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한국에서 만나는 … ‘마르셀 뒤샹’의 후예들
[전시리뷰]한국에서 만나는 … ‘마르셀 뒤샹’의 후예들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1.09.2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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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미국미술이다-휘트니미술관전’ ㆍ 덕수궁미술관 9월25일까지

 현대미술의 시작은 어디일까. 남성용 소변기를 거꾸로 세워놓고 ‘샘(Fountain)’이라고 명명하며 현대미술의

출발을 알렸던 프랑스 출신 초현실주의 미술가 마르셀 뒤샹(1887~1968).

국적을 막론하고 현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의 뒤를 잇는 후예들이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품을 이끌고 한국을 찾았다.

마르셀 뒤샹이 현대미술의 아버지라 인정받은 곳은 프랑스가 아닌 미국이었다. 미국에서 시작한 그의 현대미술 작업은 소변기를 작품이라하여 기괴한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단적 증거가 되기도한다. 일상에서 오브제를 찾는 미국미술의 근원이 바로 마르셀 뒤샹이 아닌가 싶다.

 과연, 미국미술은 무엇일까. 자본주의로 인한 매스미디어와 대량생산을 상징하는 것. 그것이 바로 미국미술이다. 뉴욕 4대 미술관 중에 하나인 휘트니미술관 소장품을 국내에 최초 공개하면서 미국을 상징하는 ‘현대미술’이라는 타이틀로 전시를 열었다. 전시 타이틀 답게 만 레이, 재스퍼 존스,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제프쿤스 등 미국미술을 상징하는 대표 작가들이 대거 모였다.

 전시는 한국 미술계에 처음 소개하는 미국미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게다가 ‘가장 미국적인 미술’을 볼 수 있다는 휘트니 미술관은 소장품을 외부로 반출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이런 점에서 국내에 보기 힘든 휘트니 미술관의 소장품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만레이의 당구대를 소재로 한 ‘행운’ 이라던지 올덴버그의 ‘부드러운 비올라’ 찰스레이의 ‘퍼즐병’ 앤디 워홀의 ‘녹색 코카콜라병’ ‘캠벨수프’ 등은 미국 사회 자체에서 보이는 일상의 오브제로 작가들의 관심을 가져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패스트푸드, 대중문화, 소비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표현되는 미국사회의 물질문화를 대변하는 요소가 된다.

 미국미술의 또하나의 특징은 추상표현주의에서 탈피해 사실주의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현실에 일상용품을 도입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하되 그 의미를 담아내는 작업을 오브제에서 찾는 것이다. 익숙한 시각적 이미지를 활용한 미국미술을 통해 새로운 오브제로 미술 영역을 확장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 바로 마르셀 뒤샹이 창조한 현대미술은 아닐까.

 ■ ‘오늘의 프랑스 미술 : Marcel Duchamp Prize’ ㆍ 과천현대미술관 10월16일까지
시원스레 펼쳐진 호수에서 현대미술의 출발점인 프랑스를 느낄 수 있다. 미술관에 10톤의 물을 쏟아부어 만든 인공호수 위에 연잎을 상상케하는 접시들이 떠있다. 푸른 풀과 그 위에 접시들이 부딪히는 청아한 소리를 들으며 시각과 청각의 아름다움에 빠져든다. 고유의 선과 색, 형태를 인정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끌어내는 모더니즘과 프랑스만의 뿌리깊은 전통적 특성을 담아내는 프랑스 미술을 느껴볼 수 있다. 마르셀 뒤샹의 뒤를 잇는 프랑스 현대미술작품들이 모였다.

 경기도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오늘의 프랑스 미술: Marcel Duchamp Prize’전은 2000년 제정된 마르셀 뒤샹 프라이즈의 수상자와 후보자 가운데 16명의 작품 100여 점을 국내에 소개했다. ‘마르셀 뒤샹 프라이즈’은 컬렉터들이 자국 미술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프랑스 현대미술 국제화 추진회’에서 만든 상으로, 해마다 후보 4명을 선정하고 수상자를 뽑아 퐁피두센터에서 개인전을 열어주고 있다. 국내 전시된 작가들은 마르셀 뒤샹을 잇는 수장자와 후보자들이다.

 전시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다원성과 더불어 전통과 모더니즘에 대한 사유, 섬세한 감성이 엿보인다. 프랑스 현대미술의 가장 큰 특징인 전통에 뿌리를 둔 것을 관자 스스로 느껴지게 하기도 한다. 쓰레기 더미에서나 찾을 법한 소재마저도 예술로 끌어들이는 마르셀 뒤샹이 보여준 기발함도 함께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