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앤프리 국제영화제 17일 개막
오프앤프리 국제영화제 17일 개막
  • 김영찬 기자
  • 승인 2011.11.1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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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경계를 허무는 미래의 영화 – 확장영화제

국내 최초로 비영리, 비상업을 표방하는 영화제인 오프앤프리 국제영화제가 올해로 3회째를 맞아 오는 11월 17일부터 23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아트하우스 모모와 ECC극장에서 개최된다. 

▲영화 '11월 앤트워프에서 온 여인들'

실험영화, 다큐멘터리, 미디어아트융합의 작품을 소개하는 오프앤프리 국제영화제는 지난해 만큼이나 풍성하고 다양한 섹션을 소개하고 있다. 제1회와 제2회 때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추가해 전시와 상영이라는 두 가지 테마를 갖고 단순한 영화제를 넘어 ‘확장예술제'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점이 이번 3회 영화제의 특징.

이번 영화제에서는 세계적인 거장 감독 '샹탈 애커만(Chantal Akerman)'의 설치영상작품 '11월 앤트워프에서 온 여인들' 이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샹탈 애커만 Chantal Akerman은 1950년 6월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폴란드계 유대인의 딸로 태어났다. 15세에 장 뤽 고다르의 '미치광이 피에로'를 본 후 영화작가로의 꿈을 키우기 시작하며 70년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마이클 스노우 등 실험영화작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영화미학들을 탐구했다. 특히 지배적이고 관습화된 영화들에 흡수되지 않고 독자적인 형식들 - 정지된 카메라, 정면구도, 클로즈 업 - 등을 통해 평범한 여성들의 일상을 섬세하게 담아내면서 페미니스트 작가의 기수이자 유럽 최고의 예술영화 감독으로 불려지고 있다.
 
오프앤프리에서 소개할 '11월 앤트워프에서 온 여인들'은 2개의 대형채널로 이루어진 작품이며 담배피는 여인들의 사회적, 심리적인 모습들을 20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준다. 이는 애커만의 영상언어들이 총집결된 설치작품으로, 특히 '담배피는 여성들'을 끊임없이 보여주면서 사회적, 정서적인 인식들과의 충동을 야기한다. 두 벽면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들 (한쪽은 담배피는 한 여성이 흑백이미지로 클로즈업되어 보여진다. 다른 한쪽은 20명의 담배피는 여성들이 파노라마처럼 전개된다.) 에서 남성은 등장하지 않으며 혼자인 여성 혹은 소그룹으로 이루어진 여성들이 나타난다. 이들의 이미지들은 전후 전개될 이야기들의 선형적 맥락은 무시된 채 콜라주될 뿐이다.

40-50년대 고전누아르에서 보여지던 담배피는 여성은 남성들과의 정서적 친밀감을 드러내면서 지적이고 독립적인 여성, 혹은 창녀로 재현되었다. '11월 앤트워프에서 온 여인들'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여인들은 평범한 여성으로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다. 어떠한 전후의 사건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20분동안 반복, 재생되면서 각기 고립된 공간들은 모호하게 연결되어진다. 다른 한쪽면의 흑백이미지는 한 여성만 클로즈업한 채 롱테이크로 이루어진다. 담배피는 시간은 실제시간과 동일하며 이미지 자체만 부각시킨다.
 
'11월 앤트워프에서 온 여인들'은 두 개의 화면을 두 개의 벽에 투과해 양쪽의 화면을 번갈아보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관객들은 객석이 아닌 바닥에 방석을 깔고 앉아 두 개의 화면에 투사된 영화를 감상하는 새로운 감상 체험을 갖게 될 것이다. 영화의 경계를 확장하여, 미술 무용 연극 등 다른 매체와 소통하는 새로운 영화, 즉 미래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 비엔날레와 같은 대규모 전시 이외에서는 만날 수 없는 샹탈 애커만의 설치영상작품을 국내 최초로 이번 영화제에서 조우할 수 있다.

올해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LA SOUFRIERE'는 다큐멘터리들로 구성된 ‘영화는 사회적이다’ 섹션에 포함되는 작품으로, 독일작가 베르너 헤어조크의 작품이다. 

▲개막작인 영화 '라 수프리에르'

베르너 헤어조크는 주류 사회를 벗어난 것들, 그리고 주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가진 사람에 주목하는 영화를 찍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영화는 베르너 헤어조크가 화산 폭발 직전의 과달루페 섬에서 모두가 피신했지만 한 농부가 떠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며 그를 만나기 위해 그곳을 찾은 데에서 시작한다. 모두가 떠난 섬의 삭막한 거리를 지나며 헤어조크는 섬을 지키고 있는 또 다른 몇 사람을 만나게 된다. 섬에 남은 이들은 그들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신에 자신의 삶을 맡긴다. 죽음은 정복될 수 없고,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그들은 왜 끝까지 그 섬에 남아 있는 것일까? 그들의 죽음을 대하는 자세를 담담하게 보여주는 다큐작품이다.

올해 제3회 오프앤프리 국제영화제는 제1회와 제2회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사전제작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7월 1일에서 7월 29일까지의 한 달여간 진행되었던 사전제작지원 공모를 통해 실험 작품으로 유명한 황선숙 작가가 선정되며 그의 작품이 폐막작으로 정해졌다.

이미 4회의 개인전을 진행한 바 있는 황선숙 감독은 그 만의 동양화적 독특함이 담겨있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서울국제실험영화제와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등의 국내 영화제를 비롯해 런던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멜버른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등의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도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폐막작 '허공의 그늘The Shadow of emptiness'은 현대음악작곡가이며 아쟁연주자인 김남국을 소재로 한 러닝타임 7분짜리 영화다. 김남국은 윤이상과 백남준을 통해서 한국에 잘 알려진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독일의 다름슈타트 국제현대음악제에서 동양인 최초로 “크라니히슈타이너” 작곡상을 수상한 인물. 그 후 그는 베를린 시립오페라극장에서 현대오페라 아쟁독주자로 활동하고 베니스 비엔날레, 홍콩 아트 페스티발 등에서 작품을 발표하며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황선숙 작가는 자신이 영상작업을 하면서 간직하고 있는 동양화에 대한 막연부지의 마음이 김남국의 창작곡들 속에서 팽팽하게 살아 움직임을 느꼈다고 덧붙인다.

폐막식에는 영화상영과 동시에 아쟁연주자 김남국이 직접 아쟁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허공의 그늘'을 완성시키며 더없이 목마름이 커져만 간다는 황선숙 작가의 폐막작이 궁금하다면 제3회 오프앤프리 국제영화제의 마지막 날인 11월 23일 저녁 7시, 아트하우스 모모를 찾으면 해결된다.        

 2011년 11월 20일 일요일 오후 6시 30분, 확장예술제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오프앤프리 국제영화제의 공간이 확장된다. 장소는 서교예술실험센터 옥상으로 국내 유명 아티스트 석성석의 라이브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맥스 하틀러(Max Hattler)의 모션 그래픽 작품들과 레스페스트를 통해 국내에서도 친근한 로만 코폴라의 뮤직비디오를 상영한다. 이는 영화제 공식 상영 섹션의 일부이다. 파티에는 ‘오프 인 포커스(OAF IN FOCUS)' 섹션을 통해 선발된 젊은 작가들과 'NIGHT LESS'의 타무라 유이치로 감독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석성석의 라이브 퍼포먼스 감상과 동시에 실험영상 감독들의 폭 넓은 교류의 장이 될 이 파티는 언더그라운드아트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될 예정이다.

올해 제3회 오프앤프리 국제영화제의 슬로건은 ‘확장예술제’이다. 전시와 상영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다양한 매체가 결합된, 말 그대로 ‘확장’된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의미에서다.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영화가 상영됨과 동시에 바로 근처의 이화여대 ECC극장에서는 설치작품을 전시한다. 

▲영화 '허공의 그늘'

올해는 유럽영화계의 최고영화감독인 샹탈 애커만의 <11월 앤트워프에서 온 여인들>을 비롯해 이수진의 <1231>, 성정환 의 <DOOR>, 정윤석의 <별들의 고향>, 켄 제이콥스의 <애너글리프 탐>, 스캇 드레이브의 <불새>가 전시된다. 특히 켄 제이콥스의 <애너글리프 탐(Anaglyph Tom)>은 적청방식의 3D 작품이므로 3D안경을 끼고 켄 제이콥스의 실험영상을 감상할 수 있으니 기대할 만하다. 설치작품은 영화제 기간인 11월 17~23일 오후1시~8시에 사이에는 언제든지 관람이 가능하다.

실험작품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오프앤프리 국제영화제는 실험영화를 어려워하는 대중에게 좀 더 다가가기 위해 전시 도슨트와 상영 영화해설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그동안 미술관이나 음악회에서만 보아왔던 도슨트를 제3회 오프앤프리 국제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다. 이화여대 ECC 극장에서 진행되는 전시를 관람하러 오면 도슨트들의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전시 뿐 아니라 영화상영에 있어서도‘해설이 있는 영화제'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아닌, 상영과 동시에 영화에 대한 해설시간을 따로 마련한 것으로, 어렵다고 느끼는 실험작품들을 좀 더 접근하기 쉽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의도이다. 도슨트와 영화해설자의 설명으로 실험작품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