1학년 때 이탈리아 안무가 에미오 그레코의 작품을 보고 '저 무용단에 반드시 들어가겠다.'고 결심해서 결국 단원으로 발탁되는 꿈을 이뤘다.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진짜 많은 것을 가져다 줬다. 자신감은 당연한 거고. 인생의 전환점도 됐고, 성격도 변하고 자아가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전반적인 모든 것들, 생활하며 배운 것들, 컴퍼니 생활하며 배운 것들, 홀로 생활하면서 배운 것들이 내적 성장을 가져왔다. 원래 내가 낯가림이 심한 내성적인 성격이고, 남한테 먼저 도움 요청하는 성격도 아니다. 그런 말이 있다. 남한테 도움 받지 못하는 사람은 남도 돕지 못한다고 하듯이 안 받고 안하는 그런 성격이었다. 독불장군처럼. 그런 성격이 많이 바뀌었고 춤 스타일도 많이 바뀌었다.”

-에미오 그레코는 물론 영국 무용단 'DV8'을 이끄는 세계적인 안무가 로이드 뉴슨에게도 인정받는 등 세계 유수의 무용단에 단원으로 또 주역으로 뽑히고 올해 7월에는 베이징 국제 발레&안무 경연에서도 우승을 하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자신의 춤의 매력이자 경쟁력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이런 건 자신감 있게 얘기해야 되죠. (웃음))제 성격상 너무 여러 가지를 고려하는 성격이라 정말 자신감 있게 말이 잘 안 나오네요.)
“진정성인 것 같다. 작품을 진지하게 짜면서 한 번도 춤동작 멋있게 날렵하게 잘해보이게 짜는 것은 진작에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큰 의미가 없다,’라고 생각했다.”

-왜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가?
“모양새가 이쁜 동작을 짜는 것은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 정도밖에 안 된다. 깊이있는 마음을 터치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무대에서 움직임으로 춤이라는 개념 이쁜 동작이라는 개념이랑 움직임라는 개념은 다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들로 꾸려진 LDP 무용단 정기공연 중 이인수가 안무한 '우리들이 잃어버린 것들'중에서

-올해 미국의 ‘제이컵스 필로댄스페스티벌’ 에 참여한 ‘LDP 공연을 보고 전미숙 한예종 교수님이 한 언론에 극찬을 했다. 그때 ’모던필링‘ 안무로 참여했었는데?

“5일 동안 6회 공연이었다. 워낙 그 무대가 큰 무대고 역사가 깊은 무대 페스티벌이라 첫날에는 내 파트너 류진욱 군과 많이 떨었다. 모던필링 이 작품을 2008년부터 시작해서 70회를 넘게 정말 많이 했다. 그런데도 제이콥스 첫 공연에서는 떨렸다. 보기에 실수를 했다할 만큼 실수하지는 않았지만. 단지 우리끼리 호흡이 조금 불안정했었는데 그 다음 회부터는 정말 저희끼리도 만족스러웠다. 관객 반응도 물론 좋았다.”

-작품소개를 좀 더 구체적으로 해 달라.

“나랑 같이 작품을 하는 류진욱이란 친구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같이 힙합도 같이 했었고 지금까지 쭉 춤을 같이 하고 있다. 그때도 내가 팀의 리더였고 안무도 짰고 그 친구는 단원이었다. 지금까지 같이 작업을 한지가 14년이란 굉장히 오랜 세월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호흡도 잘 맞고, 그 친구랑 지금의 형 동생으로 깊은 가족관계로 오기까지 히스토리, 더러는 싸울 때도, 무관심할 때도, 삐질 때도, 도와주기도, 서로를 위해 아파하기도 했던 그런 과정을 담았다. 내용도 굉장히 심플하다.”

-‘제이콥스페스티벌’ 갔을 때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땠나?

“그곳이 산이었다. 별장처럼, 극장도 나무로 돼 있고, 보통 페스티벌은 모던풍의 시내에서 열리는데 그곳은 정말 시골이었다. 관객들이 올까 의심스러운 곳이었는데도 6회 공연 전부 400석 이상 다 찼다.”

-LDP단원이자 이인수댄스프로젝트단도 따로 운영하는 건가?

“edx2라고 하는 팀이다. 한국에서는 이 이름으로 한 번도 활동한 적 없다. 지금 LDP소속이고 개인적으로 해외투어가 있을 때 컴퍼니의 개인무용가이자 안무자로 초청받았을 때 edx2로 간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해외 투어가 많아 이 이름으로 더 많이 활동했다.”

▲이인수가 직접 안무하고 춤을 추는 '모던필링'의 한 장면
◆이인수 춤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이는 외할머니

-춤을 시작한 계기가 박남정 때문이라 하던데?

“대 여섯 살 때 할머니들 앞에서 재롱 피우는 것이 좋았다. 춤도 아니고 움직이면 할머니들이 칭찬해주고 박수쳐주고 용돈도 주고 ‘잘한다 잘한다.’ 해주니까 그런 것들이 좋았다. 박남정의 ㄴ자 춤이라 하나? 그것 따라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김흥국 씨라든지 듀스, 서태지와 아이들 등 쭉 세대별로 따라했다. ...소방차도 기억나고.”

-백댄서를 꿈꾸기도 했을 것 같은데?

“정말 꿈이었다. 집이 지방이다 보니 어린 학생이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춤에 가장 영향을 준 사람이나 일은 무엇인가?

“외할머니였다. 어린 시절 칭찬해주고 무대(?)를 마련해주신 셈이니까.”

-예술성과 대중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데 춤추거나 안무할 때 자신의 철학이 있는지?

“두 단어다. 원칙, 그리고 진정성이다.”

-좌절이나 실패 경험이 있나?

“2003년도에 서울무용제가 처음으로 국제공연예술제로 이름이 바뀐 적이 있는데 같은 서울무용제에서 했다. 그 이유를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그때 에미오 그레코에 있다가 비자 문제도 있고 해서 들어왔다가 거기에 참여해서 연기상을 받았는데... 그 해만 군대면제 혜택이 없다는 거였다. 억울했다. 그 다음에 전국무용제에서 우승해서 군대 문제는 해결됐다.”

-앞으로 무용수로서 또 안무가로서 어떤 작품을 해보고 싶은가?

“그게 스타일이 있는 건 아니다. 지금의 스타일을 추구한다. 드라마틱하고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더 공부도 하고 해서 지금의 드라마 형식을 더 발전시켜서 더 명확하게 하고 싶다.”

-학교 강의도 하는 걸로 아는는 어디어디 나가나?

“한예종은 이번 학기부터 나가게 됐다. 한양대 특강강사와 대구 영남대에 나가고 있다.”

-이인수에게 춤이란?

“난감하다... 제자와 후배들이 물어보면 ‘왜 춤추냐?’ 했을 때 그 왜가 생각이 안 난다. 행복과 좌절, 오기 등 나를 만들어가는 그 모든 것이 춤인 것 같다.”

-어떤 꿈이 있는가?

“지금하고 있는 일을 좀 더 발전시키는 것이다. 해외에 초청이 되어도 좀 더 좋은 조건으로 좀 더 많은 댄서들이 갈 수도 있도록 하고 싶다. 순수예술, 특히 현대무용은 되게 비인기 종목이다. 이것을 바꾸고 싶다. 현대무용은 순수예술이다. 대중들에게 인기가 없다. 너희는 순수예술인이고 아티스트이기에 대중들의 환호를 기대하고 작품을 짜면 안 된다는 그게 공감이 안 간다. ‘현대무용은 순수예술로서만 가치가 있다.’라고 하는 선생님들이 있는데 그건 반대다. 분명 일반대중들도 따듯함이나 깊이나 철학적인 추상적인 부분을 느낄 수 있는데 대중들이 느낄 수 있게끔 하는 것, 그게 안무자의 책임이다. 순수예술의 틀 속에 몇 개의 관객의 입맛에 맛는 요소들, 장치들을 해서 자연스럽게 순수예술을 사랑하도록, 빠져들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들로 꾸려진 LDP 무용단 정기공연 중 이인수가 안무한 '우리들이 잃어버린 것들'중에서

◆그에게는 마음 한 구석에 담겨진 슬픔이 있다.

그는 현대무용의 서글픈 이면에 대한 씁쓸함도 털어놨다. 무대에서의 삶은 행복한데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가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며,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가는 것이 행복한 일이라는 것. 그는 무대의 마지막에 항상 쓸쓸한 한 부분을 남겨두는 장치를 둔다. 그의 마음 한 구석에 담겨진 슬픔의 표현이자 위로이다.

그는 “내 정서 한쪽이 어두운 면이 있나 보다.”라며 웃는다. 그는 혼자의 시간을 즐기며 상상하고 꿈꾸는 것을 좋아하는 청년이다. 자신의 성격이 내성적이라 어려서부터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지내는 시간을 즐겼다. 그렇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 자신에게 어쩌면 따뜻함을 주고 싶었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한다.

혼자라는 외로움의 그림자가 늘 그의 등 뒤에서 그를 감싸고 그 외로움이 또한 자신이 작품을 하는 힘을 주는 동력일지 모른다.

2004.제 13회 전국무용제'최우수 연기상'수상
2007.제2회 CJ영 페스티벌 무용부문 '우수작품상'수상
2008. 서울 국제 안무 페스티발(바뇰레) 아르코 대극장 '안무 그랑프리상' 수상
2009. 젊은 안무자 창작공연 (사)한국무용협회 '최우수 안무자상' 수상
2010. 바르나 국제 발레콩쿠르 현대무용 '안무가상' 수상
2010.<한국 춤 비평가 협회 선정>한국 춤 비평가상 '연기상' 수상
2011.Caffe bene 청년문화예술인 공모전 무용부문 '대상' 수상
2011.베이징 국제 발레 &안무 경연 대회
'금상', '관객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