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정미소, 이진준 개인전 'Artificial Garden'
갤러리정미소, 이진준 개인전 'Artificial Garden'
  • 윤다함 기자
  • 승인 2011.10.12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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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수)까지 갤러리정미소, 이진준의 세 번째 개인전 'ARTFICIAL GARDEN(인공정원) 개최

 대안공간 정미소에서 9월 15일(목)부터 10월 26일(수)까지 'ARTFICIAL GARDEN(인공정원)'라는 제목으로 이진준의 세 번째 개인전이 개최된다.

▲이진준 개인전 <人工庭園 -Artficial Garden>

 9월 15일(목)부터 영상, 사진, 퍼포먼스, 설치 작업을진행 해 온 이준진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꾸준히 전시해 왔던 'YOUR STAGE(당신의 무대)'의 기술과 감성과는 또 다른 확장된 개념의 작품이 선보여진다. 작가는 정미소 공간 전면에 LED를 이용한 빛 체험공간을 연출한다. 관객은 공간을 들어서는 순간 빛, 잔디, 영상, 온도 등 작가가 설정해 놓은 다양한 체험코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전시기간 중에는 오프닝을 포함하여 4회의 퍼포먼스가 동시에 진행된다.

 작가는 지속적으로 이 사회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어왔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공적인 영역과 그 모두를 감당하고 살아야 하는 개별적인 사람들의 사적 영역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또 그것이 진정으로 실재하는가? 하는 물음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사회와 사람, 사람과 사람이 관계 맺는 동시에 그러한 관계를 에워싸고 있는 세계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전자매체의 발달로 인해 꾸려진 인공적인 세계에 있는 인공정원은 무엇인가? 자연적으로 체험되는 세계인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세계인가?'에 관한 물음이 이진준 작가의 이번 전시를 이해하는 중요한 틀일 수 있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빛과 세계가 자연인가? 인공인가? 에 관한 것이다.

 관객이 전시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인공정원'의 빛, 잔디, 온도, 소리를 경험하게 되는데, 넓은 의미에서 빛과 잔디는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로 이미 익숙해 있는 오브제들이다. 익숙한 오브제들로 연출되는 공간이지만 LED빛의 색감으로 계속 다르게 연출되는 공간을 마주하게 되는 관객은, 작가가 공간 안에 설정한 빛을 포함한 다양한 지각의 요소들로 낯설어지는 체험을 경험한다. '인공정원'을 거니는 관객들은 그 공간에 놓이게 되는 순간 LED의 변하는 빛을 바라보는 것 같지만 지속적으로 다르게 변하는 공간을 보는 것 이상의 감각적 체험을 하게 되며, 작가는 전시장안의 기계음과 온도, 습도, 등을 설정하여 관객이 그곳에 있을 때 인체의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전시를 경험하게끔 한다.

▲이진준作 <Artificial Garden> (Site generating installation, LED, Air conditioner, Fan sound, Temperature(18-20 degrees), Grass, Soil, Spot light, Poly cabonate, 2011)

새로움을 인식하는 두 개의 눈

 그의 작품 '인공정원'의 중요한 구성요소인 LED빛과 LED를 구현하는 장치에서 파생되는 기계음은 전자매체에서 출현되는 요소이며, 이와 더불어 공간을 구성하는 바닥의 잔디의 흙 길은 비 전자매체의 세계에 근원이다. 이처럼 그의 작품 '인공정원'은 인간이 인식한 모든 세계는 인공성을 내재하고 있으며 근본적으로 인공적인 세계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인공성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기에 이때 '인공정원'에서 구현되는 인공성은 자연성의 개념과 짝을 이루어 작용한다.

 '인공정원'의 삼면을 이루고 있는 LED빛은 마치 관객이 산속의 길을 따가 걸어가면서 볼 수 있는 나무 사이사이에 비추는 빛의 모음들이다. 따라서 LED의 움직이는 속도는 사람이 숲 속을 거닐 때 느낄 수 있는 속도의 시간성이 매개된다. 바닥과 천장의 모든 장소적 특징이 중요하게 개입하게 되는 '인공정원' 작품의 바닥에는 실제잔디가 깔려 있고, 흙으로 난 길이기 때문에 이곳에 놓인 관객은 잔디와 흙 냄새를 통해 실제로 산길을 걷고 있다는 상황을 경험한다. 즉, 이 작업을 이루고 있는 빛, 잔디, 흙, 온도, 소리, 냄새 그 모두가 전자매체의 세계와 비 전자매체 세계의 합일과 공존을 유발시키고 있으며, 그곳에 놓인 관객은 마치 두 세계의 구분 없이 새롭게 구축된 인공적 세계를 자연스럽게 거닐고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진준이 제시하는 이러한 인식의 총체에 대한 경험의 근본은 인공성이 전제되고 그 인공성은 과거와 미래도 아닌 현재의 미디어기술이 매개된 상황 그 자체이다. 

 '인공정원'은 미디어 빛으로 둘러싸인 공간을 거닐게 함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체험하고 있는 도시의 빛과 세계, 즉 인공과 자연, 전자매체와 비 전자매체의 세계를 동시에 그려내고 있다. 그의 작에서 들려주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모습이 바로 인공정원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곳을 거니는 관객은 한편으로 산속에서 느끼는 자연의 미와는 이질적인 감정을 느낄 것이며 이와 동시에 익숙한 것들의 조합을 통해 구성된 공간 속에서, 이곳에 있음에 대한 안도감을 느낀다.

▲이진준作 <Here and There> (Variable installation, Beam projection mapping on the white door, 2 door handles, Grass, Single Channel Video, 00:02:30, 2011)

식물적 생명에서 생성되는 빛의 시적 이미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그 본연의 존재감을 여러 가지의 모습으로 드러낸다. 특히 '인공정원'에서 벽면의 800개의 LED를 이용하여 커다란 규모로 설치된 잔디를 드러내는 방법 역시 'HERE AND THERE'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HERE AND THERE'는 식물의 생명의 움직임을 잡아낸 영상 작과 잔디로 구성된다. 이진준은 이 두 존재의 생명성과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인공의 빛을 사용한다.  모든 살아 있는 식물적 생명체에 존재감을 부여하기 위해 중요한 단서는 바로 전시장에 펼쳐져 있는 그의 작품들에서 일괄적으로 보여지는 요소, 바로 빛의 연출 때문이다. 나무의 생명이 빛을 향해 뻗어 있음으로 생명의 존재감을 부여 받았다면, 이진준은 나무와 잔디를 비롯해 식물적 생명이 있는 모든 요소들에 인공의 빛을 투사시킨다.

▲이진준作 <Here and There> (Variable installation, Beam projection mapping on the white door, 2 door handles, Grass, Single Channel Video, 00:02:30, 2011)

 빔 프로젝트 매핑 작업 인 'HRER AND THERE'는 하늘높이 뻗어있던 나뭇잎을 위로 올려보며 찍은 영상작품이다. 정적이고 고요한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나뭇잎이 흔들리는 미세한 움직임들이 종종 포착되는데 이는 자연의 바람이 아닌, 나무에 외부충격을 가한 연출된 움직임이다. 즉 나무는 인공적인 바람에 의해 그 의미를 발현하고 있다. 또 그 위에 빔을 비롯한 다양한 조명으로 이루어진 인공의 빛을 사용하여 그 존재가 지닌 의미를 끌어 올린다.

인공의 빛으로 존재하는 사람

 이진준의 작품에서 일관되게 연출되는 LED 빛과 조명은 모두 미디어기술이 매개되어 있다. 기계문명의 발달에 따라 사람이 사용하게 된 기술, 특히나 예술에서 적극적으로 개입되어 사용될 수 있는 미디어 장치들에 대한 이야기가 그의 작업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즉 기술이 작품을 지배할 수 맥락보다는 기술 그 자체가 작품을 완성해 내는 중요한 단서로 기술과 인간의 체연 관계로 치환된다. 기술철학자 돈아이디(Don Ihde)는 어떠한 대상을 더 나아가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수단이 되는 기계를 통하여 ‘자아-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밝힌다. 즉 '(인간-기계)->세계'라는 도식이 형성되는데,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기계는 인간과 한 유형으로 분류되며 인간은 기계를 통해 구체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이진준作 <S-HE> (200 Globe balls, Dimmer, Cable tie, 2011)

 기계적인 빛과 시선을 지속적으로 담아온 이진준의 작업의 맥락에서 빛으로 서 있는 'S-He'는 기존에 그가 미디어 빛을 통해 사람의 행적으로 드러내어 세상과 어떻게 만나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의 흔적들이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깊은 산을 등산한 뒤, 마을을 향해 내려오면서 발견한 집집마다의 빛을 보며 안도감을 갖는다. 사람들이 일구어낸 행적과 흔적으로 인해 갖게 되는 안도감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빛의 조감이 바로 'S-He'에서 드러나는 빛이다. 

▲이진준作 <S-HE> (200 Globe balls, Dimmer, Cable tie, 2011)

 이진준은 자신의 작업에서 꾸준히 드러내고 있는 빛은 고도로 집약된 기술로 연출할 수 있는 화려한 빛이 아니다. 200개의 백열등으로 제작된 'S-He'에서의 빛에서 엿볼 수 있듯이 그 빛은 존재가 흩어지고 희미해져 가고 있는 사람을 드러낸다. 이처럼 그가 사용하는 기계, 인공의 빛은 존재를 드러내어 세상과 만나게 하는 통로인 것이다. 'S-He'가 빛으로 존재하는 사람을 형상화 하였다면 그의 사진작 'Where I am 0530_One day, When they leaved'는 사람이 만들어놓은 행적에 집중한다. 즉 이진준은 'S-He'에서 깊은 밤, 산 위에서 바라본 마을 빛의 풍경의 풍경을 드러냈다면 'Where I am'에서는 거대한 자연과 혹은 사회에 인간의 흔적을 만들어가며 살아왔던 삶의 길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이와 더불어 빛으로 드러난 길은 다음에 걸어야 되는 사람의 방향과 미래를 제시한다. 이처럼 그가 자신의 작품에서 사용하는 빛은 사람이 살아왔던 과거의 흔적을 드러냄과 동시에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를 열고 있다.

▲이진준作 <Where I am_05:28_One day, when they leaved> (A picture record of performnace in mountain, 200 lighting sticks, 2011)

일상적 세계로 관계 맺는 인공정원에서의 해프닝(미디어와 공연의 결합)

 미디어의 속성 그 자체가 공연성을 가지고 있는 것, 이진준은 즉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바라보는 공연의 모습을 미디어 그 자체가 뿜어내고 있다고 여긴다. 그렇기에 그는 관객에게 체험을 통해 작품을 경험하게끔 하는 상황을 연출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서도 일관적으로 취하고 있는 그의 예술태도는 작품 하나하나의 개별성 보다는 그 개별성들이 집합적으로 모여 총체적으로 발현되는 것에 대한 연구이다. 앞서 언급한바 있듯이, 그렇기에 인공정원의 세계에서 출현하는 빛, 냄새, 온도, 소리, 잔디, 흙의 요소가 전체적인 전시공간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에 관해 집중한다.

 그의 전시의 행적을 살펴볼 때, 그는 항상 미디어설치와 동시에 퍼포먼스를 연출하였다. 미디어의 공연적인 요소를 감각적으로 극대화 시키기 위해 그는 전시와 퍼포먼스를 동시에 진행시킨다.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빛과 영상을 통해 3차원의 무대를 재현하는 그의 미디어 설치는 그 자체가 공연적 특성을 내재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이진준에게 공간 연출력은 작품의 완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이다.

 미디어기술을 이용해 제작하는 그의 주된 작업관은 단연 정적인 이미지로 구현되었던 전통적 개념의 작업을 체험하는 경험과는 상이한 결론을 유추한다. 정적인 그림이미지는 많은 사람들이 그림 앞에서 고정된 시점을 가지고 그 작품을 읽기 위한 경험을 할 수도 있지만, 이진준의 미디어 설치 작업은 그림을 보는 방식과는 다르게 공연을 관람하는 방법을 취한다.

 공연은 그림을 보는 것과는 다르게 시간의 연속선상 안에서 변하는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한다. 즉 배우들의 움직임과 조명, 소리가 지속적으로 변하기에 정적인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감각이 요구된다. 실상 관객은 그림을 보는 것보다 공연과 연극을 관람할 때 흐르는 시간성 때문에 연출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들을 모두 인식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은 그의 미디어 공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가 제작한 영상과 LED빛 연출은 공연을 위한 무대장치가 되며, 그 무대 안에 서있는 배우와 관객을 비롯하여 공간을 이루고 있는 다양한 연극적인 요소들은 그의 작업을 구성하는 장치이다.

 따라서 그의 공연에서는 항상 수없이 변하는 LED빛으로 연출된 실제 현장에서 녹화된 공연이 아닌 연극적 요소에서 파생되는 예술의 일시성, 즉흥성, 순간성들이 내재된다. 그렇기에 그의 미디어 퍼포먼스 배우인지, 관객인지, 이곳에 내부 인지, 외부인지를 비롯하여 정형화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그의 연출 무대에 가담하는 관객들은 스스로 다양한 체험을 하고, 또 자신이 상상하는 세계로 이동한다. 결국, 이진준은 그의 미디어와 공연의 결합을 통해 관객들에게 그들이 상상하고 경험할 수 있는 바탕으로 토대로 느낄 수 있도록 예술적 성취감을 돌려준다. (갤러리 정미소 02-743-5378)

   

▲전시전경

 

이진준  Lee JinJoon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졸업

개인전
2011 <Artificial Garden> 아트스페이스 갤러리정미소, 서울, 
2009 <YOUR STAGE> 선컨템포러리, 서울 
2007 <ART Theatre_역할놀이> 한국문화예술 위원회 아르코미술관, 서울   
 
주요 그룹전
2011
<인터뷰: Interview & Artists as an Interview> 아르코미술관, 서울
<미디어극장전: Welcome to media space> 아트스페이스 갤러리정미소, 서울
<신나는 미술관-라이트 아트의 신비로운 세계> 경남도립미술관, 창원

2010    
<한, 체 수교 20주년 기념 특별전> 체코 국립현대미술관, 프라하 .체코
<floating hours> 불가리아 국립 외국인 미술관, 소피아, 불가리아
<달은 가장 오래된 시계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JIFF) 초청 상영> 전주국제영화제, 전주

2009  
<City Net Asia 2009 ‘양날의 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이영미술관 특별기획전 ‘ANTIPODES'> 이영미술관, 용인
<Urban & Disurban> 보안여관, 서울

2008   
<젊은모색 2008 'I AM AN ARTIST'>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이방인의 빈방> 허치슨 갤러리, 롱아일랜드 대학, 뉴욕
<터키 디지털 영화제 RESFEST 2008> 이스탄불, 터키
<전라남도 순천만 경관농업 대지미술 ‘UNDO’ 설치> 순천
<한국 미디어아트 유럽 스크리닝> 프레파라트연구소, 불가리아, 덴마크, 스페인

2007   
<Channel 1> 갤러리 현대, 서울
<유클리드의 산책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한중 현대미술 국제교류전> 남경사방당대미술관, 난징, 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