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못한 축제...촛불ㆍ전경 뒤섞여 아수라장
시작도 못한 축제...촛불ㆍ전경 뒤섞여 아수라장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9.05.03 10:5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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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서울페스티벌 개막식 무산, 촛불시위 1주년 기념 '이명박 퇴진' 외쳐

지난 2일 하이서울페스티벌 개막식이 예정돼 있던 시청광장은 '이명박 퇴진'을 외치는 시민들과 진압하려는 전경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 하이서울페스티벌 개막식은 촛불시위대의 시청광장 점령으로 무산됐다.
클론의 봄바람 댄스 무대 리허설과 함께 흥겨운 축제가 시작되려던 밤은 분위기가 갑자기 험악해졌다. 길놀이가 한창인 태평로 길에서는 사물놀이의 꽹과리 소리와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라며 강력히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뒤섞여 하늘 높이 웅웅대기 시작한 것이다.

본격적인 측제의 시작을 앞둔 오후 8시경, 깃발을 높이 들고 봉기한 촛불 시위대는 시청광장을 장악하는 듯 하더니 이내 축제를 위해 설치한 무대에까지 올랐다. 축제를 진행하는 측은 어떻게는 흥을 돋우워 보려 했으나 이미 이곳 저곳에서 휘날리는 깃발은 장내를 태풍이 오기전의 상황까지 몰아넣었다. 

▲ 흥겨운 사물놀이 한마당
이날 축제에서까지 시위를 하게 된 경위에 대해 서울 은평구에서 온  한 시민은 "대학로와 서울역광장 등지에서 촛불 시위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집회하러 나왔지만 경찰의 진압에 밀려 시청까지 오게 된 것"이라며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외국인들에게나 보이려고 하는 이런 돈낭비나 하는 축제가 아니다. 본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 용산 참사자들을 살려내라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시민
또 고려대학교 이진구 학생(가명. 25세)은 " 오늘 촛불 시위 1주년을 맞아서 국민들과 뜻을 함께 하기 위해 나왔다"며 " 이런 축제를 오랫동안 준비해 온 손길들에는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여론은 현재 이렇듯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 지자 서울문화재단 안호상 대표는 떨리는 목소리로 "개막식은 취소되었다" 며 "일반 시민들은 밖으로 나가 청계천광장으로 이동해 주길 바란다"고 울먹였다. 그러자 이곳 저곳에서 " 개XXX, 우리도 일반 시민이야"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 촛불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대기한 전경들

전경들이 투입되고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은 하릴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인도에서 온 한 외국인 가족은 이런 상황에 대해 무척 의아해 하며 " 축제를 즐기려고 왔지만 한국 국민들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다면 해결 되어야 할 것" 이라고 말하며 서둘러 지하철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국내에서 10여년을 거주하며 학원 강사로 일해온 한 호주인도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복잡한 상황인 것 같다"이라며 "우리야 친구들끼리 축제를 즐기러 왔지만 국민들의 여론도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문화투데이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