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이은주 명창, 국악 1세대가 들려준 삼천리 우리가락
[리뷰]이은주 명창, 국악 1세대가 들려준 삼천리 우리가락
  • 홍경찬 기자
  • 승인 2011.10.01 14: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창 이은주 선생 구순 기념 공연, ‘천년의 노래 아리랑’

[서울문화투데이 홍경찬 기자]국립국악원 예악당에 설치된 ‘대고’가 지난 9월 29일 힘차게 울렸다. 전장에 나가는 장수의 승전고를 기원하는 북소리가 아닌 명창 이은주 선생 구순 공연을 축하하는 웅장함이 전해졌다.

▲ 이별가를 들려주는 구십의 이은주 명창

 이어서 이은주 명창이 하얀 한복을 입고 사뿐사뿐 걸어 나와 무대 중앙에 어린 소녀마냥 수줍게 섰다. 여리고 가냘픈 몸이지만 그의 존재만으로도 큰 무대를 장악하고도 남았다. 15세 때 소리길로 들어선 그때를 회상하듯 그의 '이별가'는 또렷했고 애절했다.

 국악인으로 인도해준 어머니를 위한 ‘회심곡’으로 90세의 사모곡을 관객에게 전했다. 소리에 빠져 한 길만 걸어오는 동안 어머니도 여의고 하나뿐인 아들도 잃었다. 점점 작아지는 왜소한 몸에도 불구하고 이날 천명이 넘는 관객들을 압도했다.

 이은주 명창은 원경태 스승에게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의 의미로 은주라는 예명을 받았다. 영원한 스승에게 바치는 ‘사사’(師思)는 뼈속까지 소리가 스며들어야 명창이 된다는 그 가르침에 대한 보답이었고 그의 소리는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우리네 모두에게 삶의 희망을 줬다.

 2부 공연에서는 연지 곤지 화장에다 꽃가마를 타고 행차한 이은주 명창은 손을 흔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묵계월 언니와의 생일상을 함께 받는 자리는 명창에게 해맑은 웃음을 선사했다.

 이번 구순기념공연에는 경기민요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민요 ‘아리랑’과 지역 민요를 들려줘 삼천리 금수강산을 휘돌아 우리네 삶에서 오롯이 살아있는 소리를 전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는 ‘경기십이잡가 및 민요’로 1975년 12월 지정됐으며 이은주, 묵계월, 故 안비취 명창이 동시에 인정을 받았다. 

▲ 명창 이은주 선생 구순 기념공연 '천년의 노래 아리랑'을 끝낸 후 출연자 대기실에서 만난 이은주 명창.

 공연을 막 끝낸 이은주 명창에게 소감을 묻자 “옛날부터 부르는 노래라서 아주 감회가 깊어요. 여러 동지들과 같이 부르니깐, 아주 옛날 생각도 나고 눈물도 핑 돌더라고요. 직접 나와서 하니깐 어머니와 아들 생각나서 눈물이 났어요”라며 이날 무대에 선 기쁨을 환한 미소로 답했다.

 공연장을 찾은 한 명(56, 방화동)씨는 “우리 국악을 들음으로써 삼천리 곳곳을 다녀온 기분이다.  함경도 민요에서 제주 민요까지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공연 소감을 밝혔다.

 1986년부터 이은주 명창 제자인 박정욱(한국서도소리연구보존회 이사장)씨는 “세 시간동안 진행된 긴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으로는 한 부분도 뺄 곳이 없었다. 한 사람이 문화계에 끼치는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걸 이번 공연에서 다시 한 번 확인했다“라면서 ”민요 삼천리로 전국을 한 바퀴 돈 것은 처음이고, 1세대 문화인을 무대에 모신 획기적인 공연이었다. 이번 공연이 하루 공연이라 아쉬웠고, 국악 마니아들이 이번 공연을 찾아서라도 봐야하는데 아직 문화의 힘이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거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천년의 노래 아리랑, 구십 이은주 명창 공연 현장

▲ 구십 이은주 명창의 장구
▲ 꽃가마를 타고 행차하는 이은주 명창.
▲ 문하생들과 함께 연주
▲ 열창하는 이은주 명창
▲ 묵계월 명창이 이은주 명창의 구순 생일상을 나란히 받고 있다.
▲ 제자들과 이은주 명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