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인터뷰-차대영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스페셜인터뷰-차대영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 인터뷰-이은영 발행인/정리-서문원 기자
  • 승인 2011.11.1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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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인들 하나된 조직 아래 힘 모아 권익 신장해야

미술시장이 총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작가들의 전시회는 여전히 넘쳐나고 갤러리 숫자는 늘어나지만 실제 미술시장에서 거래되는 작품들은 경기 침체와 함께 지지부진하다. 그러다 보니 전업작가로 살아가는 미술인들은 더더욱 생활전선에 타격을 받고 있는 상태다.

미술인들 사이에서는 별로 거론하고 싶지 않지만 미술대전과 관련한 잡음들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어 국가 지원마저도 거의 끊긴 상태다.  텅빈 곡간 열쇠만 달랑 건네 받아 최소한의 일용한 양식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가 있다. 지난 해 1월 제 22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으로 당선된 차대영 이사장(수원대 교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3만 회원들의 '변화'(Change)를 바라는 염원을 반영하듯 차 이사장은  이 선거는 미술협회사상 최다표차로 당선됐다. 그는 당선직후 공약인 기업메세나와 장례위원회발족을 추진하는 등 지난 2007년 미술대전 비리로 흔들렸던 협회안팍을 실추된 명예와  신뢰를 복원하고 미술인들의 권익신장과 복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6일 본지는 차대영 한국미술협회 이사장과 만나 그간의 성과와 과제를 들어보기로 했다. 덧붙여 지난 2월 국회가 문화. 예술인들을 위한 복지지원법(일명 최고은법)을 상정한 바 있다. 이 법안은 현재까지 보류된 상태다. 이뿐 아니라 문화.예술계는 직업 특성상 취업과 미취업에 대한 구분점이 모호하다. 본지는 취임 2년을 앞두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차 이사장을 만나 그간의 활동과 미술계 난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들어봤다

-임기가 1년 2개월 정도 남으셨던데 협회 일은 어떻게 잘 진행되고 있으신지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곳이 협회 일인 것 같습니다. 회원 3만명이 모이면 예산 확충이 가장 힘들지요. 이 사회가 다양화 되고 모든 환경이 변화된 측면도 있습니다. 일례로 신예작가 등용문을 보면, 과거에는 미술대전, 국전 등으로 통일됐지만 지금은 그런 방법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알릴 기회가 많습니다. 이 사회가 다양화되고 있는 겁니다. 가령 문화.사회.복지예산이 필요한 시점에서 거꾸로 가는 이 현실 때문에 집단이란 게 과연 필요하냐 라는 말도 들립니다. 하지만 조직 활용을 극대화해서 개선된 조건을 만들어 낼 수 있음에도 그런 기회마저 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자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협회와 회원과의 소통부재와 괴리감이란 어쩌면 기획력의 문제가 아니라 예산 문제라고 봅니다. 아무리 살림살이를 알뜰하게 운영하고 다양한 기획물을 선보여도 회원들에게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면 서로 대비가 안맞는거죠.

◆다양한 변화 속에서 문화예술단체가 단결해야

- 내 년부터 공연예술 분야 혹은 다른 문화 예술계 종사자들은 ‘문화예술인 복지지원법’(최고은법)'이 적용되는데 미술계는 제외된 것 같더군요. 

"그게(복지지원법) 아직 미완성입니다. 더구나 예술계는 4대 보험이 일반인과 달리 보편적으로 적용되기 힘듭니다. 정부가 노동과 취업으로만 예술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이야기지요. 이 점은 저희(미술협회) 뿐 아니라, 다른 단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먼저 대상을 선정하고 관련규정을 통해 기준을 마련하고, 해당되는 사람들이 보장 될 텐데요. 우선 관련 부처에서 시행규정을 정비하고 뭔가 보여줘야겠지요"

-글쎄요. 미술계가 배제된 법안인데 협회라면 권익신장을 위해 나서야 하지 않을까요?

"복지지원법과 관련해 계속 논의는 됐어요. 미술계가 배제된 문제이기 보다 다른 부분을 봐야 할듯 싶습니다. 실제로 불이익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사안도 없습니다. 하지만 노동문제로 보는 관점도 존재하고, 영상공연 스탭들에 대한 지원책으로 준비되다 보니 오해 받는 측면도 있을 겁니다. 더구나 이것이 (복지지원법) 실제로 진행이 될 때는 어디는 빼고 어디는 집어 넣고를 못할 겁니다. 입법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그렇게 되겠습니까? 그러나 이런 이야기(복지 지원법 미술계 배제)가 제기된 건 그에 따른 책임이 있는거죠.

◆문화예술 복지정책은 통계수치가 아니라 상호간 이해가 먼저

-고용과 산재를 논한다는 건 가령 연극 혹은 뮤지컬공연의 경우 몇 개월간 지속되면 가능하잖습니까? 그러나 미술분야는 좀 애매한 부분도 있긴 합니다.

"음악이나 공연은 프로젝트성(한시적 공연)이지만 미술의 경우 전업작가라는 건 프로젝트로 이뤄지는게 아니고, 스포츠로 치면 단체전을 한다는 이야기인데 미술협회 입장에서 문제 제기가 돼야겠죠. 그렇지만 복지지원책이 입안 된다면 누구는 배제되고, 포함되는 문제로 갈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희도 나름대로 역할을 할 겁니다. 가령 의결기관이 국회라면 정치인들을 접촉해야 되겠죠.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 문화.예술인들이 조금만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면 수월하게 풀릴 일이 많습니다. 가령 복지지원법과 관련해 예총(한국 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과 함께 가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정치권도 문화,예술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까 생각됩니다.예를 들어 한국미술협회도 조직이 큽니다. 예총도 마찬가지란 말이지요. 결국 정치권도 총선전까지 문화.예술단체들과 함께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걸 감안해서 조직적으로 움직이자는 겁니다. 내 년에는 이 전보다 실질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정부와 대치하자는 건 아닙니다. 개별적으로 만난 여야 정치인들도 다 좋은 말은 합니다만 우리 목소리가 확산이 안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물며 미술협회는 인적자원은 풍부하지만 아직까지 원활히 움직여주지 않습니다. 문화 예술인 중에서도 미술인들은 유연하게 가야하는데 쉽지 않아요. 예를 들면 작가들도 워낙 개성이 강하다 보니 소통이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폐쇄적인 경향이 있어요. 결과적으로 이런 것들이 쌓이면서 조직적으로 나서야 할때 제 힘을 발휘 못한 것 같습니다"

-미술협회차원에서 수익사업을 펼칠수있나요?

"협회는 수익사업을 할수 없어요. 그래서 법인을 따로 설립한 후 다양한 정책사업을 펼치고 그 수익으로 장학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처음 의도보다는 ‘품팔이’처럼 해온 셈이죠. 협회도 사람이 시작해서 사람이 마무리하는 일인데, 각각 한 자리에 모여 서로가 소통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게 주요과제라고 봅니다. 그런데 현실은 충분조건은 되는데 필요조건이 안되요“ 

-현재 건축물 조형물설치 관련법(문화진흥법)이 바뀌어서 조형물 설치뿐 아니라, 조경, 페인팅도 할수 있지 않나요?

“참여정부때 공공미술조형물법(문예진흥법)이 제정됐어요. 그런데 문화예술위원회가 전국에 산재된 관공서들을 작가선정부터 제작.설치까지 다 하겠다는 건데요. 이 경우는 미술인들에게 맡겨도 된다고 봅니다. 친환경적이고 친기능성있는 재료를 토대로 구현할만큼 시대가 변했으니 그렇게 가는게 맞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미디어아트로 건물을 장식하지요? 대전시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핵융합연구소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했어요. 작년 10월에 열린‘그린에너지엑스포’컨퍼런스 개최 당시 세계핵물리학자들이 2천명 가량 방문했던 때입니다. 당시 저희 협회가 핵물리학 연구소 소장과 협의해서 IT와 아트를 결합한 기획 조형물 등을 설치했었어요. 문제는 핵융합연구소도 국가기관인데도 예산이 없더군요. 더구나 그 많은 대기업들이 연구소에 지원한다고 떠들지만 실정은 다르더군요. 어쨋든 핵융합연구소와 저희 한국미술협회가 향후 몇 년간 협력관계를 이어간다면 생각보다 더 많은 시너지효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 앞으로 해야될 일도 많은데 이사장직을 더 해야하지 않나요?

“다음 사람이 하겠죠” (웃음)  

◆ 돈 많은 대기업이 조형미술거래까지 진출해서야 되겠습니까?

 -공공미술 조형물 설치와 관련해 제안이 들어옵니까?

참고로 이 질문은 문화예술진흥법과 관련되있다. 면적 1만㎡가 넘는 신축건물은 건축비의 1%를 환경조형물에 지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가 상임이사였을 때인가요? 이두식 선생이 이시장일 때 과천종합청사에 조형물을 설치했어요. 행자부 측으로부터 잘했다고 칭찬도 받고, 덕분에 외부무 건물 조형물과 디자인을 담당했었지요. 아! 그런데 조형물설치 분야에 화가 나는 게 있습니다. 이거 보도되야 합니다. 미술관을 갖고 문화사업을 하는 대기업들 있잖습니까? 삼성은 안하는 일입니다. 특히 대림그룹, 그 쪽은 건설업을 하잖습니까? (신축건물 및 아파트다지 건설) 그 기업 오너 사모님이 조형물을 다 해요. 처음은 대림 미술관을 내세우고, 미술관이 직격탄을 맞을 같으니까 자회사를 하나 설립하고, 그곳 과장이라는 친구가 모든 작가들을 줄 세워놓고 있어요. 한 번은 저와 크게 충돌한 적 있어요. 그때 너네 회사에서 작가들한테 100% 다 줘야 문화사업 아니냐? 라고 하니까. 그쪽은 아니라는 거예요. 자기들도 기업체랍니다.

그럼 작품거래 수수료를 얼마나 받느냐? 고 물었더니 30% 랍니다. 그럼 화랑은 50% 가져가면 도둑놈이고, 너희가 30% 가져가면 문화기업이냐? 라고 반문했었죠. 대림건설이 하는 사업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독점으로 하겠다? 작가들이 조형물을 만들면 이를 비자금용으로 사용하는거 아니냐는 의심이 안들겠어요? 쌍용그룹이, 금호그룹이 그렇게 해서 문제가 생겼잖아요. 대림은 그걸 모르고 밀어붙인거 아닌가요? 그래서 그 쪽 사람에게 그랬었어요. 큰일이다. 대림 이미지, 브랜드가치가 중요하냐? 아니면 이런 이익이 중요하냐? 이렇게 해서 너희 회장에게 물어봐라. 라고 했었죠. 어떻게 보면 심한거죠.

-미술인을 위한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될 문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양도소득세 부분이 시급한 문제라고 봅니다. 매스컴에 따르면 일부 기업들은 비자금 창구로 고가의 그림들과 예술 작품들을 구매한다지만 일반적인 미술작품 거래는 좀 더 활성화시켰으면 좋겠습니다. 미술작품 거래를 두고 단순하게 “이익이 발생했는데 세금을 납부하라”라는 인식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가령 한국에서 세계적인 예술가가 나타나 국내에서 활동하다가 양도소득세 때문에 해외로 이주하거나 작품 활동을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창작활동이 아무런 소득 없이 이뤄질 수 있습니까? 이 부분만큼은 정부에서 어느 정도 감안해줬으면 합니다. 좋은 작품들이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거래된다면 그건 문제지요. 미술품을 단순히 투기로 사용하지 말고 정당한 거래로 소장하고 감상할 줄 아는 그 풍토가 아쉬운 거죠“ 

◆기업메세나, 예술과 기업의 윈윈

-대한민국 미술축전은 작년에 이어 올 해가 2회째지요?선거 공약에서 기업 '기업메세나'(기업과 작가간 문화예술교류 및 지원 프로그램)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하셨는데요.

“쉽지 않습니다. 작년은 7억원 가량을 후원받았는데 어려운 난관이 많습니다. 국내 메세나 협회가 200여개 가량 되지만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단체는 한국메세나협회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다양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아쉽습니다. 가령 스포츠의 경우는 동적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기에 지원이 많지만 예술은 정적인 부분이라 아직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6~7년 전 메세나 지원 프로그램이 없던 당시 보다는 지금은 환경이 많이 달라졌지요. 그렇지만 투자한 만큼 더 많은 효과를 바라는 기업들에게 여러 예술지원프로그램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건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해외기업 메세나 유치를 위해 최근 중국까지 다녀왔구요. 경제가 어렵다 보니 지원유치 활동이 어렵습니다“

◆두 돌 맞은 대한민국 미술축전 많이 찾아주세요

-올해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작년의 경우 미술 축제를 한다는 원래 의도는 우리 미술인들이 모여 축제를 신명나게 만들어보자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리고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정부와 국민들을 향해 작가가 자기 자금을 충당해서 전시회를 열지 말고 100% 무료로 전시할 수 있게끔 만들어 보자. 이런 의도를 갖고 출발했었죠. 하지만 예산이 과다하게 지출되더군요. 미술협회 50년 역사에 홍보비로 1억 5천만원 이상 사용한 적이 없었습니다. 작 년에는 공중파를 제외한 여러 곳에 광고를 게재하고 출근 시간대에 라디오 방송으로 광고가 나가게 했구요. 미술축전 1회가 열린 일산 킨텍스 무역전시장의 경우 찾아오기 힘든 곳 임에도 약 6만 명 가량이 관람하고 갔습니다. 올 해는 다행히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세텍(SETEC)무역전시관에서 엽니다"

-12월 7일이 미술인의 날인데  특별한 행사를 준비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서울 강남 센트럴컨벤션 밀레니엄 홀에서 12월 7일 미술인의 날 행사를 치룰 예정입니다. 그리고 같은 달 16일 부터 21일까지 강남구 대치동‘세텍’(SETEC)에서 대한민국 미술축전을 열 예정입니다. 올 해도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대중교통 편도 편리한 곳이니 많은 분들이 찾아 주시길 바랍니다“

 

<차대영 이사장 프로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학과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41회/단체전 500여회/대한민국 미술대전 수상/한국미술작가상 수상

마니프 서울국제아트페어대상/오사카아트페어 우수작가상

현)한국미술협회 이사장/한국국제미술교류협회 이사장/수원대학교 미술대학 교수