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영화들, 영화의전당과 운명적 조우
불멸의 영화들, 영화의전당과 운명적 조우
  • 김영찬 기자
  • 승인 2011.11.0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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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당 3천원으로 불후의 명작들을 만난다

(재)영화의전당은 (사)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와 공동주최로 11월 10일부터 12월 31일까지 ‘영화의전당 개관기념 영화제’를 개최한다. 영화의전당 3개관(시네마테크, 중극장, 소극장)에서 52일간 열리는 이번 개관기념 영화제에서는 11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영화’의 다채롭고 풍성한 유산을 만날 수 있는 8개 섹션 222편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총 상영횟수는 550회차로, 부산의 국제적인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영화의전당’ 명성에 걸맞게 국제영화제를 제외한 단일 기획영화제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이다.

▲영화 '대부'의 한 장면

이번 ‘영화의전당 개관기념 영화제’는 영화의전당으로 이전해 제2의 출발을 맞은 시네마테크부산의 기능을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다양한 나이와 취향의 모든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영화 축제이다. 영화광에게는 미지의 영화와 만나는 발견의 기쁨을, 영화애호가에게는 추억의 영화와 재회할 수 있는 감동의 순간을 선사하는 데 초점을 맞춰 어떤 취향을 가진 관객이라도 보고 싶은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영화제로 만들었다. 또한, 배우와 감독, 평론가 등 저명 영화인이 추천한 영화를 함께 보고 해설을 들을 수 있는 특별 강연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마련돼 관객들에게 영화관람 이상의 특별한 즐거움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영화의전당 개관기념 영화제’의 대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백화열전(百畵列傳)’에서는 1902년에 제작된 <달세계 여행>(감독 조르주 멜리에스, 2011년 복원판)에서 출발해 2008년에 발표된 480분의 대작 <멜랑콜리아>(라브 디아즈)에 이르기까지 영화사의 걸작 100편과 만날 수 있다. 공인된 걸작뿐만 아니라 거장의 덜 알려진 수작들, 부당하게 잊혀진 보석들, 비서구권의 문제작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런 영화들과의 만남을 통해 관객 각자의 베스트 명단이 재작성되기를 희망하는 섹션이다.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평론가 정성일 씨가 ‘영화사의 위대한 순간들’이란 주제로 5회의 특별강연을 펼친다. 또한, 세계적인 영화학자 한스 슐레겔이 안내하는 ‘에이젠슈타인의 작품세계’ 강연도 마련된다.

▲영화 '나는 인어공주'의 한 장면


‘카르트 블랑슈’는 ‘백지 수표’라는 뜻으로 국내 저명 영화인에게 자신이 보고 싶은 작품을 추천받아 편성한 섹션이다.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배우 고현정, 이나영, 이선균과 대표적인 제작자 심재명, 세계적인 감독 이창동, 봉준호, 국내 최고의 미술감독 류성희, 수많은 팬을 지닌 평론가 이동진과 김혜리, ‘영원한 위원장’ 김동호 등 10명의 영화인이 5편의 영화를 각각 추천했다. 젊고 트렌디한 예술영화 <나는 인어공주>에 대한 애정을 표시한 배우 고현정, <모니카의 여름>을 마음으로 보는 영화로 고른 감독 이창동,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등 9명의 영화인은 직접 영화의전당을 찾아 관객과 영화를 함께 보고, 자신에게 소중히 남아 있는 영화에 대한 기억을 관객과 나누게 된다.
 
‘에픽의 향연’섹션은 잊혀질 수 없는 대하 서사의 파노라마로 우리의 눈과 귀와 마음을 사로잡았던 추억의 명화를 소개한다. 굽이치는 서사, 장대한 스펙터클, 온갖 인간 군상들이 펼치는 인생사가 녹아 들어 올드 영화팬에게 최고의 영화로 기억되는 영화들이다. <아라비아의 로렌스> <닥터 지바고> <대부> <옛날 옛적 서부에서>를 비롯해 <대탈주> <십계>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 <우리 생애 최고의 해>에 이르기까지 이름만 들어도 반갑고, 언제 보아도 흥분을 감출 수 없는 명작과 재회할 수 있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큰 감동을 안겨줄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애니메이션 천국’ 섹션도 주목할만하다. 아이들의 전유물로만 느껴지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작가들의 삶과 혼이 오롯이 녹아있는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았다. 세계 최초의 실루엣 애니메이션인 1926년 작 <아흐메드 왕자의 모험>에서부터 헝가리에서 만들어진 <작은 여우>, 우리의 눈을 황홀경으로 이끌었던 실방 쇼메의 <벨빌의 세 쌍둥이> 등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 더 큰 감흥을 불러 일으킬 명작 애니메이션을 만날 수 있다.
 
관객과 평단의 사랑을 받은 2000년대 예술영화들도 마련된다. ‘21세기가 사랑한 영화’ 섹션은 새로운 세기에 적은 개봉관에서나마 한국 관객과 만난 영화들 가운데 여전히 기억에 생생한 영화 20편을 모았다. 영화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와 ‘필름 코멘트’가 2000년대 베스트 영화 1위로 뽑은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비롯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피아니스트> <엘리펀트>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클래스> <하얀 리본> 등이 상영된다.
 
‘한국영화, 그 미지의 보석들’은 젊은 한국영화 연구자들이 꼽은 10편을 모은 섹션으로 한국영상자료원의 후원으로 무료 상영한다. 기존 한국영화 베스트의 기준이 된 문예영화 중심에서 벗어나 대중적 장르 영화로 범위를 넓혀 재논의되고 재평가되어야 하는 새로운 베스트 명단을 작성한 것이다. 이강천의 <피아골>, 김수용의 <구봉서의 벼락부자>, 조해원의 <불나비>, 홍파의 <숲과 늪> 등을 만날 수 있다. 한국영화 연구자 조준형, 이호걸, 박선영이 8회에 걸쳐 작품 해설을 하는 특별강연도 마련된다.

▲한국영화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의 한 장면


시네마테크부산과 12년을 동고동락하며 영화를 통해 함께 웃고 울었던 가장 좋은 친구는 관객이다. 이런 시네마테크부산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관객이 선택한 영화도 뽑았다. ‘관객의 선택’ 섹션’은 지난여름 관객에게 직접 추천을 받아 선정된 ‘가장 보고 싶은 영화 10편’을 상영하게 된다. 벨라 타르의 무시무시한 문제작 <사탄 탱고>에서부터 허우샤오시엔의 가슴 저린 걸작 <남국재견>, SF영화의 영원한 기념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등 그 제목만으로도 아름답고 놀라운 걸작들이 상영된다.
 
‘칸 비평가주간 50주년 특별전’섹션은 칸영화제의 비공식 부문임에도 불구하고 50년의 역사 동안 새로운 재능의 등용문 역할을 해 온 ‘칸 비평가주간’의 대표적 상영작을 모았다. 올해 칸 비평가주간은 50주년을 맞아 전 세계를 돌며 ‘특별전’을 순회 상영했고, 이번 부산 상영을 통해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2011년 디지털 복원판으로 만나는 켄 로치의 <케스>, 장 외스타슈의 <페삭의 처녀>, 우스만 셈벤의 <흑인 소녀>를 비롯해 2004년 칸 비평가주간 대상 수상작인 엘리오노르 포셰의 <수놓는 여인들>까지 12편을 상영한다.

▲영화 '케스'의 포스터
 
이번 ‘영화의전당 개관기념 영화제’는 영화의전당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모든 영화의 관람료를 3,000원으로 정했다.(일부 작품은 무료상영) 상영작에 대한 정보는 11월 1일부터 정식 오픈할 영화의전당 홈페이지 http://www.dureraum.org 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예매 역시 11월 4일 오전 10시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영화 관람 및 이용에 대한 문의는 전화 051-780-6058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