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만칼럼]선거도 지겹다. 다시 문화로..
[옴부즈만칼럼]선거도 지겹다. 다시 문화로..
  • 이원재/국어고전문화원 학술원장(전 경기대교수)
  • 승인 2011.10.1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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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자 메인화면 사진부터 뭔가 새롭다. 누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K-POP가수로 세계를 향해 명성을 떨치는 여성그룹 소녀시대다. 의상을 보니 복고풍과 착 달라붙는 스키니 진이 시대를 아우르는 모습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은 사진과 달리 문화체육관광부 2012년도 예산 및 기금명목으로 증액된 정부안이 확정됐다는 소식이다.

정체성도 모호한 보수단체 뉴라이트가 이명박 정권 집권 초 기존 독립영화인 협회와 문화관련 협회들을 압박하고, 각각의 자리들을 뺏은 것도 모자라 예산마저 강탈한 채 자기들 멋대로 운용한 결과, 정부 모든 예산을 정권을 향한 충성도로 편성했고, 그래도 불만이 쌓이면 복지예산과 국방예산마저 삭감하고 온통 홍보예산으로 땜질하는 처방전을 실시해왔다.

결과적으로 지난 1월 한때 국내영화제에서 대상 수상까지 한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최고은 씨가 지병과 가난으로 자취집에서 32살의 나이에 요절했고, 지난 5월부터 10월 초 까지 한국예술종합대학교(이하 한예종)에서 무려 네 명의 젊은 대학생들이 처지를 비관해 자살했다. 문화관광체육부(당시 장관은 유인촌)가 지난 2009년부터 한예종 교수와 학생들을 향해 예산삭감은 물론 고강도 감사와 총장 해임을 일방적으로 저지르자 학생들이 ‘공안탄압’이라고 맞서다 올해 4명이 아까운 나이에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

2009년 초 서울 용산구 재개발참사로 안타까운 목숨을 앗아가더니 같은 해 예술대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와 통제를 한 끝에 2년 뒤 학생들이 자살하는 등 극단적 상황으로 치달았다. 예술분야를 다루는 국가지원학교를 마치 생산라인에서 완제품을 조립하고자 움직이는 로봇으로 생각한 것이다.

재력과 정치력확대 때문에 저지른 한국정부의 문화탄압은 오로지 돈만 아는 자들의 무감각한 살인극이다. 이와 동시에 제2차 세계대전당시 독일 나치가 남폴란드 크라쿠프에 위치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유대인, 집시, 종교인 등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독가스로 집단 학살한 살인마들의 향연인 것이다. 이어 시신들을 이용해 비누와 머리카락양탄자를 생산하던 희한한 종족들. 그 모진 역사가 과연 여기는 없다고 보는지? 

문화관광체육부 예산증액관련 기사는 그래서 낯설고 의심마저 든다. 젊은 사람들 다 죽여 놓고 이제와 예산을 늘려 놓은들 그것이 과연 일자리 창출과 무슨 관계이며, 국내 민간 호텔도 국가예산을 할당받아 증개축하며 더 많은 부를 축적하는 지금. 신문 메인에 보이는 소녀시대 사진은 왠지 박제된 바비인형 같은 느낌이다.

바로 밑으로 박원순 야권통합후보와 나경원 여당후보의 사진이 보인다. 오늘따라 지겹다. 한편 만평작가 고경일 교수가 지난 3일 장충체육관에서 끝난 통합후보선거에서 패한 민주당 후보 박영선 의원을 위로하는 만평이 보인다. 선거열풍 뒤로 느닷없이 한미FTA를 비준하겠다는 정치인들과 대통령. 그들은 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일까?

이 모든 분들이 아시는지 모르지만, 지난 1월 최고은 씨가 요절하기 며칠 전 셋집 문 앞에다 쓴 글을 끝으로 올려본다. 그녀의 글이 잊혀 지지 않는다. “사모님, 안녕하세요. 1층 방입니다. 죄송해서 몇 번을 망설였는데… 저 쌀이나 김치를 조금만 더 얻을 수 없을까요… 번번이 정말 죄송합니다. 2월 중하순에는 밀린 돈들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전기세 꼭 정산해 드릴 수 있게 하겠습니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항상 도와주셔서 정말 면목 없고 죄송하고… 감사합니다.”1979년에 태어나 2011년 1월 누구도 모르게 하늘나라로 돌아간 젊고 당당했던 영화인 최고은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