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칼럼]박정수의 뒷방 이야기-그림 살 때 중요한 것들 중 하나인 캐릭터.
[미술칼럼]박정수의 뒷방 이야기-그림 살 때 중요한 것들 중 하나인 캐릭터.
  • 박정수 정수화랑 관장
  • 승인 2011.09.2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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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면 아시아에서 중요하다고 하는 대형 아트페어가 열린다. 작년까지 소위 말하는 ‘죽’을 쑤

▲ 박정수 정수화랑 관장

었으니 올해는 기대해 봄직하다.  

 “맘에 드는 작품은 있는데, 그것을 막상 살려고 하면 망설여지고... 그렇다고 다른 그림이 눈에 차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어떤 그림을 사야할지 모르겠어요.” 얼마 전 어떤 아트페어에서 만난 미술 애호인의 말이다. 예술작품에 대한 감상을 겸하면서 작품을 사고 싶은데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단다. ‘결국 지 맘에 드는 걸 살 것이면서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림 산다고 자랑 질 하는 거야 뭐야.’고 속으로 말하면서 전시장을 안내한 기억이 있다.

 미술시장이 참 많이 변했다. 산과 들을 그린 그림이나 정물화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만화캐릭터 따라쟁이 그림들도 많이 사라졌다. 기기묘묘한 발명품 같은 설치도 잘 보이지 않는다. 결국은 돈 되는 미술품만 살아남는 자본논리에 의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  

 그림 어떻게 사면 되냐고, 어떤 그림을 사야하냐고, 어디서 사야하냐고 많은 사람이 물어온다. 이러한 질문의 속내를 보면 그림사서 손해 보기 싫고, 이익이 생길 수 있는 그림이 어떤 것이냐가 거의 대다수다. 거기에 대해 두루뭉술한 대답밖에 없다. ‘오랜 시간을 그린 노동집약적 작품이거나 화가의 비범한 캐릭터를 느낄 수 있는 그림, 그러면서 본인 맘에 드는 그림을 찾으세요.’라고 말한다. 책임지기 싫은 회피의 발언이다.

 어떤 그림을 사면 속지 않을까. 여기서 속지 않는다는 것은 위작이 아니다. 장차 값이 오를 그림. 나중에 돈 되는 그림을 말한다. 이를 알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림을 사겠지만 녹녹하지 않다. 그나마 작가의 캐릭터를 살펴보라는 말은 건넬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개발하기위해 노력한다. 과일만을 그리거나 하늘만을 그리기도 한다. 특정한 무엇을 그리기에 여념 없다. 여기에 주의사항이 발생한다. 캐릭터의 의미론적 접근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특정한 무늬를 사용하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2007년과 2009년의 미술시장에서 작품가격의 등락폭이 많았던 김형근 화백은 단아하게 그려진 소녀의 이미지가 그의 작품을 대변한다. 도회적 감성과 정서가 소녀의 모습에 잘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방울 화가로 유명한 김창열 화백도 있다.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은 단순히 물방울을 그린 것이 아니라 물(水)과 물(物)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다.

 무수히 많은 물(水)방물을 그리면서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물(物)에 대한 접근이 있다. 김형근 화백이나 김창열 화백의 작품들은 단순한 이미지로서 소녀와 물방울이 아니다. 예술에 대한 깊은 고민과 작품 활동에서 형성된 캐릭터이다.

 캐릭터(character)라는 말은 소설이나 영화 따위의 극이 있는 곳에서 독특한 성격이나 이미지가 부여돼 내용을 이끌어 나가는 인물을 의미한다. 이미지가 양산되는 현대사회에 와서는 인물이나 동물의 모습이 디자인에 도입되어 내용을 가진 무늬로 이해되기도 한다. 대중스타들은 데뷔전부터 개 개의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대중들에 호소하기 위한방법이다.

 시간이 흘러 스타의 외모가 변하고, 활동 반경이 달라지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잠시 사라진다.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는 오래가지 않는다.

 이번 아트페어에서는 최소한 무늬가 아닌 의미 있는 캐릭터를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