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국립극장,‘느릅나무...’ 노련한 배우 김재건의 열연이 돋보이는 '명작'
[공연리뷰]국립극장,‘느릅나무...’ 노련한 배우 김재건의 열연이 돋보이는 '명작'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1.09.28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긴 호흡으로 재미와 활력 함께 이끌어, 극단성좌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초청작 걸맞는 무대

 ‘백전노장’, 이는 백번의 전투를 치러 낸 노련한 장수를 일컫는 말이다. 어제(27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막을 올린 극단 성좌의 ‘느릅나무 그늘의 욕망’의 ‘캐봇’을 연기한 김재건 선생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서울문화투데이가 후원하는 2011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공연이자 故 권오일 3주기 추모 공연 일환으로 오는 9월 27일부터 10월 1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단 단원으로 37년간 무대에 섰던 그는 20대들이 주축을 이루는 이번 공연에서 최고령으로 단연 공연을 빛냈다. 그의 대사와 연기 호흡은 길고 자연스러웠고 젊은 친구들은 끌어내지 못하는 웃음과 유쾌함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60이 훌쩍 넘은 고령임에도 이 층으로 만들어진 무대를 무거운 가방까지 들고 오르내리며 수차례 무대를 돌고 무대 위에서 귀여운 춤과 능청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그 모습에 관객들의 시선은 끝까지 그를 놓치지 않았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정극 무대에서 그만의 ‘몸개그’(?)로 관객들에게 재미 를 충분히 전달했다. 

▲‘느릅나무 그늘의 욕망’의 ‘캐봇’을 연기한 김재건

공연 도중 연기에 몰입한 나머지 분장한 콧수염이 반쯤 떨어져 덜렁거리는 가운데서도 수습을 해가며 연기하는 그를 보는 관객들은 조마조마하면서도 그의 능란함에 감탄하며 박수를 보냈다. 역시 노장의 탄탄한 연기는 분장의 실수를 덮기에 충분했다.

 이와 함께 작은 체구에서 강하게 뿜어내는 에너지로 젊은 배우들까지 함께 연기에 깊게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은 공연을 보는 내내 흐믓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요사이 공연무대는 뮤지컬과 각종 코미디극으로 온통 포위당해 요란하다. 이런 가운데 오랜만에 탄탄한 시나리오로 짜여진 정극 한 편을 보고 나니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은 다음 마신 물 한잔에 ‘역시 물이 최고야’라고 외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옥의 티라고 할까?

 배우들의 연기 몰입이 너무 깊었는지, 애비(전세홍 분)와 애번(설성민 분)의 키스신은 무대의 불이 꺼졌다 다시 켜지는 시간까지 계속됐다. 결국 주인공 남녀의 퇴장이 불빛 아래로 비춰져 공연의 긴장감을 살짝 떨어뜨린 것이다. 이들이 진짜로 키스를 즐긴 건 아니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대와 세트구성상 객석과 무대 공간이 조금 먼 것이 배우들의 대사를 온전히 들리지 않게 했으며 관객들의 집중도 또한 연속되지 못하게 했다. 그 와중에 하늘극장의 딱딱한 관람석은 관객들이 몸을 비틀게 했다.

 2시간 풀타임으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서 아쉬운 점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묵묵하게 40년간 꾸준히 정극을 고집해온 극단 성좌의 노력의 산물로 평가될 만하다. ‘명작은 명작인 이유가 있다’는 말에 걸 맞는 무대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연극 ‘느릅나무 그늘의 욕망’은 미국의 3대 극작가로 꼽히는 ‘유진오닐’의 작품으로, 1850년 첫여름의 뉴잉글랜드에 소재한 캐봇 일가의 농장에서 전처 소생인 아들 시미언과 피터 그리고 후처 소생인 아들 애빈을 농장에 남겨 두고 어디엔가 행방을 감추었던 일흔여섯의 아버지가 서른다섯의 젊은 새어머니를 데리고 돌아와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작품은 인간이 가진 나약함과 외로움을, 그것이 서로의 관계맺음과 애정 속에서 치유되는 모습을, 그리고 탐욕과 욕망이 부르는 파괴와 상실을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강렬하게 표출해 보여줄 예정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故 권오일 선생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딸 권은아 연출과 공동으로 준비하던 작품으로, 올해 권은아 연출 단독으로 '故 권오일 선생추모 3주기 특별 기획공연’으로 올려 져 더욱 의미를 더했다.

 극단 성좌는 연극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리얼리즘 연극을 주로 하는 극단이다.  기획공연으로 국내에 첫 선을 보였던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유진 오닐의 ‘느릅나무 그늘의 욕망’ 등 주옥같은 명작들을 올려왔다.

 이번 공연은 10월 1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올려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