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맞은 월드컵공원 내 평화잔디광장이 오후 2시가 되자, 노란 물결로 뒤덮였다.
파릇파릇 돋아난 초록빛 새싹과 어울리는 노란 물결은 서울시의 ‘2009 어린이디자인 창의력캠프’의 메인행사가 만들어낸 풍경이다.
미리 신청한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노란 우산 위에 태극기부터 시작해 청계천, 숭례문, 자연 등 서울을 상징하는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느라 분주했다. 창의력을 한껏 발휘해 자신만의 우산을 디자인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너무 진지해 말을 걸기가 고민스러울 정도였다.
너무 열중한 나머지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대에 올라 인사했지만 어린이들의 시선은 우산에 고정돼 있었다. 무대에 내려와 다가가자 뒤늦게 그의 존재를 알아차린 어린이들의 사인과 기념사진 촬영 요청이 밀려들었다.
오 시장은 한 명 한 명에게 웃으며 기꺼이 응했고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또한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땀을 흘리며 진지하게 그림 그리는 어린이들의 모습에 흐뭇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작품을 완성한 어린이들은 친구들과 모여 우산을 들어 보이며 서로 자신의 작품을 자랑했고, 간혹 친구의 그림을 칭찬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 준 어린이도 있었다.
또 다른 메인행사로는 ‘세계디자인수도서울2010’이라고 쓰인 조형물에 어린이들의 소망을 적은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었다.
자신의 소망이 적힌 스티커를 부착하고 기뻐하며 사진 찍기에 바빴고, 한 어린이는 소망이 너무 많아서 몇 개의 스티커를 빼꼭하게 채웠다. 어떤 어린이는 스티커를 붙이고 한참 뒤에 자신의 스티커를 확인하기도 했다.
어린이들의 소망은 “용돈 많이 주세요~ 닌텐도가 갖고 싶어요~” 등 개인적인 소망부터 “서울이 자연과 함께 사는 도시였으면 좋겠다”, “서울에 자동차나 버스 등 교통수간이 줄어서 환경이 깨끗하면 좋겠다” 등의 속 깊은 소망들도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먹구름이 많이 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직접 가서 무지개를 만져보고 싶다”는 소망으로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오세훈 시장도 함께 스티커를 붙이며 서울이 디자인수도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행사장 한 쪽에 나란히 마련된 ‘WDC 시민표정담기’, ‘페이스페인팅 체험장’, ‘해치 포토존’에도 어린이가 있는 가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 중 ‘페이스페인팅 체험장’은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세 명의 능숙한 자원봉사자들의 쉴 새 없는 움직임에도 긴 줄은 줄어들 줄 몰랐다. 어린이들은 꽃, 돌고래, 키티 등 원하는 그림들을 얼굴에 담고는 연신 기뻐했다. 빨리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던 한 여자어린이의 뽀얀 피부에는 알록달록 예쁜 꽃들이 피어났다. 몰려오는 졸음을 참으면서까지 페이스페인팅을 하던 남자어린이의 모습에 주위에서는 연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메인행사에 참여한 최성민 어린이는 “서울을 대표하는 것들을 그림을 그리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면서 “다른 친구들의 그림도 보고 함께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다음에도 디자인 창의력캠프가 열리면 그 때는 내가 제일 잘 그리겠다”고 결심을 밝혔다.
디자이너가 꿈인 김지영 어린이는 “빨리 서울이 디자인 도시로 성장해 한국에서 즐겁게 디자인 공부를 하고 싶다”며 “나도 꼭 서울을 알리는 자랑스러운 디자이너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래에는 ‘2009 어린이디자인 창의력캠프’ 현장 스케치 사진.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